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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하재근의 문화읽기> 조영남 미술 작품 대작 '논란'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05.30. 22:12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대작 논란에 휩싸인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말씀드린 대로 자유인 조영남 씨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도대체 어떤 일이길래 이런 말까지 나오는 겁니까? 


하재근

조영남 씨가 그림 작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미술가로서. 그런데 조영남 씨의 작품들이 대부분 송기창 씨라는 조수가 대신 그려줬다고 주장을 하면서 그렇다면 조영남 씨가 대중을 속였단 말인가라는 파문이 일어난 사건입니다. 

용경빈

그런데 그 작품이 팔리면서 더 문제가 커진 것 같은데, 방금 말씀해주신 송기창 씨가 대신 그림을 그려준 것에 대해서 조영남 씨 입장에서는 이게 미술계의 관행이다라고 말을 해서 파문이 또 일었거든요.


하재근

관행 논쟁이 굉장히 많이 벌어져서, 모든, 우리나라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게 관행이냐 아니냐, 한 마디씩 다 하고, 이걸로 한 2주 정도를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데, 황당한 것이 이것은 논의할 만한 깜조차 안 되는 이야기인데, 관행이냐 아니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일단 관행이 아닙니다. 극소수 예술가들은 조수의 손을 빌릴지 몰라도, 대다수 미술가들은 전통적인 방식에 의거해서, 우리 상식적인 방식대로 예술 활동을 합니다. 이걸 관행이라고 할 수 없는 건데, 왜 이걸 관행이라고 논란이 됐는지 굉장히 이상하고. 그것보다는 이것을 현대 미술의 하나의 특성이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건데, 현대 미술은, 현대 미술에서는 손의 중요성이 대단히 많이 떨어지고, 누구 손으로 만들었느냐보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냐, 컨셉이냐, 이게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조영남 씨가 됐든 누가 됐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 것이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미술가들은 자신의 손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면서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 관행은 아니지만 특성일 수는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건데. 근데 조영남 씨도 이상한 것이 처음부터 이게 내 예술의 특성이다, 난 이렇게 예술한다, 이렇게 좀 당당하게 얘기했으면 되는데, 왜 관행이라고 다른 사람들한테 묻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말을 했을까. 조영남 씨도 자신의 예술에 대해서 별로 자의식이 없고,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관행을 갖고 논란을 벌이는 우리 사회도 이상하고, 관행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조영남 씨도 이상하고, 전체적으로 이상한 사건입니다. 


용경빈

어쨌든 관행이 아니고 이건 특성, 특징이다, 뭐 이렇게 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검찰 측에서는 지금 소환을 앞두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이걸 사기죄라고 보고 있는 모양이거든요. 


하재근

역사책에 남을 것 같은 상황이 지금 펼쳐지고 있는데, 누가 고발을 한 것도 아니라고 지금 알려져 있거든요. 만약에 고발한 사람도 없는데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하는 거라면, 예술적인 판단을 검찰이 법적으로 내린다? 황당한 것이고요.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사기죄냐, 아니냐 여론 조사까지 하면서 국민의 74%가 사기죄라고 판단한다더라, 여론 재판으로 나가고 있는 것. 예술적인 판단을 다수결로 한다? 매우 황당한 상황이어서, 21세기 초에 벌어진 이러한 상황들은 왠지 역사책에 남을 것으로 보이는데, 근데 이 사건을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이게 예술 작품이 아니라 연예인 소품이라고 생각을 하면 연예인 소품은 연예인의 손때가 묻었을 때 비싸지는 건데, 알고 보니까 조영남 연예인 소품을 샀는데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었다? 이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굉장히 여러 가지 측면이 뒤엉킨 사건입니다. 

용경빈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긴 한데. 이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어떤 게 있을까요?


하재근

사회적 의미는, 우리 사회가 미술 교육이 부실하구나. 현대 미술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됐으면 손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 머리,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 이걸 이해하면서 성숙한 논의가 됐을 텐데 관행이냐 아니냐, 누구 손을 탔느냐, 이걸 갖고 논의를 하는 게 좀 황당하고. 그리고 현대 미술은 거의 철학의 영역으로 넘어 왔기 때문에 이걸 제대로 논의하려면 철학교육, 미학교육, 이러한 것까지도 함께 이루어져야 되는데, 우리 사회의 인문학 교육의 바탕이 너무나 허약하다는 걸 알 수가 있고.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사건에서 황당한 것은 조영남 씨의 그림이 왜 팔렸느냐, 이걸 사람들이 예술적 가치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조영남 씨 취미생활로만 생각했으면, 별로 문제가 안 됐는데. 사람들이 샀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왜 샀느냐, 훌륭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왜 훌륭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느냐, 조영남 씨가 유명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됐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우리가 미술이나 예술에 대해서 내재적 가치로, 진지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뭐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니까 비싸다, 비싸니까 훌륭한 예술이겠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또 다시 유명인에 의한 여러 가지 물의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주의 깊게 접근을 해야 되고 조영남 씨를 훌륭한 예술가로 포함한 것이 우리나라의 언론이기 때문에 미술과 그것을 둘러싼 언론을 비롯한 여러 가지 풍토, 이런 것들도 선진화, 합리화시키는 이러한 계기로, 이번 사건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경빈

알겠습니다. 뭐 아무쪼록 이번 사건을 검찰 수사까지 죽 지켜봐야겠지만, 그 전에 생각을 많이 해보게 만드는 부분이 있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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