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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애국의거, 국가 표창 받아야 하는 이유

 

<무한도전>의 ‘선택 2014’ 투표에 무려 45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다고 한다. 단일 예능프로그램 이벤트론 가히 역대급 규모의 ‘사고’다.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가 정형돈 지지선언을 할 정도로 정치권의 관심까지 받았다.

 

정치학자들은 흔히 선거 때마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8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번 <무한도전> 사전 투표야말로 시청자의 놀랍도록 절묘한 선택이 나타난 사례였다. 1위 노홍철 44%, 2위 유재석 40%, 그 외 한 자리 지지율의 군소후보들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한국 정치지형의 은유였다. 거대양당과 소수정당들의 공존이라는 지형 말이다.

 

제작진이 8만 명 이상의 사전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절묘한 결과는 제작진의 기획이 아닌 전적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선택 때문에 이번 <무한도전> 선거 이벤트의 풍자성이 대폭 살아났다. 그야말로, 시청자는 위대했다.

 

이렇게 펼쳐진 멍석 위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영리한 상황극을 펼쳤다. 저마다 승리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밀실야합을 기도하고, 단일화 시도와 각서 파기가 난무하는가 하면, 철새 후보와 포퓰리즘 공약까지 등장하는 ‘진흙탕 개싸움’을 펼쳤는데, 이건 오롯이 대한민국 국회의 풍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도전>에서 이인임이 나름의 정치론을 설파하자 이성계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정치는 협잡이우다!’ 그러자 이인임은 이렇게 말한다. ‘도당 입성을 환영하오.’ 작가는 이인임의 입을 빌어 도당이라는 현실 정치의 세계가 결국 협잡의 세계임을 설파했던 것이다.

 

시청자는 여기서 도당을 국회로 읽는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작가도 도당을 대한민국 국회의 은유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즉, 대한민국의 국회 정치판이 협잡의 세계라는 뜻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정도전>에서 이인임이 도당 중신으로 횡행할 때 마치 현대 정치판을 보는 듯하다는 찬사가 터져나왔던 것이다.

 

바로 그 협잡의 정치를 <무한도전> 멤버들은 ‘진흙탕 개싸움’ 선거전 상황극으로 표현했다. 44 대 40 대 군소후보라는 절묘한 판 위에서 펼쳐진 상황극은, <무한도전>의 풍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각계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무한도전> 선거 이벤트가 이 정도로 크게 관심을 끌며 화제를 모은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이 선거 시즌이고 투표해야 할 때라는 걸 시청자 뇌리에 각인시켰다. 바로 이것이 이번에 <무한도전>이 이룩한 공로다.

 

선거 때마다 선관위는 투표독려 공익광고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향적으로 투표율은 떨어져만 간다. 특히 젊은 층의 투표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해질 거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선관위 공익광고 100개도 못할 일을 해냈다. <무한도전>의 주 시청자층은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 투표율 저하로 민주주의 위기까지 우려되던 상황에 딱 맞는 맞춤 처방이 되었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국가 표창을 받아야 한다. 이 정도면 정말 혁혁한 공이다. 특히 지방선거 투표율 저하 현상이 심각해서,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 대표성의 위기가 가시화된 상황이었다. 그런 지방선거를 맞이해 젊은 시청자들에게 선거를 각인시켰으니 국익증진도 이런 국익증진이 없다. 이 정도 ‘애국 의거’를 했다면 당연히 국가가 표창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