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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나가수 임재범, 고통의 울음이 끓어오른다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임재범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것은 고스란히 <나는 가수다>에 대한 열기로 이어진다.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의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임재범이 노래를 잘 한다는 것과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평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출연할 경우 상당한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점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열기는 그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임재범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 외로 그가 '인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가수다>란 좋은 무대에서 모처럼 기량을 펼쳐보인다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가 먼저 가족의 아픔을 얘기하고, 그동안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며 가수 임재범을 넘어선 인간 임재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네티즌은 지금 임재범의 목에 걸린 헤드폰 하나를 보면서도 그 스토리를 떠올리며 감동하고 있다.

카리스마 락커로만 알려졌던 임재범이 이런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가 마음을 열자, 시청자의 마음도 열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인생역전의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 대체로 그 스토리들은 오디션 안에 한정된 것이다. 20대의 도전자가 해당 프로그램 안에서 잠시 유명해지며 스타가 된다는 판타지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그 인생역전의 이야기는 가벼울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는 훨씬 무겁고 울림이 크다. 왜냐하면 임재범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실제 인생, 그 연륜, 그 범상치 않은 삶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 출연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전기가 되었다며 회한의 눈물을 보인다. 이야말로 리얼한 인간의 이야기다. 온 인생이 담긴 진짜 삶의 이야기인 것이다. 당연히 감동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처음에 임재범을 섭외할 때까지만 해도, 그가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평소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카리스마 있는 가수를 보여준다는 정도의 의미만 생각했을 텐데, <나는 가수다> 입장에선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맞았다. 임재범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스토리의 힘은 <위대한 탄생>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또 하나, 임재범이 들려주고 있는 소리에 '고통'이 깔려있다는 점이 더욱 그 감동을 증폭시키고 있다. 가볍고 재미있는 것들은 언제나 인기를 끌게 마련이지만, 인간의 깊은 고통을 담은 작품들은 그런 인기를 뛰어넘는 거대한 울림을 준다. 그래서 명작이라고 불리는 예술 작품들엔 고통이 담겨있을 때가 많다.

우리 대중음악의 문제는 오로지 '밝음'만 있다는 데 있었다. 물론 사랑의 아픔을 표현하는 발라드도 간혹 있긴 하지만 그것을 인간의 고통이라고 하기엔 낯간지러운 수준이었다. 뮤직뱅크나 인기가요에서 고통의 심연을 표현하는 소리가 들리는 풍경을 상상하기 어렵다.

임재범은 바로 그렇게 귀했던 고통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는 정서적 충격이다. 시청자를 전율케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이번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인간적인 스토리가 그 고통에 절절한 무게감을 더한다.

고통을 직시하고, 고통에 공감하고, 고통을 표현할 줄 아는 문화가 오로지 명랑한 율동만 있는 문화보다 더 성숙한 문화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임재범이 고통의 소리를 주류 무대로 끌어올린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