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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애호증자가 된 우리 아이들


1. 암울한 추억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생의날이었다. 시내 한 대학 운동장에서 학생의날 기념행사를 청소년들이 했다. 관제 행사가 아니라 청소년 단체가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였다.


이웃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함께 갔다. 행사장에 있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학생주임이 보인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학생지도를 위해 청소년 행사장까지 방문한 학생주임의 보호를 받게 된 내 친구들.


아무도 보호받는다고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워했다. 그리고 학생주임의 눈을 피해 도망쳤다. 그 대학은 산을 끼고 있는 학교였다. 친구들은 산을 타고 올라가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2. 어이상실 안전지도


촛불집회에 선생님들이 떴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안전지도를 위해 장학사와 교사 8백50여 명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단다. 이렇게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해주다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중·고딩 꼭꼭 숨어라!"…10대 사라진 촛불 집회

장학사 등 850명 '감시'…학생들 "못 막을 걸!"

[프레시안 2008-05-10 ]

그들은 숨바꼭질 중이었다. 약 850명의 교감, 장학사가 촛불 집회가 열리는 청계 광장으로 들어오는 길목마다 눈을 부릅뜨고 학생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집회가 열리는 곳곳을 누비며 10대 학생의 참여 여부를 따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17 촛불문화제 때 서울시내 교감, 생활지도담당교사 등에게 배포된 학생안전지도 배치도 [오마이뉴스 2008-05-17]

교육청 관계자는 "수많은 군중이 모이는 집회에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뜻하지 않은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뿐, 참가저지 목적은 아니다"라 했다고 한다.


참가저지가 목적이 아니라니 소가 웃을 말이다. 교사가 뜨면 학생은 주눅 든다. 행사장에 교사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종의 협박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단지 안전사고 대비용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공권력 차원에서 안전사고가 염려되면 119 구호요원을 배치하면 된다. 사고 터졌을 때 교사가 인공호흡할 건가?


미국 축산업 제품은 꼭 광우병 문제가 아니라도 위험하다.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호르몬제 과투입 등 ‘못된 짓’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제품도 좋은 평가는 못 받는다. 가능하면 안 먹는 게 좋다. 이건 상식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안전을 정말로 위협하는 건 이런 산업화된 먹거리들이다.


그렇게 학생안전이 걱정된다면 교육자들이 앞장서 미제 쇠고기 반입 반대 운동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청은 집회 안전지도에만 몰두하고 있다. ‘어이상실’이다.


3. 얼굴 가리는 학생들에게 자유를


최근 지방의 한 고등학생 모임에 갔었다. 입시교육을 거부하는 모임이었다. 난 별다른 생각 없이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학생들이 거부했다. 얼굴 찍히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학교측에서 그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입 원서 쓸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분위기도 풍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학생들은 사진 찍히는 것도, 자신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도 두려워했다.


무슨 역적질을 한 것도, 비행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우리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며 숨어 살아야 하나.


외국인들이 보면 참 이상할 것이다. 옛날 내신 관련 청소년 집회 때도 그랬다. 왜 한국 청소년들은 시내에 나오면 마스크를 쓸까? 한국 청소년에겐 마스크 애호증이 있나? 왜 한국 청소년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켓으로 얼굴을 가릴까?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나? 그때 주최측은 애타게 외쳤다. '사진을 찍지 마세요! 청소년을 보호해 주세요!'


외국인들은 또 이상할 것이다. 그런 한국 청소년들이 왜 축구 응원하러 나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활기찬 태도를 보일까? 마스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한국 학생들이 국가의 지시에 따라, 학교당국의 보호 정도에 따라 얼굴을 드러냈다 감췄다 한다는 걸 그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알려지면 나라망신이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전했던 것 몽땅 취소당하고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해외토픽에 나올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마스크 애호증자가 된 까닭은?' 


쇠고기 촛불집회에 또다시 그 안전보호강박증이 발동했다. 퇴학, 경찰처벌 등의 협박성 괴담이 학교측에 의해 유포됐다고 한다. 정부도 사법처리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겠다고 직접 촛불집회장까지 출동했다. 우리 아이들을 마스크 매니아에 카메라 공포증자로 만드는 그놈의 보호강박증 발동이다.


과거엔 아이들이 입만 가리는 마스크를 썼었는데 이번엔 얼굴 전체를 다 가리는 마스크도 등장했다. 카메라공포증이 스타일리쉬한 퍼포먼스로 승화됐다. 그래봤자 마스크는 마스크다. 집회할 때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나라는 집회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


국제적으로 마스크 쓰고 다니는 정치행위자들은 멕시코의 사파티스타같은 무장투쟁단들이다. 도대체 우리 학생들이 무슨 무서운 짓을 했다고 마스크로 얼굴을 감춰야 하나?


이런 괴이한 학생 스토킹은 이제 그만 두는 게 교육청 어른들의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다. 미제 쇠고기 수입에 동원되는 교육자의 양심이 온전하겠는가?


아이들한테 숨 쉬고 의사표현할 공간을 주자. 아이들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겨주자. 지금은 21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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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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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댓글 입니다

  3. 공권력보다 무서운게 학교권력이네요...
    경찰보다 무서운게 선생님, 장학사...

    이런 현실에 아직도 민주시민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건지...
    저도 고등학교때 '교과서에서 과연 진짜 민주주의에 대해 교육하고 있는건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적이 있지만, 역시 '아직도 멀었다'는 답이 나오다니...
    30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 정말 민주사회 된 것 맞을까요?

    답답한 현실이네요...

