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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투혼', 바람직한가?

 

<하재근의 문화읽기> '꽈당투혼', 바람직한가?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5.09.14. 23:40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최근 우리나라 한 걸그룹이 무대에서 8번을 넘어지면서 끝까지 이어간 공연이 있었는데, 

이게 해외에서도 그렇게 화제라면서요?

하재근

네, 그게 이제 이른바 ‘꽈당투혼’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여자친구’라는 걸그룹 어느 라디오 공개방송 무대에서 비가 내려서 무대가 미끄러우니까, 

미끄러운 가운데서도 공연하다가 계속 넘어진 겁니다. 

근데 넘어졌는데 벌떡 일어나서 또 춤을 추고, 넘어졌다가 또 벌떡 일어나서 춤을 추고,

 이게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팬들이 생겨나고, 그것 때문에. 

해외에서도 타임지가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극찬하는 식으로 트위터에다 글을 쓰고, 

그 외에도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뉴질랜드, 여러 나라에서 이 여자친구의 공연을 주목하면서 

싸이 씨의 강남스타일 이후로 k-pop 가수의 영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첫 번째 사례가 

이번에 ‘꽈당투혼’ 영상이 됐습니다. 

유나영

아무래도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굉장히 프로 정신이 아름답다, 이

렇게 느껴진 것 같은데, 그런데 이전에도 이런 연예인들의 ‘꽈당투혼’, 좀 있지 않았습니까?

하재근

네, ‘꽈당투혼’이 비일비재했었는데, 그동안에도. 과거에 한류드림콘서트 때 

에이핑크라는 팀이 노래를 하다가 넘어진 적이 있었고, 

그리고 AOA, 요즘에 뜨는 걸그룹인데 AOA의 초아 씨 같은 경우에는 이제 행사 무대에서, 

그날도 비가 와서 미끄러운 데 공연을 하다가 넘어졌었고, 

그리고 ‘꽈당투혼’으로 팬들의 엄청난 찬사를 받은 원조가 카라라는 팀의, 

아 저게 지금 초아 씨 넘어진 장면 같은데. 

유나영

네, 굉장히 심하게 넘어져서.. 

하재근

얼굴이 거의 부딪칠 정도로. 

그리고 옛날에 이제 한승연 씨, 카라의 한승연 씨가 원조 ‘꽈당투혼’ 스타인데,

 넘어지고 벌떡 일어나서 이제 공연을 잘해가지고 팬들의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심지어 한승연 씨 같은 경우에는 팔에 깁스를 한 상황에서도 무대에 올라와서 춤을 추면서 공연을 해서, 

거의 뭐 ‘부상투혼’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유나영

어디 크게 다치진 않았을까 심히 걱정스러운 수준인데, 

한편에서는 ‘부상투혼’이 만성화된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이런 우려의 시선도 있더라고요. 

하재근

이것이 매우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사회인 건데, 

만약에 한국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이번에 여자친구의 ‘꽈당투혼’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러한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정상 사회였다면 

비가 내려서 무대가 미끄러운데 공연을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사 공연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공연 중에 가수가 자꾸 넘어지는데, 

즉시 공연을 중단시키고 무대를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에 뭐 공연을 재개하든지, 했어야 그게 정상적인 모습인데, 

한국 사회는 비정상 사회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공연을 강행하다가 ‘꽈당투혼’도 나타나고 

또 툭하면 ‘부상투혼’도 나타나는데 바로 이게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됐냐면, 

6.25의 폐허 속에서 너무나 빨리 이제 개발을 하려다 보니까 속도전식 개발, 이게 이제 우리 사회에 만성화된 겁니다. 

그래서 안전을 세세하게 따지고, 사람 한 명 한 명의 그런 어떤, 그런 안전을 따지는 것보다는 

무조건 결과지상주의, 우리는 결과를 내야 된다, 

사람은 무조건 결과를 향해서 앞뒤 보지 않고 달려가야 된다, 

나의 안전을 챙길 겨를 따위는 없다, 이게 만성화돼서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과로사를 했고, 

그리고 아직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서 수많은 후진국형 사고가 터져가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한국의 속도전식 문화가 결국에는 ‘꽈당투혼’, ‘부상투혼’, 

이게 가요계만의 일이 아니라, 운동선수들도 툭하면 ‘부상투혼’을 하니까, 

그리고 너무나 혹사를 하고. 그래서 류현진 선수가 미국에서 지금 부상을 당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서 혹사, 어깨를 혹사했기 때문에 후유증이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이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투혼 사회에서 좀 안전 사회로 선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유나영

사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내는 힘이 한국인의 근성이다, 

이렇게 생각되어지곤 했었잖아요. 그래서 말씀하셨듯이 우려의 시선들이 참 많은데, 

일각에선 시청자들이 이런 모습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하재근

요즘에는, 이렇게 자기 안전을, 몸 사리지 않고, 몸을 던지는 모습이 

열정, 성실, 이러한 가치로 포장이 돼서 자기의 안전을 챙기면 시청자들이 막 욕을 합니다. 

왜 불성실하게 하느냐, 왜 너는 당신의 몸만 챙기느냐. 

이런 식으로 비난을 하니까 연예인도 그렇고 운동선수도 그렇고, 

사람들의 압력에 의해서 결국에는 ‘꽈당투혼’이든 ‘부상투혼’이든 이렇게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결국에는 사람의 안전이 도외시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대중도 사람의 안전이 중요하지, 무조건 성실, 열정, 

이런 걸 명분으로 몸을 던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러한 좀 가치 판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나영

진정한 프로 정신이란 무엇일까, 또 성숙한 대중의 시선이 필요하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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