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영화 '택시 운전사', 천만 관객 돌파

문별님 작가 입력 2017.08.21. 21:26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영화 ‘택시 운전사’가 개봉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로서는 열다섯 번째 천만 영화에 등극했는데요. 자세한 얘기를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용경빈 아나운서

말씀드린 대로 ‘택시 운전사’ 이 영화가 어제였죠. 어제를 기준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9일 만에, 천만, 굉장히 놀라운 속도 아닙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속도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이 천만이 됐다는 사실 그 자체. 왜냐하면 이 영화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건데, 벌써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사이에도 여러 번 대중문화콘텐츠가 이 소재를 다뤄서 일종의 진부한 소재라고 할 수 있고, 이 사건이 지금 당장의 한국사회의 현안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이게 ‘명량’처럼 엄청난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 스펙타클 이런 게 나오는 작품도 아니어서, 벌써 ‘택시 운전사’라는 제목 자체가 잔잔한 얘기가 펼쳐질 거라는 걸 뻔히 짐작을 할 수가 있는데, 과연 이게 천만까지 갈 것인가. 영화계에서는 사실은 흥행에 대해서 조금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천만이 가니까 그 자체가 굉장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이 영화 배경을 살펴보면 말이죠, 다들 아시겠지만 5.18민주화운동이 되고 있는데, 다시 재조명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기존에 없던 영화는 아닙니다. 5.18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어떤 게 있었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1980년대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6월 항쟁 이후에도 여전히 군사정권이 이어졌기 때문에 탄압을 받았죠. 그래서 88년에 장산곶매 ‘오 꿈의 나라’가 소형 영화, 정식 상업 영화가 아니었는데도 엄청난 탄압을 받았고. 91년 이정국 감독 ‘부활의 노래’가 심의로 삭제가 돼서 만신창이가 됐었고. 그 다음에 96년에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서야 ‘꽃잎’이라는 작품이 정식으로 개봉이 될 수가 있었는데. 문제는 ‘꽃잎’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아니어서 좀 아쉬움을 줬던 거죠. 당시에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게 ‘모래시계’. 최민수 씨가 나온 귀가시계, 그 작품이 이 ‘택시 운전사’가 송강호 씨가 광주에 가서 우연히 목격하는 거잖아요. 이 ‘모래시계’에서도 최민수 씨가 우연히 목격하는 설정으로 나와서 광주항쟁을 보여준 거죠. 그래서 당시에 드라마 화면하고 광주민주화운동 기록 필름을 교차편집해서 그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줬고, 사회에 파란이 일어나면서 그 해 말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이 구속되는 데도 이러한 대중문화의 흐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맞습니다. 그랬었는데, 이제 얘기를 드렸으니까 궁금해지는 게, 이 영화들 중에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어떤 작품이었습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 이후에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이런 것들이 쭉 나왔는데, 2007년에 ‘화려한 휴가’ 이게 680만 명으로 최대 흥행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천만이 놀라운 겁니다. 이 광주민주화운동의 기억이 선명하던 시절에도 천만을 못 넘었는데, 이제 와서 천만을 넘으니까. 그런데 ‘화려한 휴가’가 680만이 됐는데, 이때가 언제냐면, 1990년대 이래로 민주주의가 시대의 정신이 돼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거죠. 10년 민주주의 정부를 지내보니까 사람들이 염증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가 중요하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는 완전히 정착이 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민주주의가 흔들릴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이슈다, 이렇게 생각할 즈음에 노무현 정부 맨 마지막 해에 ‘화려한 휴가’가 개봉이 되는 바람에 이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져서, 680만도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기대에 채 못 미쳤고. 그 해에 바로 엄청난 표 차로 이명박근혜 정부의 서막이 열렸던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네, 맞습니다. 딱 10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한 번 5.18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등장을 했고,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배우의 힘도 있을 것이고, 정권 교체의 배경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이유가 가장 주된 이유라고 보십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시대정신이 바뀐 거죠. 이명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시대정신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경제가 최고다, 이거였는데 이명박근혜 정부 한 9년 세월을 겪어 보니까 아, 역시 민주주의가 최고다, 뒤늦게 사람들이 다시 깨달으면서 아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게 정치인 잘못 뽑으면 바로 흔들리는구나. 그리고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경제는 잘 할 줄 알았는데 전혀 나아진 게 없으니까 오히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니까 아 민주주의를 내실화해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우리 사회에 새 바람이 불겠구나. 이런 인식이 생기면서 민주주의가 다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등극한 겁니다. 이때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나오니까 광주의 민주화운동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진 거고, 그리고 광주의 민주화운동이 보수 정부에서 이걸 격하시키려고 그런 노력을 했기 때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복구시키는 것이 바로 이전 정부와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생겨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러 가게 된 거죠. 그러니까 대중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시대정신의 표출이면서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바로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을 지금 이 시대에 실현해야 된다는 그러한 대중의 의지가 이 영화를 천만 영화로 만든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민주주의 힘, 이런 것들을 통해서 결국은 지난 가을과 겨울에 켜졌던 촛불집회의 촛불이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퍼온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故 김광석 둘러싼 '논란'  (0) 2017.09.26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파문  (0) 2017.09.19
김생민 이상민 인기 이유는  (0) 2017.09.13
KBS‧MBC 총파업..이유는?  (0) 2017.09.05
개인영화 열풍  (0) 2017.08.29
'택시 운전사'와 시대정신  (0) 2017.08.22
'군함도'의 역사와 영화 논란  (0) 2017.08.17
2017.08.07.  (0) 2017.08.07
2017.08.03  (0) 2017.08.03
2017.07.24.  (0) 2017.07.25
이부진 임우재 86억 재산분할 결정..판단근거는?  (0) 2017.07.22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