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트렌드로 떠오른 '걸크러쉬'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10.03. 21:15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걸크러쉬, 여성이 같은 여성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최근 한 군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이시영 씨가 바로 이 걸크러쉬의 대명사처럼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였길래 그런가요? 


하재근

이시영 씨가 이제 군대에 간 거죠.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근데 거기서 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이런 걸 남자들보다 더 잘하고 그리고 암기, 군인들이 암기해야 되는 것, 그것도 이제 남녀 통틀어서 굉장히 잘 암기를 하고. 그다음에 이함 훈련이라고 해서 높은 데를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건데 이거 사람들이 무서워서 잘 벌벌 떨면서 잘 못하는데 솔선수범해서 위로 올라가고. 그리고 음식도 굉장히 막 잘 먹고, 맛있게. 그리고 최근에 또 20kg짜리 모의탄을 남자도 잘 못 드는 건데 그걸 번쩍 들어서 장전하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기존에 이제 여성들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항상 몸을 사리고 남자한테 좀 기대고, 아니면 자기 외모만 챙기면서 항상 예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여성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항상 비명을 지르거나 남자가 챙겨준 밥을 맛있게 먹기. 이런 정도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었는데 이시영 씨가 이렇게 주체적으로 남녀를 통틀어서 굉장히 이렇게 잘 적응해나가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이제 남자들 입장에서도 이시영 씨한테 굉장히 큰 찬사가 나타나고 있는 거고,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이시영 씨에 대한 굉장한 팬덤 현상이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나영

그야말로 멋있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이렇게 여성들이 같은 여성에게 열광하는 걸크러쉬, 대표적인 인물들로 이시영 씨 말고 누가 있을까요?


하재근

이게 이제 걸(girl) 하고 크러시 온(Crush On)의 합성어를 걸크러쉬, 여성이 여성한테 반한다, 이런 뜻인데. 이게 요즘 하나의 트렌드가 돼서 처음 걸크러쉬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 마마무의 음오아예 뮤직비디오에서 문별 씨가 남장을 하고 등장을 했는데 잘생긴 예쁨이라고 해가지고 잘생쁨이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그때부터 이제 걸크러쉬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 김숙 씨가 이른바 가모장 캐릭터 보통 가부장이 하는 행동을 여자가 하는, 가모장 캐릭터로 숙크러쉬라는 별명이 생기면서 이 걸크러쉬의 트렌드를 이어 나갔고 그다음에 언니들의 슬램덩크, 언니스. 프로그램 속에서 언니스라는 팀을 만든 겁니다. 이거 자체가 벌써, 출연자가 여성인데 여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걸 이름에서부터 알 수가 있는 거죠. 누나들의 슬램덩크, 누나스가 아니라 언니들의 슬램덩크 언니스니까, 여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게 인기를 얻는 거고. 그리고 요즘에 이제 걸크러쉬가 워낙 광범위한 트렌드가 되다 보니까 드라마 속에서도 최근에 주말 드라마 옥중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재능이라든가 온갖 여러 가지 것들을 다 잘하는데, 나중에 무술도 잘하게 돼가지고 남자 왈패들을 한 순간에 제압을 한다든지, 또 닥터스에서는 박신혜 씨가 조폭을 또 이종 격투기 실력으로 한 순간에 제압을 하고. 그리고 걸그룹들도 걸크러쉬 트렌드에 맞춰서 요즘에는 굉장히 씩씩한 안무를, 트와이스 같은 경우에도 꼭 한번씩 집어넣는다든지 또 블랙핑크 경우에도 걸크러쉬 화보를 찍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걸크러쉬의 트렌드가 대중문화계에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나영

과거 남성들이 독식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파워가 그만큼 신장했다, 이렇게 보여지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여성이 여성을 동경하게 된 이유,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재근

이게 원래, 여학교에서 보면 항상 멋있는 언니를 동경하는 흐름은 옛날부터 있어 왔는데, 최근 들어서 걸크러쉬라는 이름으로 이게 굉장히 강력한 사회적인 트렌드로 부상을 한 것은 바로 걸크러쉬가 부상을 하는 그 시기에 사회적으로 뭐가 나타났냐면 여성 혐오가 나타났다는 거죠. 그러니까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적대적인 시선, 차별, 편견 이런 게 강해지다 보니까 여성들이 굉장히 위축됐고 그러다 보니까 그 반대 급부로 센 언니에 대한 동경이 나타난 겁니다. 그래서 한동안 센 언니 캐릭터가 예능에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는데, 왜냐하면 드센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여성 혐오의 반대 급부로 걸크러쉬 열풍이 나타나면서 센 언니 캐릭터가 복권을 하게 됐고, 그리고 최근에 여성들의 권리의식이 굉장히 신장되고 사회적 활동 영역이 넓어졌는데 반해 여전히 유리 천장은 유직가 되고, 심지어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여성들이 굉장히 불안해진 거죠. 그러니까 더욱더 이런 대중문화 속에서라도 뭔가 멋지고 강하고 당당한 여성에 대한 동경하는 현상, 이런 것들이 나타나는 거고. 이런 현상은 굉장히 보편적인 것이 이란판 걸크러쉬는 대장금입니다. 이란 여성들이 굉장히 억압돼 있는데 대장금이 드라마 속에서 모든 걸 착착착 처리해나가는 주도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란 여성들이 거기에 푹 빠져가지고 이란에서 대장금 열풍이 나타난 거죠. 이렇게 보면 걸크러쉬 열풍은 여성이 억압된 곳에서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 여성에 대한 편견 이게 계속 되는 한 걸크러쉬 열풍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나영

걸크러쉬 현상을 두고 여성들이 보다 주체적인 자아를 추구하고 또 사회적 인정을 받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보다 발전적인 여성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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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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