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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하재근의 문화읽기> 변질된 대학 OT '논란'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03.07. 21:10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들의 OT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새 학기가 시작된 지 꼭 일주일이 됐습니다. 지금쯤이면 아주 설레고 활기차고 이래야 될 캠퍼스 분위기가 안타까운 사건으로 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데요. 한 사립대에서 개강 전에 실시했던 오리엔테이션에서 성추행 파문이 일었어요. 어떤 일이었습니까?

하재근

건국대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요즘에는 오리엔테이션을 OT라고 합니다. 그 OT를 하면서 ‘25금 몸으로 말해요’ 이런 식의 게임을 했다고 하는데, 선배들이 몸으로 유사 성행위의 어떤 행동을 하면 신입생들이 맞추도록 하는 그런 게임을 하면서, 거기에 나온 용어들의 태반이 성행위에 관련된 용어였다, 그런 말들이 나오고 있고. 신입생들이란 게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해서 지금 대학교 들어간 사람들인데,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그리고 이른바 방팅이란 걸 하면서 신입생들을 남녀 학생이 서로 무릎 위에 앉아서 껴안고 러브샷을 하도록 그런 식의 벌칙을 했다고 하고. 심지어는 입에서 입으로 술을 붓도록 했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는데, 그리고 또 노예팅이라는 걸 해서 여학생한테 섹시 댄스라든가 그러한 매력 발산을 해서 경매를 하는 그런 식의 놀이도 했다고 해서 상당히 논란이 됐고, 심지어 이 OT 기획단한테 사전에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는 겁니다. 그러한 교육을 했는데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져서 우리나라 대학교 20대 문화가 너무나 심각하게 타락하고 있다는 자탄이 나오고 있습니다.

용경빈

조금 전에 말씀해주시는 동안 그 사연을 올린 학생의 글이 화면에 나갔는데, 얘기를 듣고 있다 보니 이게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과연 이게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인가. 술집에서나 있을 수 있을 법한 일들인데,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이 첩첩산중입니다. 학교에서 사과를 했는데, 이 사과문이 또 문제가 됐어요.

하재근

총학생회 측에서 사과문을 대자보 형식으로 손으로 써서 걸었는데, 이게 손글씨 형태가 희롱체 아니냐,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 저것을 알아보기도 너무 어렵고, 이게 한글인지 아랍어인지 헷갈린다. 지금 사람들 놀리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논란이 있는데 지금 총학생회 측에서는 손글씨를 배운 학생이 정성 들여서 쓴 글씨인데, 너무 글씨체가 독특하다 보니 논란이 된 것 같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20대 대학생 정도 되면 이 사과하는 글씨를 굉장히 정자체로 정중하게 써야 된다는 걸 기본적으로 알아야 정상인데, 저런 식으로 알아보기 힘들게 썼다는 것은 대학생들의 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거고. 그리고 대학교 측에서 이 사건에 대한 대책을 내놨는데, 대책이 뭐냐면 앞으로 학생회 주관의 교외 행사를 금지하겠다, 이런 대책이 나와서, 이건 마치 점심식사에 부실 식사가 문제가 되니까 앞으로는 점심식사를 금지하겠다, 이런 식의 대책을 내놓은 거랑 비슷한 거 아니냐, 너무 대책도 황당하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 우리가 미성년자는 스스로 뭔가를 책임질 능력이 없으니까 교사가 인솔해서 교외 행사를 나가지만 대학생 정도 되면 성인이니까, 자기들이 책임질 수 있으니까 밖에 행사도 나가는 겁니다. 근데 그걸 금지했다는 것은 대학생을 미성년자 취급하는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대학 측의 대책도 너무 이상하지만 결국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미성년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지금 성인다운 책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 여러 모로 우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용경빈

안타깝네요. 그렇죠. 그것만으로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선 지금 보면 이게 이 대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또 다른 일들이 있죠?

하재근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게 사회적인 사건인 건데. 지금 금오공대에서 선배가 후배들한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막말하고 침 뱉은 술을 마시라고 했다가 옆에서 말리니까 후배를 폭행했다, 그런 보도도 나왔고. 연세대학교에서는 OT 직후 술자리에서 동기의 다리를 만져봐라, 가슴을 만져봐라, 쇄골 따라 마시는 러브샷을 강요했다, 아까 건국대에서도 무릎에 앉아서 마신 러브샷 나왔는데 연세대 OT 직후에서도 무릎에 앉아 마시는 러브샷을 벌칙으로 강요했다, 그런 보도도 나왔고. 그 외에 서울대 무용과에서는 새내기 장기자랑 잘못하면 얼차려를 받는다, 한양대에서는 신입생한테 술을 강제로 먹였다, 2011년에 세종대에서는 선정적인 게임을 강요했다, 등등. 해마다 대학교 OT 때 지나친 선정성, 폭력성, 술 문제 이런 것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용경빈

그야말로 가관인데요. 이쯤 되다 보니까 이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OT에서 제일 두려운 게 뭐냐, 이런 설문조사까지 있었다죠?

하재근

고려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OT에서 뭐가 무섭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술, 장기자랑, 강제적인 분위기, 이렇게 나왔는데. 술 같은 경우에 페트병 밑을 잘라서 입에다 대고 깔때기처럼 만들어서 술을 부었다, 그렇게 강제로 먹인다, 이런 식의 소문까지 도니까 지금 고등학생들도 다 이렇게 그 사실들을 알고 굉장히 무서워하는 거고요. 최근 10년 동안 OT 자리에서 폭음으로 술 먹다가 죽은 대학생이 22명에 달한다고 하니까 이 살인 OT, 이걸 어떻게 바로잡아야 되는지 이걸 전 사회적으로 고민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옛날에는 이런 것들이 쉬쉬 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가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크게 사회적으로,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다. 

용경빈

사실 이 정도 되면 이제 폭력이라든가 지위나 권력을 이용한 횡포라는 점을 인지해야 될 것 같고요. 이런 가운데 또 반면교사 삼아서 명사 초청이라든가 취업 성공 선배와의 대화, 이런 자리를 마련한 바람직한 OT도 있었더라고요. 이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가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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