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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최진실 아직 죽지 않았어! 내생애마지막스캔들


 

최진실 아직 죽지 않았어!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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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실 주연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시작됐다. 나이 40을 바라보는, 뽀글뽀글파마 머리에, 지지리 궁상 인생을 살고 있는 아줌마. 아이도 당연히 있고, 시어머니에게 구박 받고 시누이에 주눅 드는, 돈 한 푼에 벌벌 떨며 억척 ‘알바’ 전선에 나서는 아줌마가 최진실의 배역이다.


 그런 아줌마 인생에 기적이 찾아온다. 당대 최고의 남자스타가 최진실의 곁에 나타난 것이다. ‘아니,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인생대박, 인생역전, 말로만 듣던 인생로또다. 이제 아줌마 생애의 마지막(정말?) 스캔들이 펼쳐진다.


 평범한 남자에게 당대 최고의 여자스타가 찾아온다는 설정은 줄리아로버츠의 <노팅힐>, 후지와라 노리카와 초난강의 일본 드라마 <스타의 사랑> 등이 유명하다.


 둘 다 남성을 위한 궁극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요즘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가 유명하지만, 이런 류의 비현실성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사한 사례로는 <환상의 커플>을 꼽을 수 있겠다.


 젊은 여자가 재벌과 만난다는 신데렐라 판타지는 흔하다. 그러나 신데렐라건 뭐건 아줌마가 되면 끝이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아줌마’에게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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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최진실은 CF 엑스트라 알바에 나선다. 그 광고는 남자주인공이 아줌마들 틈에서 여자를 찾다가 젊은 여자와 만나는 순간 아줌마들이 다 쓰러진다는 화장품 광고였다. 그 대목에서 최진실은 분통을 터뜨린다.


 “여자를 찾다니 그럼 우린 뭐야?”

 “뭐긴 뭐야. 여자도 아니라는 거지.”

 “쓰러지긴 왜 쓰러져! 기분 나빠서 이런 화장품 사겠어요?”


 이 드라마는 이렇게 주장한다.


 ‘고목나무에도 꽃이 핀다!’


 극중 최진실은 확실한 고목나무가 되기 위해 과장된 아줌마 파마를 하고, 심지어는 나이 40 직전에 폐경을 당한다. 다리를 벌리고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을 때 최진실이 잠을 자는 것은, 이젠 부끄러움도 떨림도 없는 확실한 제3의성, 고목나무라는 것을 강조하는 설정이었다. 그래야 남자스타와의 스캔들이 화려한 반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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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배우들은 나이를 먹으면 정상의 자리에서 밀려난다. 나이 40 직전에 폐경을 당하는 건 그런 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반면에 남자배우들은 점점 더 나이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에선 송강호와 김옥빈이 만난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황정민과 전지현, <싸움>에선 설경구와 김태희가 나왔다. 모두 나이차가 10년이 넘는다. <이산>에서도, <쩐의 전쟁>에서도,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도 주인공 커플이 10살 차였다. 고아라의 상대역은 윤계상이다. 모두 10살 차 이상이다.


 그런데 아무도 나이 차이에 놀라지 않는다. 남자가 훨씬 유리한 세상이 된 것이다. 여성의 청춘은 일찍 끝나는데 남성의 청춘만 홀로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세상의 결혼은 상식적인 수준의 나이 차이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드라마/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남성판타지다. 그 판타지가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드라마 배역간 나이차에 주목하지 않는 판타지의 생활화.


 이런 ‘판타스틱’한 세상에서 <노팅힐>과 <스타의 사랑>에 열광했던 나에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통쾌한 반전이었다. 아줌마에게 스타가! 고목나무에 꽃이! 뽀글파마에 스캔들이! 돈벼락 맞는 것보다 더 화려한 판타지다.


 설정 자체가 이미 화려하고 통쾌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설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드라마에는 있다.


바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재미’가 있는 것이다. 아줌마물이라고는 하지만 늘어지지 않고 경쾌하다. 최진실이 화장실에서 오줌 참으며 몸을 비비 꼬는 장면에서는 오랜만에 드라마 보면서 실컷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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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배역에게도 봄이 오지만, 배우 최진실에게도 봄을 가져다 줄 듯한 작품이다. 최근 능글능글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던 정준호에게도 봄이 올 것 같다. 여기저기 봄을 뿌리는 걸 보면 스캔들이 좋긴 좋은가보다.


 진정한 스캔들은 단지 외간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닌 그것을 통해 꿈과 만나는 것일 게다. 아줌마의 잃어버린 여성성, 관심, 떨림, 여성으로서 존중받는 것을 회복하는 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보며 이런 환청이 들렸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드라마도 죽지 않고 살아나길. 최진실 파이팅!

* 출간 안내 : 제 책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