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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한승연 아버지, 치명적인 잘못

카라 3인 측이 소속사를 상대로 낸 소장에 '소속사가 골절상을 입은 한승연에게 무대에 오르라고 하는 등 무리한 활동을 요구했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사실이라면 한승연의 투혼 미담이 어쩌면 악몽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관계가 틀어진 일인데 누가 당사자들의 관계의 역사를 다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이상한 건 처음에 일이 터졌을 때부터 일방적으로 카라 3인을 비난하는 논조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의 여론도 카라 3인에게 극히 안 좋다. 성급하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은 오로지 돈문제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수익을 배분하는 동업관계에서 돈문제는 동시에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뢰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어쩔 수 없이 돈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회계 정산 부분은 신뢰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카라 3인 측이 자꾸 돈문제를 감추려 신뢰 운운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돈얘기를 안 하면 신뢰가 깨졌다는 걸 뭘로 증명하라고?

또, 돈문제이니까 무조건 탐욕이 원인이라는 식으로 단정 짓고 있다. 돈문제면 무조건 탐욕이 원인이다? 그러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각종 소요사태의 원인은 모두 탐욕인가? 투명한 정산과 이익배분의 요구가 도를 지나치지 않았다면 정당한 권리주장이라고 봐야 한다. 도를 지나쳤는지 아닌지는 차차 드러나는 정보들로 따져볼 일이다. 무조건 탐욕이라고 몰아붙일 순 없다.

카라가 한류와 한국 연예계에 먹칠하고 있다는 비난도 많다. 이건 정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논리다. 이건 88올림픽 때 노점상이 한국 이미지에 먹칠한다며 거리에서 싹 밀어버린 권력의 논리와 같다. 안 보이게 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국가이미지를 위해 누구도 희생되어선 안 된다. 국내에서 부당한 게 있다면, 나라 이미지가 어떻게 되건 말건 그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해야 한다. 카라에게 그런 정도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역시 앞으로 드러나는 정보로 판단할 일이다.


부모가 지나치게 나댄다는 비난도 많다. 이 부분은 '치마바람'이 유명한 한국에서 부모들이 유념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라의 경우 어린 '여자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에게 권리의식이나 제대로 된 협상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 경우 부모가 보호자겸 대리인으로 나서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도를 지나치면 안 될 텐데, 이 역시 앞으로 드러나는 정보들로 확인할 일이다.

카라가 자꾸 불충분한 음반, 음원 수익만 가지고 '언플'을 한다며 그보다 훨씬 많은 총수익이 지급됐다는 점을 들어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총액이 얼마나 지급됐건 그것과 상관없이 음반, 음원 수익 부분이 불투명했다면 그것을 불투명성의 사례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따져야 할 것은 해당 부문의 투명성 여부이지 총수익 따위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카라 3인 측에 대한 비난은 과도하며 성급한 면이 있다. 돈과 관련된 탐욕의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는 것이 흑색선전 수준의 낙인효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카라 3인 측이 정말 말도 안 되게 파렴치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지만, 그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야 알 수 있는 일이다.

타블로 사건 때도 엠시몽 사건 때도 정확한 정보확인 없이 너무 몰아친 감이 있었다. 지금도 정황이나 의심만으로 그들을 '패륜'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다. 좀 더 차분한 대응이 요청된다. 신뢰관계를 형성했던 대표, 이사 등이 모두 사라진 지금의 상황도 카라에겐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런 식으로 뜨겁게 부정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카라 분리가 안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자고로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민심이 천심으로 작용하는 분야가 정치 그리고 연예계다. 사람들이 싫어하면 그것으로 끝난 거다.

카라 분리 사태는 분명히 사람들이 아주 싫어하고 있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지금처럼 공방이 진행되면 점점 더 싫어하게 될 것이다. 한승연의 아버지는 연예계 은퇴까지 시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연예계에 남는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리고 한국인으로 남을 것을 전제한다면, 지금의 공방은 봉합을 목표로 상정하고 양측이 양보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어제 한승연 아버지가 리더라는 표현을 한 일본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건 치명적인 일이었다. 리더라는 표현이 규리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소속사 리더라고 해도 말이 되지만) 멤버를 거론한 것처럼 보이게 되면 마지막 순간까지 보호되어야 할 멤버들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공멸의 길로 가게 된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최후의 끈이 툭 끊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멤버를 거론하거나 애매한 인터뷰를 해선 안 된다. 진흙탕에서 뒹구는 건 어른들만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