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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비정상회담은 기획의 승리다

 

JTBC의 <비정상회담>이 <썰전>에 이어 종편의 최대 예능 히트작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작부터 MBN의 <황금알>이나 <아궁이> 등이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는 했으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중년층 대상의 생활상식제공이나 ‘추억팔이’ 정도의 느낌이어서 화제성이 약했었다. 반면에 <비정상회담>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화제성이 나타나며 지상파 심야 토크쇼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젊은 외국인 남자들이 나와 한국살이에 대한 이야기, 자기들 나라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기획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기획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왜 이런 기획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다.

 

지상파엔 이미 <미녀들의 수다>라는 성공사례가 있었다. <비정상회담>은 그 남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녀들의 수다> 남성판을 준비하지 않은 건 외국인 이야기라는 포맷이 이미 한 번 우려먹은 흘러간 소재라고 여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시청자들의 성향을 간과한 판단이었다.

 

한국인의 외국, 외국인에 대한 관심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많기 때문에 ‘외국은 어떻게 사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외국인은 우릴 어떻게 생각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강대국 국민일수록 외국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인은 한국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이다.

 

특히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여자 시청자들은 외국에 대해 낭만적인 기대까지 품고 있다. 여자들은 해외여행에 열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 잘 사는 나라의 남자나 백인 남자에 대한 호감도도 큰 편이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들의 이야기라는 포맷에 ‘잘 생긴 외국 남자’라는 소재까지 더 했기 때문에 화제성이 클 수밖에 없다.

 

 

요즘엔 연예인들의 에피소드 토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식어가는 추세다. <라디오 스타> 수준으로 아주 독하게 향신료를 치지 않으면 그저 그런 연예인 에피소드들은 속절없이 묻힌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연예인 에피소드에 집착하는 지상파 토크쇼들이 요즘 고전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데, 젊은 외국인들이 서로 자기들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보인다든지,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자신을 반성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들은 시청자에게 상당히 만족감을 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의미에 더해 <비정상회담>은 외국인들끼리 서로 자랑하며 말싸움을 벌인다는 구도로 향신료까지 쳤다. 상대국에 대해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듣기 좋은 말만 했던 과거 지상파 프로그램과는 달리, 부정적인 인식까지 직설적으로 토로한다. 이런 솔직함도 요즘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요인이다.

 

물론 프로그램이 오래 진행되다보면 식상해지면서 외국인 프로그램의 인기가 끝났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한국인의 외국에 대한 관심은 단시일 내에 사라질 성향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외국인 프로그램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며 시청자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