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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인애가 쇼핑몰 가격 때문에 호된 곤욕을 치렀다. 옷의 가격을 30만 원대에서 130만 원대까지 책정했기 때문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그녀는 공장 대량생산이 아니라 주문 맞춤제작이며 원단 등도 고급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고 <한밤의 TV 연예>에서 곽정은이 그녀가 시장가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한 후 장미인애가 재차 반발하자 질타는 더욱 강해졌다.

 

그런데 옷값이 수십만 원대에서 백만원 대에 책정된 것이 정말 엄청난 가격이었을까? 백화점에 가면 그보다 비싼 가격의 옷들도 많다. 요즘 청소년들도 백만 원 내외의 이른바 ‘등골브레이커’ 점퍼를 마구잡이로 산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고, 심지어 아동들에게까지 이백만 원이 넘는 패딩을 사준다는 소식들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손녀가 그런 옷을 입은 모습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고가의 옷들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명품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고가의 명품들이 버젓이 팔리며, 화려한 명품관이 당당하게 영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에 장미인애의 쇼핑몰만 비윤리적이라고 심판할 수 있는 걸까?

 

곽정은은 장미인애가 시장가격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비싼 옷은 원래 공정 시장가격 따위가 없다. 부르는 게 값이다.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논할 수 있는 건 서민들이 입는 일반 의류 부문이다.

 

매체들은 장미인애 쇼핑몰 가격에 근거가 없다며 근거를 대라고 채근했는데, 비싼 옷엔 원래 근거 따위도 없다. 비싼 옷은 사치품이고, 사치품의 가격은 ‘엿장수 마음대로’ 매겨진다. 비싼 옷의 가치는 옷 자체가 아닌, 소비자의 욕망에 있다.(허영심, 과시욕 등) 그러므로 비싼 옷의 가치는 애당초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미인애의 해명은 허망한 시도였다. 주문 맞춤 제작방식이라느니, 원단이 좋다느니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자기 제품의 내재적 가치를 부각시켰다. 이러면 사치품으로선 결격이다. 사치품은 원래 이유 없이 비싼 것이고, 내재적 가치를 따지는 건 서민용품에서나 하는 일이다.

 

일각에선 부당한 고가격의 장미인애와 달리 비싼 명품들은 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법이라고 강변했다. 한예슬의 한 공항패션을 보면 점퍼 450만 원, 작은 백 230만 원, 신발 130만 원이다. 최지우의 한 공항패션에선 점퍼가격이 175만 원이었고, 수지는 점퍼 72만 원에 원피스 200만 원대, 클러치백 600만 원으로 나온 공항패션이 있다. 드라마에서 몇 백만 원대 명품들이 비치면 곧바로 백화점에서 매진되기도 한다. 내재적 가치가 정말로 있다면 이런 옷이나 가방류는 금실, 다이아몬드 실로 짰단 말인가? 그런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내재적 가치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명품엔 명품 가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허영심, 과시욕 등 헛된 욕망을 가리려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유독 장미인애에게만 ‘왜 그런 가치도 없으면서 비싸게 받는 것이냐, 당신 제품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장미인애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명품천국 대한민국에서, 가격이 비쌀수록 물건이 잘 팔려 기업들이 일부러 고가정책을 고수하고, 외국에선 중저가 제품도 한국에선 명품행세를 당당하게 하는, 이런 ‘묻지마 호갱님’들의 나라에서 왜 몇몇 여자 연예인에게만 ‘합리적 가격’이란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나타난‘장미인애 사냥‘의 문제는 그 논리가 명품의 고가를 정당화해주는 방식, 즉 ‘명품은 비싼 값을 받을 자격이 있으나 연예인인 넌 안돼’, 이런 식이었다는 점이다. 이러면 연예인 쇼핑몰 때리기가 다른 고가 명품에 면죄부로 작용하게 된다. 몇몇 연예인만 망신당하는 대신에 한국은 여전히 ‘호갱님’들의 나라로 남는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연예인 쇼핑몰 때리기’가 아니라 우리의 과시적 소비 의식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치품 시장은 소비자의 헛된 욕망을 먹고 큰다. 몇몇 연예인 때린다고 황당하게 비싼 옷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사치품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나 위화감으로 울화가 쌓이면 다시 만만한 연예인 쇼핑몰 찾아서 화풀이하면서 ‘명품은 되지만 넌 안돼’, 이렇게 심판해봤자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사치품으로 인해 울화가 더욱 쌓이는 악순환만 이어질 뿐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