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온이미지

2015.10.19

 

<하재근의 문화읽기> 우리말 파괴 어디까지..신조어·외래어 '범람'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5.10.19. 22:00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범람하는 신조어와 외래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요즘 인터넷, SNS를 볼 때마다 

가끔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그런 배경들을 위주로 해서 굉장히 많은 신조어들이 

그야말로 범람하고 있죠.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하재근

그렇습니다. 시중에 굉장히 많은 신조어가 있는데, 

요즘에 예를 들어서 ‘빼박캔트’, 빼도 박도 못 한다,

그리고 ‘ㅇㄱㄹㅇ ㅂㅂㅂㄱ’, 이거 레알 반박 불가, 레알은 진짜라는 뜻이죠. 이거 진짜 반박 불가.

그리고 ‘낄끼빠빠’는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마상’은 마음의 상처인데, 

마상이 지금 뭐 95년 이전 출생이냐 이후 출생이냐, 이런 걸 아는 기준이 된다는 말도 있고요. 

‘마상’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쓰는 신조어는 얼마 전에 어느 매체에서 조사를 했는데, 

핵노잼, 생선, 노답, 이렇게 나왔는데. 

정말 재미없다, 생일선물, 답이 없어 답답하다, 이런 것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용경빈

들어 보니까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신조어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신조어가 아니라 이제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하죠?

하재근

이것이 여성상과 남성상 같은 것들을 반영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서 여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들이 ‘청글녀’, 청순하고 글래머인 여자. 

‘잇몸녀’, 웃을 때 잇몸이 드러나는 여자. ‘스크림녀’, 공포영화 스크림처럼 얼굴이 괴기스럽게 생긴 여자, 

이런 식으로 여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들이 있고. 

반면에 남자를 가리키는 신조어 같은 경우에는 ‘츤데레남’,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뇌섹남’,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 

그러니까 여자를 가리킬 때는 외모 중심, 남자는 어떤 내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해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신조어로 그대로 들어가는, 이런 모습이고. 

또 우리 사회에 요즘에 좀 돈이 없으니까,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분들이 많아져서, ‘편도족’. 

그러니까 편의점 도시락족, 그리고 나홀로 가구가 많아지니까 ‘혼밥족’. 

그리고 요즘에 자영업계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정식으로 보증금을 내지 못하고 

떨이 형식으로 몇 달 동안 반짝하고 장사하는 ‘깔세’ 장사.

 이런 식의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용경빈

뭔가 좀 안타까운 사회의 현상들이 반영되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그런데 이런 걸 다 알아야 대화가 되는 겁니까? 굉장히 어려운데요. 

근데 더 문제는 이게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왜 이렇게 빨리 늘어나고 있죠?

하재근

일단 요즘 젊은 세대는 외국어 교육을 굉장히 열심히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외국어 사용이 익숙한 겁니다. 그러니까 뭐 ‘빼박캔트’, 

이런 식으로 우리말하고 외국어를 조합해서 신조어를 많이 만드는 것이고. 

그다음에 요즘 세대가 인터넷, 스마트폰, 이런 걸 쓰면서, 

주로 타자를 통해서 소통을 하다 보니까 긴 말을 무조건 줄여서,

 심지어는 초성만 남겨놓는다든지, 아니면 타자 치다가 오타가 나는데 그걸 그대로 신조어로 만든다든지. 

‘제발’을 치다가 오타로 ‘젭라’ 이렇게 됐는데 이걸 그냥 ‘젭라’ 이런 식으로 신조어로 쓴다든지. 

아니면 게임용어, 예를 들어서 ‘하드 캐리한다’, 한 사람이 많은 몫을 한다, 

이런 식의 게임용어를 그대로 신조어로 쓴다든지. 광범위하게 신조어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러한 신조어를 아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언어장벽이 너무나 크게 되면서 

우리나라 국내적으로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와 있고, 이대로 가면 우리말 자체가 굉장히 많이 파괴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지금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용경빈

근데 뭐 조금 전에도 얘기를 해주셨지만, 

사실 이렇게 파괴되는 것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들, 아까 ‘캔트’가 조합된 그런 단어 같은 것들 많은데요. 

이런 게 좀 요인이 된다고 지적이 들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하재근

지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이 오염되고 있는 거죠. 

일단 대기업 같은 경우에, 얼마 전 한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시중 과자 461개 중에서 404개 과자 이름에 외래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고. 

그리고 관공서 같은 경우에, 한국 문화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K-컬처라고 중앙정부부터가. 

그리고 문화재청도 얼마 전에 고궁 숙박 사업 한다고 하면서 ‘고궁 스테이’라고 영어를 써서. 

그리고 지하철 같은 경우에 바람막이 문을 굳이 ‘스크린 도어’라고 요즘에 합니다. 

그리고 또 한 지방도시는 구호가 Interesting, Science and technology, 영어로 다 도시의 구호를 쓰고. 

그리고 어느 지방경찰청 같은 경우에는 ‘프리허그&하이파이브데이 운영’ 

이런 식으로 청소년을 상대로 여러 가지 선도사업을 하는데, 

왜 그것을 굳이 영어로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 

관공서부터 시작해서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우리말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다가는 세종대왕의 뜻이 과연 제대로 남아 있을 수 있겠으며, 

한글의 정신은 지켜질 수 있겠느냐, 굉장히 큰 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용경빈

정말 이렇게 보니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외래어, 외국어들을 쓰고 있었는데, 

문제는 아마 이런 것조차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게 굉장히 큰 문제겠죠. 

신조어로 인한 단절을 논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좀 바른 우리말을 선도하지 못한 

그런 책임에 대해서 먼저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퍼온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11.09.  (0) 2015.11.10
2015.11.06.  (0) 2015.11.07
2015.11.02.  (0) 2015.11.03
2015.10.26.  (0) 2015.10.30
2015.10.24.  (0) 2015.10.24
2015.10.19.  (0) 2015.10.19
2015.10.05  (0) 2015.10.06
2015.09.28.  (0) 2015.09.29
2015.09.26.  (0) 2015.09.27
2015.09.24.  (0) 201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