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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세계적인 한국 떼창 왜 생겼을까

 

얼마 전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있었다. 해외 팝가수로서는, 1996년 마이클 잭슨 이래 최초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두 차례 공연 모두 가득 메웠다. 역대 팝스타 내한 공연 최다 관객은 1996년 마이클 잭슨이 동원한 76000여 명이었는데, 이번에 콜드플레이가 그 기록도 깼다. 이틀간 2회 공연 10만 관객이다. 일반적으로는 관객이 들지 않는 시야 제한석까지 가득 찼을 정도다 

표를 팔 때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1회 공연 5만석이 몇 분 만에 매진된 것이다. 표를 못 산 사람들의 원성이 치솟자 한 회 공연을 추가했는데 그 역시 순식간에 동이 났다. 매표 사이트 동시접속자수가 한 때 9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암표 가격이 70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역대급 공연이었는데, 공연 시작 전에 특히 기대를 모은 부문이 있다. 바로 떼창이다. 공연을 보며 관객이 다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일컫는 말이다. 역대급 열기에 역대급 관객 규모이니 그야말로 역대급 떼창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컸다 

공연 후 5만 떼창의 감동을 전하는 기사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한 매체에서 떼창으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는 기사를 내 논란이 터졌다. 옆에서 악을 쓰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관객들의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콜드플레이 공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와는 별개로 우리의 떼창 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떼창은 한국관객의 열정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로만 소개됐었다. 논란의 여지없이 좋고 바람직한 것이라고만 알려졌던 것이다. 인터넷에선 한국 떼창에 감동했다는 해외 뮤지션들의 반응이 널리 공유됐다. 

비욘세 "한국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잊지 못할 것이다."

뮤즈 "세상에서 가장 미친 듯이 열정적이다."

오아시스 “(한국인들의) 공연장에서의 반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이런 반응은 나오기 힘들다."  

이런 식이다. 평소 덤덤한 모습만 보이던 에미넴이 한국 관객의 떼창에 감동해 하트 자세를 취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메탈리카 공연 때 노래가 아닌 중간 간주까지 따라했던 사건은 전설로 남았다. 마룬파이브 공연 때 애덤 리바인의 애드리브에 화음을 맞추듯이 떼창한 사건도 유명하다. 

이런 일들과 거기에 대한 해외 뮤지션의 격찬이 우리나라 관객들의 국가적 자부심을 자극했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의 시선에 목을 매는 나라다. 일반적인 해외인도 아니고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국을 격찬했다니, ‘국뽕이 용솟음쳤던 것이다. 

특히 해외 스타들이 한국과 다른 나라를 비교하는 식으로 말한 것이 애국심을 더 폭발시켰다. ‘한국 관객이 아시아 최고’, ‘유럽에서도 나오기 힘든 반응’,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 이런 말들이다. 미카 같은 뮤지션이 한국 관객의 열정에 감동해 일본 등에서도 한국과 같은 반응을 유도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며, 마치 우리가 국가대항전에서 승리라도 한 듯 뿌듯해했다. 마룬파이브 등의 공연에서도 같은 곡일 때 일본 관객보다 한국 관객이 얼마나 더 잘 노는지를 비교하는 영상이 공유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은 이제 한국인의 열정을 과시하는 국위 선양의 전장이 되었다. 보다 큰 목소리로 보다 미친 듯이 놀아서 해외 스타를 감동시키고 그들의 칭찬을 받아야 했다. 공연 전에 공연곡 명단을 돌려보며 가사를 외우고 특정곡에 어울리는 이벤트까지 모의했다. 그리고 내 오늘 한국인의 열정과 기상을 보여주리라라는 전의를 불태우며 공연장으로 나섰다. 그 결과물을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공유하고 역시 우리 떼창은 세계적이야라며 자뻑에 젖었다. 매체들은 한국 떼창에 해외 스타 또 감동받아라는 기사를 전했다. 

이런 식으로 떼창 문화가 커졌던 것이다. 집단적으로 함께 하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유독 그런 걸 좋아한다. 그것 이외에 간과된 애국주의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과시형 떼창, 강박형 떼창, 국뽕 떼창 문화 말이다. 공연관람은 국가대항전이 아니다. 우리나라 관객의 열정이 보기 좋은 건 맞지만,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다. 과도하게 따라 부르면 공연자도 답답할 수 있고, 일부 관객에게도 민폐일 수 있다. 조용하게 젖어드는 노래까지 집단적으로 따라 부를 때가 특히 그렇다. 떼창 당사자도 열정 과시 부담에 허리가 휜다. 작정하고 달려드는 작정 떼창보다는 자연스럽게 흥이 나는 대로 함께 하는 관람 문화가 바람직하다. 한국인의 열정을 뽐내야 한다는 강박은 놓아주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