    길게잡아 5년만 지나도 그 아이들 대다수가 유권자가 됩니다.
    어디한번... 두고보자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4. 근데 재근아 그건 성인들 시위해도 마찬가지 아냐?
    거의 마스크 쓰자나

    재근이 너는 좀 먼저 결론을 니맘대로 정해놓고

    거기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게

    좀 문제야


    그런거를 고려해서 글을 썼으면 좋겠다



    항상 재근이를 생각하며 바라보는

    형아가..

  5. 근데// 독해력과 이해력, 특히 철자법이 2MB수준으로 달리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한국어가 유일한 공용어인 이 땅에서도 한국어몰입교육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울러 세번째 줄 밑의 내용은 '재근이'를 '근데'로 바꿔서 좀 읽어보세요.
    그런 단순한 내용이라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10번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6. 시대유감 2008/05/16 03:3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이미 보셨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못 보고 지나치셨다면,
    아래 EBS 김진혁 PD님의 글 한 번 읽어보세요.
    정말 5공화국이 부활한 것 같아 무섭습니다. ㅠㅠ

    문제의 영상 URL 주소는 ▶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8E2FAF89796FE3C7EC117E48F7778B839E76&outKey=63b17b8880da709a9036c22439038bfa623aba7470a3cb731e6286fe16cfc1356e8de02e59eec515bf249c6d8df51cf0

    출처 : EBS 게시판

    안녕하신지요? 지식채널e 담당pd 김진혁입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을 겪었습니다.

    지식채널e 금주 방송분 중 한편인 ‘17년 후’를 오늘부터 지상파와 플러스에서 모두 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7년 후’는 현재 가장 예민한 이슈인 ‘광우병’을 다룬 내용입니다.

    예민한 내용인 만큼 현재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협정 관련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일들을 fact만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 이유는 EBS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여건과,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pd 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제작을 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메시지도 굉장히 건전(?)합니다. 영국의 잘못을 거울 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잘 하자...정도입니다. 이 정도 수위는 보수언론에서도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얘기하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비판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광우병’ 관련 아이템이란 이유로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이 된 내용을 수요일부터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감사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재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는 감사원 직원분이 광우병을 다룬 지식채널e 두 편에 대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며 감사팀으로 전화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저는 감사 쪽에서 프로그램의 ‘내용’을 궁금해 하는 것이 의아해서 팀장님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 건지 여쭤봐 달라고 했고, 그냥 요즘 광우병 관련 내용이 민감하니까 개인적으로 궁금해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 콘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팀장님을 통해서 오늘부터 ‘17년 후’를 내리라는 본부장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더욱 의아했습니다. ‘17년 후’는 이미 이틀이나 방송이 됐고, 인터넷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 퍼진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지식채널e는 다들 아시다 시피 방송보다는 인터넷으로 많이 시청하고, 개인 블로그에 퍼가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팀장님과 함께 본부장님을 찾아뵙고 방송 내용이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 여쭤 봤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내용은 문제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이런 결정을 어느 분께서 하셨는지 여쭤 봤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사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부사장님께서 결정하신거냐고 여쭤봤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본인이 결정하신 것이 아니라 EBS ‘경영진’이 결정한 거라고 하시더군요.

    이미 이틀이나 방송이 됐고, 인터넷에 엄청나게 퍼져나간 내용을 한참이 지나서야 내리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사장님께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그렇다면 결국 내용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그저 현 정권에 비판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란 이유로 방송을 하지 말라는 얘기로 밖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ebs가 가지고 있는 채널파워가 부족하여 경영진이 그러한 부분에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가 경영진이었다고 해도 당연히 고민을 했겠죠.

    그래서 정권에게 보일 어떠한 ‘명분’이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주로 보는 플러스에서만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절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시 여쭤 봤습니다. 지식채널e 방송이 갑자기 누락되면 분명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문의를 해 올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외압’을 받았다는 ‘오해’를 하게 될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실 수 있는지 말이죠. 어차피 나간 방송이니 그냥 며칠 지나가면 될 것을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부사장님께서는 책임을 지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동시에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교육방송이란 ‘교육’적인 내용만을 하는 것이 옳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교육’ 적인 내용이란 것이 무엇인가요?

    광우병을 다루는 것이 ‘비 교육’적인 것인가요?

    만약 그것이 ‘비 교육’적이라면 내용의 어떤 부분이 ‘비 교육’적인지 말씀을 해 주셔야 하는데 그저 ebs가 학생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니 사회 현안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비 교육적이다‘ 라고 하시면

    EBS의 ‘교육’은 그저 ‘입시’라는 말이고, 입시 관련 내용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로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는 교육방송을 ‘입시’방송이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또한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모든 언론 매체가 ‘광우병’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 ebs에서는 거기에 대한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정말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좋은 일일까요?

    현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일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은 프로그램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정말 현 정권 혹은 차후 그 어떤 정권이 ebs 전체 조직원에게 어떤 ‘수혜’를 주긴 하는 걸까요?

    거기에 대해서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정치적인 보장이라도 되어 있는건가요?

    아니면 그냥 조직원 중 소수의 막연한 기대일 뿐인 건가요?

    저는 일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EBS의 수많은 조직원 중 한사람에 불과합니다.

    또한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EBS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지식채널e로 EBS 전체가 어떤 불이익을 받게 할 어떠한 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 모두가 광우병 얘기를 할 때, 아니 그 얘기가 어떤 얘기든 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를 할 때, 그것을 전혀 다루지 않게 되면 ‘방송국’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정권과의 친밀도 이전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방송은 그 어떤 정권도, 그 어떤 권력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당장은 연명해 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방송이란 것이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그 존재를 인정해 줄 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서서히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기울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후배님 여러분께 여쭤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방송을 내리는 것이 정말 EBS를 위한 길일까요?

    이렇게 하면 EBS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게 될까요?

    이렇게 하면 EBS는 안 좋은 일들을 피해갈 수 있는 걸까요?

    이렇게 하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바랐던 걸까요?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일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