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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여자친구 꽈당투혼과 박명수 몸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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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여자친구에게 직캠대박이 터졌다. 강원도에서 열린 라디오 공개방송의 영상 때문에 엄청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날 비가 내려 무대가 미끄러웠고 그 때문에 여자친구가 넘어지면서 공연을 소화했는데, 그 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팬이 직접 찍은 EXID<위아래> 공연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노래가 차트 역주행을 하고 EXID가 대중에게 각인된 것처럼, 여자친구도 직캠 영상의 화제로 차트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면서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심지어 외신까지 주목했다. 미국의 타임 매거진이 공식 트위터에 여기 8번 넘어진 K팝 가수가 당신이 하는 일에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며 영상을 소개한 것이다. 그 외에도 영국의 데일리 미러, 데일리 메일, 호주 야후, 뉴질랜드 뉴스 TV1을 비롯해 이스라엘, 네덜란드, 멕시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매체들이 이 영상을 소개했다. 한국 가수의 영상이 이렇게 전 세계 외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싸이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일로 한국의 아이돌이 얼마나 치열한 트레이닝을 받는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여자친구 멤버들은 넘어진 후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바로 대오로 복귀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열병식에 대비해 중국 의장대가 훈련한 것 이상의 훈련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 아이돌이 얼마나 물불 안 가리는 투혼으로 중무장했는지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비가 내려 정상적인 공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아이들은 몸을 내던져 공연에 임했다. 이것이 외국인들한테도 감동적인 열정으로 보였을 것이다.

 

꽈당 투혼은 그전에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과거 카라의 한승연이 무대에서 넘어지고도 바로 일어나 안무를 소화해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한승연은 팔에 깁스를 한 상황에서도 무대에 올라 댄스곡 공연을 몸 사리지 않고 해냈다. 이런 부상투혼이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다.

 

하지만 부상투혼이 만성화된 투혼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과거 우리가 하면 된다정신으로 밀어붙이던 속도전 개발의 시대엔 안전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땐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야 했다. 우리는 모두 산업전사를 넘어서 산업투사가 되었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렸다.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지만 과로사망자도 속출했다.

 

 

안전을 챙기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문화는 사회적으로도 큰 병증을 남겼다. 툭하면 터지는 안전사고가 모두 그런 안전불감증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제 우린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투혼사회에서 꼼꼼하게 챙길 것은 챙기면서 가는 안전사회로 진화해야 한다.

 

여자친구 공연의 경우 무대가 미끄러우면 주최측이 즉시 공연을 중단시키고 무대를 정리했어야 했다. 출연자가 반복적으로 넘어지는데도 쇼가 진행된 건, 주최측이 출연자의 안전보다 쇼의 진행을 더 중시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사람보다 결과물이 더 중요한 사회는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연예인들도 위험한 상황에선 스스로 자기 몸을 보호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업계나 시청자들은 몸 사리는 사람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예들 들어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때 머리 부상을 우려해 몸을 사린 박명수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에 진통제 맞아가며 혹은 구토까지 해가며 시합을 강행한 멤버들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투혼이 강요되는 사회인 것이다. 사실은 몸 사린 박명수가 제대로 판단한 것이고, 진통제 맞거나 구토해가며 프로그램을 강행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쇼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무대안전에 둔감하기 때문에 비로 인한 공연장 꽈당 사태가 반복적으로 터진다. 과거 한류드림콘서트 때 에이핑크가 넘어졌고, AOA의 초아는 행사 무대에서 얼굴이 바닥에 부딪힐 정도로 넘어졌다. 이때도 물론 아무도 공연을 중단시키지 않았고 걸그룹 멤버들은 넘어진 후 벌떡 일어나 그대로 안무를 소화했다. 이러면 안 된다. 사람이 넘어질 상황이면 즉시 중단, 무대 정리라는 매뉴얼이 기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부상투혼이 나타난다. 과거에 한국에서 큰 투수들이 미국에서 큰 투수들보다 어깨수명이 더 짧았던 것도 사람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우리 문화와 관련이 깊었다. 선진화는 바로 이런 대목에서 필요하다. 결과보다 사람이 중요한 사회,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한 사회, 사람이 다칠 상황에선 그 어떤 프로젝트라도 즉시 중단시킬 수 있는 사회, 이젠 그런 안전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