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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김대중대교 나는 반댈세

김대중대교 나는 반댈세


전라남도가 목포시∼신안군 압해도를 잇는 1.4킬로미터 길이의 연륙교를 '김대중 대교'라 하고 이달 말께 조기 개통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정치지도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세종대왕, 이순신, 안창호, 이황 등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나 호가 지명에 사용되고 있다. 외국에서 현대 정치인의 이름을 쓴 경우로는 미국 뉴욕의 JFK 공항, 프랑스의 드골 공항 등이 있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건 슬픈 이야기지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지 존경받는 정치지도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지역구도의 상징이다. 물론 그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전라도 목포에서 김대중 대교를 내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 전두환 대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때 아무리 민주적 대의에 입각해 그것을 비판해도 결국엔 ‘왜 전라도는 했는데 경상도는 못하게 하나’라는 지역구도 진흙탕 싸움만 남는다.


지역감정이 강화되면 경상도의 소패권주의를 절대로 막을 수 없다. 경상도의 인구수가 타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경상도가 똘똘 뭉치면 한국권력지형을 뒤흔들 수 있게 된다. 대신에 한국은 지역감정이 판을 치는 후진국으로 고착된다.


지역감정을 자극할 만한 일을 최대한 안 벌리는 것이 상책이다. 이것이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런 예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교를 반대하는 이유다.


광주에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만든 것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목포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후광로가 있다. 전남도청엔 김대중 강당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실 지역감정의 문제를 빼고도 살아있는 정치지도자에 대한 예우로는 이미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된다.


전라남도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1.5킬로미터 규모 다리의 이름은 이순신 대교라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만큼 불멸의 이름을 갖게 될런지는 사후에 결정될 사안이다. 이순신 장군처럼 오랜 세월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사후에 명명하는 것이 순리다.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라 반복해서 말한다. 지역감정은 절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도 절대로 안 된다. 전라도가 경상도의 대응행동에 빌미를 줘서 이득을 볼 것이 전혀 없다.


지나친 김대중 추앙은 타 지역을 자극한다. 다리 이름이야 나중에 다시 고쳐도 된다. 그러나 마음속에 새겨진 지역감정은 평생 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에, 지역구도가 어느 정도 완화된 후에, 그래서 한국사회가 그를 단지 한국의 민주지도자, 통일지도자로 담담하게 기억할 수 있을 때, 그때 대교든 어디에든 그 이름을 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