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했던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가 붙잡혔다. 강남패치는 유흥업소에 다니는 여성과 성형의 진실을 폭로한다며 여성들의 사적인 정보를 마구잡이식으로 인터넷에 올렸던 SNS 계정이었다.

 

자신이 마치 정의를 구현하는 협객이라도 되는 양, ‘금수저와 신분 세탁이 판치는 헬조선 속 오아시스를 운영한다며 쉽게 번 돈 펑펑 쓰며 남들에게 자기 인생 자랑하며 부러움 사는 그녀들. 창피한 건 좀 알아야죠라고 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에 네티즌의 호응이 엄청났다는 점이다. 강남패치가 공개하는 정보가 사실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적인 정보가 등장하는데 수사기관도 아닌 일반인이 그런 방대하고도 극히 내밀한 정보들을 알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패치가 전해주는 유흥업소와 성형 관련 정보에 호응했다.

 

인터넷에선 강남패치에 대해 쓰레기를 까발리는 또 다른 쓰레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건 강남패치가 사생활을 까발리는 행태는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까발려지는 사람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라는, 즉 쓰레기 같은 존재들을 쓰레기 같은 방식으로 징치하는 사이트라는 얘기가 된다.

 

사실관계가 전혀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강남패치의 정보들을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믿고, 대상자들에게 쓰레기 낙인을 찍었다는 소리다. 이러다보니 피해자들이 무수히 양산됐다. 유흥업소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유흥업소 신분세탁녀로 낙인찍히면서 파혼당하거나 자실을 기도한 사람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강남패치가 여성들에 대해 까발리는 여성혐오 사이트였다면 한남패치는 유흥업소에 다니고 성폭력을 일삼는 남성들을 까발린다는 남성혐오 내용이었다. 이 역시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정보들이었다.

 

보통 여성혐오 강남패치의 운영자는 남자이고 남성혐오 한남패치의 운영자는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붙잡고 보니 둘 다 여자였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클럽에서 노는 재벌 회장 외손녀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범행에 나섰고, 한남패치 운영자는 성형수술 실패 혹은 과거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한남패치에서 한남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성혐오와 관련된 단어이기 때문에 한남패치도 남성혐오 정서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운영자가 붙잡힌 후 남성혐오진영에서 여성혐오 논란이 터져나왔다. 운영자가 여성이라서 붙잡혔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그동안은 일베의 여성혐오가 문제였는데, 이젠 남성혐오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는 걸 알게 하는 사건이다.

 

문제는 이것이 몇몇 정신이상자의 특이한 행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원래 사람들이 좋아하는 얘기를 내가 먼저 시작했을 뿐, 이제 내가 없어져도 비슷한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메가패치, 성병패치, 홍대패치, 일베충패치, 메갈패치 등 신상정보 폭로 사이트들이 연이어 생겨난다.

 

이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감, 상대적 박탈감, 남성이나 여성 혹은 화려하게 사는 사람에 대한 증오, 이런 것들이 왜곡된 정의감과 빈약한 인권의식 그리고 자극적인 SNS에 탐닉하는 경향, 관음증, 관심 받고 싶은 욕구 등과 결합해 패치 신드롬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계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붙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까지 겹쳤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고소할 테면 고소하라며 큰소리까지 쳤다고 한다. 하지만 일이 너무 커졌다. 피해자가 양산되자 미국 본사에서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고, 그래서 이례적으로 한국 경찰에 수사협조를 했고 빠른 시간 안에 운영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SNS를 통해 번져가는 명예훼손은 이제 사람을 죽이고 가정을 파탄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회사도 이번처럼 수사협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서버를 믿고 ‘00패치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할 일이다. 패치 운영자뿐만 아니라 정보 제보자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 함부로 까발리는 행위는 무조건 주의해야 한다.

 

강남패치건 한남패치건 수많은 네티즌의 호응과 적극적인 제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큰 문제로 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남패치가 폐쇄되자 다른 네티즌이 강남패치의 정보를 자기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사실관계를 따질 신중함도, 타인의 삶을 염려하는 인권의식도 없이 그저 자극적인 정보를 소비하는 데에만 급급한 네티즌 문화가 근본적 문제다. 특히 10대들이 이런 네티즌 문화를 그대로 학습하고 있어서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울 정도다. 타인의 사적인 정보를 까발리는 건 무조건 반인륜적 행위라는 인식이 확고해져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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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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