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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DJDOC 퇴출은 정당한 것일까?

 

DJ DOC가 촛불집회 무대에서 퇴출된 사건이 논란이다. 촛불집회 무대에서 삐걱삐걱’, ‘알쏭달쏭’, ‘DOC와 춤을’, ‘수취인분명등을 공연하려 준비하고 있었는데 운영위원회 측으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수취인분명에 여성혐오적 성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DJ DOC수취인분명을 제외한 곡만 부르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방송사들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심의를 한다. 한 방송사에선 되는 표현이 다른 곳에선 안 될 수도 있고, 안무나 의상의 기준도 방송사들마다 다르다. 어떤 안무, 의상 등이 문제가 되면 그 방송사에선 해당 표현을 바꿔서 출연한다. 그리고 다른 방송사에선 그곳의 기준에 맞게 또 바꿔서 출연한다.

 

이렇게 문제가 되는 부분만 바꾸면 보통 출연을 허락한다. 문제 부분을 바꾼다는데도 출연을 막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잘못을 했을 경우다. 이번에 DJ DOC는 문제 부분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해당곡을 공연 리스트에서 빼버리겠다고까지 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런데도 출연이 불허됐다고 한다. 이 정도면 DJ DOC가 정말 엄청난 잘못을 한 경우다. 방송사로 치면 출연정지를 당한 것이다. DJ DOC가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런 정도의 처분을 받은 것일까? 그래서 이 사건이 논란이 된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가사였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미스박이라고 지칭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 그 외에 세뇨리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얼음공주 또는 수첩공주등의 표현도 문제라는 지적을 여성단체 등에서 했다고 한다. 이에 촛불집회 운영위원회 측이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DJ DOC가 과거 미아리복스운운하며 특정 걸그룹을 비하했던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DJ DOC를 아예 출연금지시켰고, 이것은 결국 DJ DOC에게 여성혐오 상습범이라고 낙인을 찍는 효과를 낳았다.

 

미스박이라는 표현은 물론 부적절하다. 박대통령을 굳이 미스라고 하는 것은 비혼자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일 수 있다. , 영어권에서도 남자는 무조건 미스터인데, 왜 여자는 미스, 미시즈로 구분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진작부터 있어왔다. 특히 우리 사회에선 회사에서 여사원을 커피 심부름하는 존재 정도로 대우하면서 부르는 명칭이 미스였다. 대통령을 자꾸 여자로 지칭하는 것도 문제다. 남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냥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인데, 여자가 잘못하면 꼭 라고 성별을 지칭해 여자들 전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런 맥락 때문에 박 대통령을 여자로 지칭하는 것에 여성계가 불편해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에서 자꾸 사람들이 미스박이라는 식으로 대통령의 여성성을 조롱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그런 표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던 차였는데 미스박가사가 들어간 노래가 공연된다고 하니 여성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DJ DOC를 아예 퇴출까지 시켜야만 했을까? 문제가 되는 지점을 지적하고 DJ DOC가 그 지적을 받아들여 정치적으로 올바른방향으로 가사를 수정하면 오히려 미담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애초에 DJ DOC의 대응대로 그 노래 자체를 빼버리고 공연하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전면 출연금지라는 과잉대응이 오히려 여성계에 대한 네티즌의 불만을 촉발시켰다.

 

일각에선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었어도 미스터 박이라고 했겠느냐고 한다. DJ DOC는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미스박은 여러 가지 말장난 중에 하나로 등장한 표현이고, 남자 대통령을 주제로 가사를 썼어도 온갖 말장난을 시도하던 끝에 미스터가 됐건 뭐가 됐건 생각할 수 있는 말은 다 동원했을 것이다.

 

 

미스박은 미스와 미스테이크를 섞은 말장난이었고, ‘세뇨리땅은 새누리당을 염두에 둔 말장난이었다. ‘얼굴이 빵빵은 주사제 논란의 풍자였고, ‘수첩공주는 원래 박 대통령의 별명이었다. 해당곡엔 상당한 분량의 가사가 등장하고 그중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마치 군사정부 시절에 빨간펜 들고 문제 표현 찍듯이 너무 지나치게 문제 가사를 색출한 느낌도 있다.

 

과거 '미아리복스라고 했던 것은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것이 아니라, 당시 해당 걸그룹이 유독 성적 코드를 내세웠기 때문에 뮤지션이 성 상품화로 활동하는 것을 풍자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과거 일까지 이번 출연금지 논의에 등장했다는 것에서 DJ DOC에 대한 증오의 흐름도 읽힌다.

 

 

DJ DOC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사회과학적으로 세련된 표현을 하는 팀이 아니다. 일종의 양아치 정서로 세상을 향한 불만을 터뜨려왔고 그 때문에 불이익도 많이 받았었다. 그런 팀의 노래를 일일이 빨간펜 들고 검열하면 당연히 문제대목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굳이 그래야만 할까?

 

다시 말하지만, ‘미스박표현이 옳다는 뜻이 아니다. 그 표현은 분명히 문제인데, 그렇다고 출연금지를 시킨 것도 문제라는 이야기다. 수정이나 선곡 변경 등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일각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 자신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