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의 결단을 환영한다
정선희의 결단을 환영한다
6월 6일 마침내 정선희가 MBC FM4U '정오의 희망곡'와 MBC '불만제로'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날' 등에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소속사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계획이 없다”라고 했었다. 정선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 찬성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찬성하는 사람이 방송활동 할 수도 있고, 제한적 수입을 주장하는 사람이 방송활동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마음이다.
정선희가 대놓고 ‘난 촛불집회 반대한다.’라고 했다면 방송하차까지는 안 갈 수도 있었다. 혹은 문제의 발언 후에라도 시비를 정확히 가려 사과했거나 아니면 아예 촛불집회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면 역시 방송하차까지는 안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촛불집회 찬반이 아니라 정선희의 발언과 행보가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는 데 있었다.
정선희는 5월 22일 뚝섬유원지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도중 이런 말을 했다고 보도됐다.
"육교의 쇠붙이나 맨홀 뚜껑 같은 것을 갖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위험한 일이다"
"나라 물건 챙겨서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리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면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더라도 환경오염 시키고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다"
"큰 일 있으면 흥분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알겠느냐"
"작은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큰 것만 생각하는 것도 모순인 것 같다".
[조이뉴스24 2008-05-22]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횡설수설’이었는데 적어도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좀도둑과 비교하며 인간적 모욕을 가했다는 점만은 분명했다. 의도하고 한 것인지 무심결에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든 ‘모욕’은 발생했다. 촛불집회 찬반의 차원이 아니다.
말하자면 3.1만세운동에 나선 국민들한테 ‘왜 큰 것만 생각하느냐, 애국심 불태우더라도 맨홀 뚜껑 가져다 파는 범죄도 좀 신경 써라. 만세 부르는 사람 중에 좀도둑 없을 거라고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말한 셈이었다. 딴에는 맞는 말인데 국민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정선희가 나중에 ’나도 조국광복을 원한다‘라고 해명했다 해도 이건 별개의 문제다.
촛불집회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 ‘뜬금없는 인간적 모욕’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히 반성하고 사과하는 메시지가 전달됐어야 하는데 그것이 약했다. 정선희의 행보는 그 발언 앞뒤로 애매한 것으로 비춰졌다. 이에 대해 터져 나오는 인터넷 보도들로 사태는 대치국면으로 치달았다.
4월30일 방송에서부터 국민의 광우병 우려를 비웃는 듯한 방송을 했다거나, 사과를 했어도 사과하는 태도가 아니었다든가, 등의 보도가 나왔다. 일단 감정이 격화된 후론 대수롭지 않게 한 마디 해도 그것이 다시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렇게 대립이 증폭되는 동안 정선희 측에서 불행히도 사태를 반전시킬 만한 ‘액션’을 취하지 못했다.
누리꾼들 사퇴압력이 고조되고, 협찬사 불매운동이 시작 되면서, 6월6일 정선희가 눈물 섞인 사과를 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협찬사 떨어져나가니 방송 계속 하려고 눈물쇼냐?’라며 사과를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사는 방송활동 지속을 천명했으나 정선희가 프로그램 하차를 결단,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이유에서든 노동자가 일터를 떠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생업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의 경우 방송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사안이 엄중했다. 87년 항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방송진행자가 맨홀뚜껑 운운했다면 역시 방송을 계속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건 대중파쇼가 아니다.
사안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선희는 촛불집회에 반대한 죄로 하차한 것이 아니라, 이상한 방식으로 언저리를 툭툭 건드리며 국민을 모욕한 것으로 비추어진 결과를 치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방송이 이어졌다면 사태는 더 악화됐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마녀사냥 논란이 일어나고 공격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귀결됐을 것이다.
정선희의 결단은 어쩔 수 없었다. 정선희가 지속적으로 미적미적하는 대통령보다 훨씬 낫다. 정선희의 결단으로 보기 불편한 대립이 종결됐다. 상황이 반전될 모멘텀이 형성된 것이다.
정선희는 영세민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방송하차를 한다 해도 여느 해고자들처럼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관대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방송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뭐가 문제였는지 정확히 성찰한다면 보다 성숙한 방송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선희는 방송인으로서 너무나 중요한 능력, 즉 ‘웃기는 능력’이라는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정선희의 결단을 환영하며,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정오의 희망곡’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뉴시스 6월6일자 보도에서 정리된 내용이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합니다. 뉴시스 보도를 인용한 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앞으로 사실관계가 바로잡히길 기대합니다. 뉴시스 보도를 인용해 쓴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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