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슬럼프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무한도전에 네티즌의 찬사가 쏟아졌다. 2주째 방영되고 있는 진짜 사나이 특집 때문이다. 바캉스 가게 해주겠다며 멤버들을 차에 태우고는 군부대로 데려가 입소시킨 설정이다 

군대에서 당황해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큰웃음 빅재미를 줬다. 멤버들 중에서도 특히 박명수가 실수를 연발할 때 엄청난 폭소가 터졌다. 근래 예능에서 드물었던 큰 웃음이다. 인터넷에선 화제 만발이다. 시청률도 14.5%로 치솟았다. 

하지만 박명수를 보며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70년생, 47세다. 한 마디로 세칭 아저씨인 것이다. 아저씨를 갑자기 군대라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 집어넣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집단적으로 관찰하는 구도다.

 

더군다나 박명수는 군 면제자다. 아저씨라서 체력적으로 약할 뿐만 아니라, 군대라는 환경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이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당황하는 것을 멘붕이라며 하나의 웃음 코드로 치는데, 사람을 일부러 그런 환경 속에 몰아넣고 즐기는 것이 웃음 코드인 시대는 정상일까 

일요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군대는 고사하고 한국적인 문화와 한국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샘, 헨리, 엠버 등 외국인을 군대에 집어넣고 당황해하며 실수하는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았다.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는데, 이번 무한도전에서 그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생고생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에 고생이 강조되며 고생의 강도가 올라간 결과 군대가 일상화됐다. 처음 ‘12에서 야외 취침을 했을 때 너무 가학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게임 벌칙으로 싸늘한 날씨에 연못물에 잠시 몸을 담갔을 때도 가학예능 논란이 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런 수위에 둔감해졌고, 더욱 강한 고생을 요구했다. 나중엔 입수가 일반화되면서 한 겨울에 얼음을 깨고 물을 뒤집어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가학적이라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고생 그 자체가 웃음코드가 되자 정글의 법칙처럼 고생시키는 게 목적인 예능들이 등장했다. 과거 청춘불패는 일본에서 대스타 대접을 받는 한류 스타에게 5시간 동안 생굴따기를 시키는 등 고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고생 때문에 진심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오면 리얼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군대는 이런 고생 코드의 종합판이며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고생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 인격적 모욕까지 더해져 연예인들을 그야말로 멘붕에 빠뜨린다. 그때 나타나는 연예인들의 바보 같은 모습이 사람들을 웃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바보를 가장하며 일부러 실수하는 모습에 대중은 폭소를 보낸다. 군대예능에선 가장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바보가 되어 진심으로 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웃음이 터진다. 

사람이 진짜로 바보가 될 정도로 얼을 빼는 환경에 집어넣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대중이 웃기만 하면 연예인에게 무엇을 시켜도 되는 것일까? 47세 허약체질의 아저씨를 군 훈련소에 집어넣고 구경하는 설정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하재근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