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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윤식당' 인기, 이유는?

문별님 작가 입력 2017.05.08. 21: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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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요즘 인도네시아 발리, 그리고 길리 섬 이야기 많이 나누시더군요. 네, 오늘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봅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용경빈 아나운서

‘윤식당’, 요즘 정말 화제죠. 시청률을 보니까 1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아주 큰 인기를 얻고 있던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이제 나영석 PD 사단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인데, 나영석 PD가 그동안 음식이라든가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을 많이 히트시켰기 때문에 이번에 또 거의 비슷한 거 또 나온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해가지고 이번에는 조금 사람들이 질렸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전혀 질리지 않았고 매우 지금 크게 인기를 끌면서 5월의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1위를 하는 무한도전을 빼고, 2위에 윤식당이 올라설 정도니까, 다른 지상파 유명 프로그램을 다 제칠 정도로 엄청나게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출연진은 누가 있나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지금 윤여정 씨가 음식을 만든다고 해서 ‘윤식당’인데,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씨가 인도네시아 발리 근처에 있는 길리라는 섬으로 가서 식당을 연다는 설정입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렇죠. 이렇게 사람들한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어떤 비결, 뭘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러니까 여전히 이 시청자들, 우리나라 국민들 마음속에는 여행을 향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여기서 소개해주는 섬의 풍경이 여태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게 발리에서도 더 들어가는 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리까지는 가봤어도 거기서 더 들어간 섬은 별로 몰랐던 거죠. 여기에서 그걸 보여주니까 그게 이제 신선한 그림이 나오는 거고 거기에서 식당을 열어서 주로 서양 여행자들이 많이 오게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 외국 사람들의 시각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먹으면서 무슨 얘기를 하나, 이게 굉장히 관심사인데 테이블마다 마이크를 다 놓고 서양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번역을 해서 들려주니까 이게 또 굉장히 시청자들한테 관심사가 되고, 또 그 휴양지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느린, 사람들의 느릿한 모습, 여유 이런 것들도 시청자들한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게 되는 거죠. 

용경빈 아나운서

지금 얘기해주신 여러 가지 인기 요인들이 있겠지만, 사실 그중에서도 방금 말씀하신 어떤 느림의 미학이라든가 느림의 가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요즘 좀 재해석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생각해보는 부분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에 신구 씨가 서빙 직원으로 왔는데 신구 씨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식대로 외국 손님들이 와가지고 메뉴판을 딱 주고 주문할 때까지 대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서진 씨가 여기 이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 빨리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천천히 해도 된다고. 그러니까 메뉴 고를 때까지 다른 데 가서 시간을 보내도 된다. 거기에서부터 시청자들이 깜짝 놀란 거죠. 아, 이게 우리처럼 동동거리면서 사는 길만 있는 게 아니구나.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세계관은 굉장히 여유 있는 또 다른 세상의 세계관이구나. 근데 여기서도 보면,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전문가가 아니라 배우들이 요리를 하니까 서툴죠. 그래서 어떤 팀들이 와서 식사를 주문하는데 막 20, 30분씩 걸리는 겁니다, 요리가 나오는 시간이. 그러니까 우리나라 배우들은 마음이 불편해가지고 발을 동동동동 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근데 여기에서 제작진들이 이 지역에 있는 다른 식당에 가서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재봤더니, 두 군데 가서 재봤더니 두 군데 모두 다 첫 번째 식사가 나오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린 겁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뭔가 느긋한 세상, 이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너무 이렇게 바삐 바삐 돌아가면서 막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게 분노가 되고, 우울이 되고, 무기력이 되고 이런 상황이었는데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느긋한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의 어떤 정화됨, 이런 걸 느끼면서 이 프로그램에 빠져들었던 거죠. 

용경빈 아나운서

네, 그걸 또 사람들이 수용하는 모습도 참 아름다웠던 것 같고요. 이런 느림과 관련된 신조어들도 요즘 좀 많이 보이더라고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이 ‘느림’이 처음에 화제가 됐던 것이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었는데, 그리고 일본의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의 ‘슬로 라이프’라는 것을 통해서 ‘캔들족’이라는 신조어가 우리한테 소개가 됐고. ‘캔들족’은 전기를 끄고 저녁 때 촛불을 켜는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 그리고 슬로비족이라고 해서, 이것도 속도보다는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 이러한 신조어인데 이러한 신조어가 국제적으로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세계와 무한경쟁의 시대에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느림’을 추구한다는 걸 알 수가 있는데 문제는 우리는 세계화가 되기 전부터 이미 ‘빨리빨리’의 사회였다는 거죠. 원래도 ‘빨리빨리’였는데 세계와 무한경쟁이 거기에 겹쳐지니까 이것은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 돼버린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힘드니까 ‘느림’, ‘휴식’, 이것을 갈구하게 됐는데 한국 사회가 사람이 느린 꼴을 안 봐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느리면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서 각박하게 돌아가는 곳이다 보니까 ‘윤식당’이 보여주는 느릿느릿한 세상이 하나의 판타지가 돼서 우리나라 시청자들한테 위로를 전해준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렇습니다. 여기서 말씀해주신 슬로우 라이프, 정말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좀 돌이켜 볼만한 그런 단어인데 우리는 너무 아등바등 살고만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또 해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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