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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역대 최대 풍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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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상금을 내건 추격전을 방영했다. 프로그램 속에서 ‘13월의 보너스’, ‘갑을관계’, ‘열심히 일하는데 왜 더 힘들어지나’ 등 다양한 ‘떡밥’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무한도전>이 최근 사회면 뉴스로 나오는 이슈들을 풍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무한도전>의 풍자는 더 깊은 곳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 심상치 않은 게임 규칙 때문에 그렇다. 패자들의 몫을 걷어서 승자에게 상금을 몰아준다는 설정이었다. 이 게임을 끝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몰아주기가 극단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끝까지 가면 상금이 사라져 공멸하게 되고, 아니면 멤버 전원이 게임 종료에 동의하는 경우다. 상금에 눈이 멈 멤버들은 게임 종료에 동의하지 않고, 서로 자신이 상금을 갖겠다며 진흙탕 이전투구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현재 사회경제시스템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린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 질서의 중심인 미국은 대공황 전까지 ‘몰아주기’ 체제였다. 승자에게 부를 몰아줘 거대한 부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에 ‘나눠갖기’ 체제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많은 몫을 나눠가지면서 거대 중산층의 사회, 복지사회로 나아건 것이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이후 미국은 다시 ‘몰아주기’ 체제로 돌아섰다. 상위 1%의 소득비중이 치솟았다.

 

미국의 선택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도 당연히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 90년대 이후부터 ‘몰아주기’ 체제로 변신해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양극화가 벌어지고, 재벌의 영향력이 커져갔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대기업에게 몰아주면 낙숫물이 떨어져 모두가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낙수효과에 대한 의문이 세계적으로 커져갔다.

 

임금체계도 몰아주기체제로 변해갔다. 과거엔 비슷한 직급은 비슷한 급여를 받으며 모두들 비슷비슷하게 살아갔다면, 8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하면서 시작된 새로운 체계에선 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몰아주기체제로 바뀐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누르고 자신이 많은 몫을 독차지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무한경쟁의 사회가 도래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누구 하나가 다른 사람들 몫을 뺏어서 독차지하는 흐름의 끝은 모두의 피해 즉 공멸일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의 이번 추격전은 마치 이런 무한경쟁의 사회를 풍자한 것처럼 보인다.

 

또하나 의미심장한 것은 게임을 끝내는 방법이다. <무한도전>은 첫째 완전히 한 명이 다 가질 때까지 끝까지 가서 파국을 맞거나, 둘째 모두가 게임종료에 합의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MBC라는 갑이 상금 쟁탈전을 요구해도 모두가 합의하는 순간 경쟁을 끝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지금의 경쟁사회를 끝내려면 우리 모두가 남을 이기고 자기가 큰 몫을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누가 어떤 요구를 하건간에 모두가 경쟁거부에 동의하는 순간 경쟁체제가 멈춘다는 이야기다. 이건 정말 거대한 담론이고 본질적인 차원의 사유다. <무한도전>은 진짜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일까? 애초에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격전은 <무한도전>의 역대 최대 풍자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