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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스타 DJ였던 김광한이 지난 6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국내 첫 FM 방송을 시작한 서울FM에서 1966년에 19세의 나이로 DJ 생활을 시작했다. 최연소 팝 전문 DJ의 등장이었다. 서울FM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후엔 1979년에 박원웅이 진행한 <박원웅과 함께>에 게스트로 나서면서 다시 방송계의 주목 받았다. 이후 TBC FM에서 <탑 툰 쇼>를 진행하고, KBS에서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을 진행하면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80년대에는 김광한과 김기덕이 양대 인기 DJ였다. 김기덕은 ‘안녕하세요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헤헤헤헤헤’라는 특이한 웃음을 곁들인 인사로 유명했는데, 김광한은 그에 비해 차분하고 튀지 않는 진행을 했다. 김기덕과 김광한의 차이는 80년대 섹시스타인 마돈나 발음 논쟁에서도 나타난다. 김기덕은 본토발음인 ‘머다나’를 고집했는데, 김광한은 방송을 우리 표준 발음에 맞춰야 한다며 듣기 편하게 마돈나라고 발음했다. 튀는 김기덕과 차분한 김광한의 차이다. 김기덕은 개성이 아주 강렬해서 남성팬이 많았고, 편안한 진행의 김광한에겐 여성팬이 많았다.

 

 

당시엔 팝음악을 소개해주는 유명 DJ가 많았었다. 이 둘에 이종환을 합쳐서 3대 DJ라고 하기도 하고, 박원웅까지 합쳐서 4대 DJ라고 하기도 했다. 이외에 황인용도 팝송 전문 DJ로 이름을 떨쳤고, 황인용의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소개해주던 전영혁도 나중엔 DJ로 독립해 음악광들이 애청하는 라디오 방송의 주인공이 되었다.

 

송골매의 배철수가 과거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때 강호동이 그에게 고민을 물었었다. 배철수는 ‘요즘 청소년들이 팝송을 안 듣는 것이 고민이다’라고 했다. 배철수가 그런 고민을 토로할 정도로 요즘 청소년들은 가요만 듣는다. 팝을 소개해주는 스타 DJ들이 각축을 벌이던 80년대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80년대엔 김광한, 김기덕, 이종환, 황인용 등이 날마다 팝차트를 소개해주고 60년대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주목 받았던 온갖 팝송들을 틀어줬다. 청소년들은 FM 라디오 앞에 앉아 숨죽이고 그 방송을 들었고, 자신들의 사연을 엽서에 적어 DJ에게 보냈으며, DJ가 선곡해주는 명곡들을 테잎에 녹음해 듣고 또 들었다. 전영혁 같은 이는 청취자들의 테잎 녹음을 도와주기 위해 멘트 없이 음악만 연속적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김기덕이 매주말 마다 빌보드 주간 차트를 소개해주던 방송도 인기였다. 요즘 청소년들은 빌보드 차트에 어떤 노래들이 올라오는지 아무 관심도 없다. 팝송을 녹음해가며 듣지도 않는다. DJ와 팝칼럼니스트들의 팝 해설에 집중하지도 않는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가요만 듣게 된 상황이 바람직한 것일까? 그렇다면 배철수가 청소년의 팝송 외면을 걱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요만 듣는 지금은 심각한 문제 상황이다.

 

우리 가요가 충분히 깊고 넓어서, 가요만으로도 음악적 자양분을 넉넉하게 얻을 수 있다면야 가요만 듣는 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류 가요가 아이돌 댄스 음악으로 완전히 획일화된 상황이다. 음식으로 치면 자극적인 패스트푸드만 남은 것인데 아이들이 그런 것만 섭취하면서 큰다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인류가 현대문명을 건설한 이후 새롭게 시작된 대중음악의 정수가 팝음악에 쌓여있다. 그 자양분을 버리고 가요만 편식하는 것은 심각한 불행이다. 우리 가요는 팝음악의 절대적 영향 아래 성장해왔다. 80년대 스타 DJ의 시대에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팝음악에 열광했던 청소년들이 결국 90년대에 가요 르네상스 주역이 된다. 그때 청소년들은 팝음악의 계보까지 따져가면서 공부하듯이 팝송을 들었고, 바로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해설자로서 DJ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젠 음악이 심심풀이 소비상품일 뿐이다. 해설자도 필요 없고 계보를 연구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스타 DJ는 사라졌다. 음악적 다양성, 음악적 진지함도 사라졌다. 패스트푸드 같은 음원상품 트렌드만 남았다. 스타 DJ의 시대가 새삼 그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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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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