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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EXID 하니, 신경숙, 이애란, 역주행의 시대

 

걸그룹 EXID의 하니가 연초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준수와의 열애 소식이 터지더니, '2016년 솔로 데뷔하면 대박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원숭이띠 걸그룹 멤버' 1위에 뽑혔다는 소식과 함께 과거 청년실업 신세일 때 하루 9시간 동안 만화방에 있었던 만화책 덕후라는 것도 기사화됐다.

 

EXID와 하니가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2014년 말~2015년 초에 있었던 역주행 사태 때문이다. 그 전까지 EXID는 스타급 걸그룹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선 참석 인원이 10여 명 정도밖에 안 되는 당시 EXID의 팬미팅 사진이 돌아다닌다. 그러던 차에 EXID의 멤버 하니가 위문공연 때 위아래춤을 추는 모습을 한 네티즌이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그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그러자 인터넷 방송 BJ들이 그 춤을 따라 추며 더욱 화제를 키웠다. 그 과정을 거쳐 3주 만에 접었던 EXID위아래활동이 재개됐다. 지상파 방송사가 EXID에게 출연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결국 음원차트 넘버원 달성과 함께 스타 걸그룹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신경숙 표절 이슈도 이러한 역주행의 과정을 거쳤다. 이 사건은 2015년에 화제가 됐지만 사실은 2000년대 초부터 제기됐던 이슈였다. 그때 이후 무려 10년 이상 동안 이 이슈는 주목 받지 못했다. 기존 주류 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은폐됐던 것이다.

 

그러다 2015년에 이응준 작가가 인터넷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비로소 화제가 됐고 모든 주류 매체가 뒤늦게 이 일을 다루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신경숙 표절 이슈는 과연 공론장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애란 백세인생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역주행 사례다. 한 네티즌이 짤방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 전까지 이애란은 그저 C급 트로트 가수였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뒤늦게 지상파 방송사가 받아 스타 반열에 올랐다.

 

 

최근 1년 사이에 역주행 사태가 연달아 터진 것이다. 사회이슈도 그렇다.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은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에서 화제로 떠올라 국가를 뒤흔든 대형이슈로 발전했다.

 

과거엔 주류 시스템이 사회를 선도했다. 주류 시스템이 화제를 정하고 스타를 낙점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만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권력 이너서클의 내부자들이 절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미디어 산업계에선 기성 미디어가 흔들리지 않는 아성을 쌓았다.

 

잇따라 터지는 역주행 사태는 이러한 권력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준다. 하니와 이애란처럼 일반 네티즌이 스타를 만들어 위로 올려보내기도 하고, 신경숙 이슈처럼 기성 시스템이 덮었던 것을 다시 터뜨리기도 한다.

 

 

이제 아이돌들은 방송사 카메라 못지않게 일반 팬들의 카메라 앞에서도 열심히 포즈를 취해준다. 정식 기자들만 초청받는 자리에 네티즌을 초청하기도 한다. 네티즌이 자신을 제2의 하니, 2의 이애란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십여 년 간 지켜온 기성 미디어의 독점 권력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기성 미디어보다 인터넷을 접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올해엔 인터넷 여론이 주류 시스템을 흔드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