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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문화읽기> 밥 딜런 '노벨문학상' 선정

 

<하재근의 문화읽기> 밥 딜런 '노벨문학상' 선정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10.17. 23:35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밥 딜런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그야말로, 세상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이 선정이 됐는데, 어떻게 된 거죠?


하재근

그러니까요. 노벨문학상 하고 대중가요는 범주 자체가 다르다고 사람들이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이 분야에서 상을 받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 벽이 무너진 겁니다. 그래서 노벨문학상이 그동안의 어떤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서 보다 폭 넓게 뭔가 좀 변신을 하려는 시도를 한 것 같고, 1990년대부터 대중문화의 의미가 굉장히 좀 중요하게 부각이 됐는데, 그런 부분도 좀 고려를 하지 않았나. 그리고 노벨문학상이라는 것이 꼭 문학을 제일 잘하는 사람한테 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라든가 사회적인 의미를 좀 보는 건데, 바로 밥 딜런이 1960년대, 70년대 전 세계에서 나타났던 청년운동, 특히 60년대 미국의 히피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러한 6, 70년대 청년운동의 어떤 상징성을 본 것으로 보이고요. 밥 딜런 노래 중에 Blowin' in the Wind라는 노래가 바로 미국 히피들의 송가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대표적인 노래고. 바로 당시 히피들이 했던 것이 기존의 시장 질서에서 벗어난 어떤 공동체주의라든가 반전, 평화, 소수자의 인권, 이런 것들을 주장했는데 바로 그러한 부분들을 노벨문학상 위원회가 결국에는 인정을 해서 그러한 것들을 대표하는 밥 딜런한테 상이 간 것으로 보입니다. 

용경빈

네, 지난 주였죠. 밥이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이 된 날, 라디오에서 종일 Knocking On Heaven’s Door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더군요. 이 가수가 사실 우리나라 가수들에게도 굉장히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까?


하재근

일단 밥 딜런이 포크가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포크, 통기타라고 옛날에 했던, 그런 가수들한테는 전체적으로 다 영향을 준 거죠. 한대수, 양병집, 쎄시봉, 송창식, 윤형주, 양희은, 김민기 등등. 그리고 나중에 8, 90년대로 넘어오면 뭐 김광석 씨라든가 그리고 우리나라에 옛날에 70년대의 그 청년문화, 청바지 입고 통기타 메고 다니고 생맥주. 이러한 청년문화의 근원에 결국 밥 딜런이 있는 것이고 그리고 밥 딜런이 나중에 ‘라이크 어 롤링 스톤’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전기 기타를 메고 나와서 엄청 욕을 먹었는데, 포크에 전기기타가 웬말이냐라고 했었는데 그걸로 해서 포크록이 생기고 그게 우리나라 80년대 들국화, 전인권. 이런 분들한테 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용경빈

네, 그런데 그렇게 영향을 준 가수들의 노래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금지가 된 곡들이 많다고요. 

하재근

밥 딜런의 영향을 바로 받은 한대수 씨의 물좀주소 라든가 행복의 나라로, 이런 노래들 다 금지됐고. 김민기 씨 아침이슬이라든가 이런 노래들도 금지됐고. 송창식 씨 왜불러 라든가 고래사냥이라든가 나중에 또 정태춘 씨가 사회적인 메시지들을 담은 노래들을 많이 발표했었는데 거의 다 금지됐고, 들국화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밥 딜런 노래 자체도 금지가 됐었고. 그래서 과거 미국은 일종의 반체제적인 노래인 밥 딜런 노래마저도 체제 안에서 인기스타로 만들어준 반면에 우리나라는 조금이라도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들은 과거에 몽땅 다 금지를 시켜버리는 이러한 경직된 특성이 있는 것이 양국의 굉장히 다른 어떤 문화적 역량이 차이였다. 우리가 정말 앞으로 문화 융성, 이런 시대로 가려면 이제는 우리도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유롭게 비판하는 이런 식으로 가야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대중문화 콘텐츠는 뭔가 힘 있는 분들을 제대로 비판하거나 풍자하지 못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하지 못하다 보니까 항상 사랑타령만 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우리가 제2의 밥 딜런, 이런 사람을 키우려면 우리의 문화를 융성하게 하려면 좀 표현의 자유 이런 부분도 우리가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이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