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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아빠' 이영학, 사이코패스?

<하재근의 문화읽기>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이코패스?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어금니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에게 한 중학생이 목숨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죠. 이 주범 이영학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아나운서

오늘은 좀 어두운 얘기네요. 사이코패스 경향성이 발견됐다, 이 얘기가 지금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를 평가하면서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기존의 다른 사람들도 다 평가를 받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영학은 몇 점 정도나 나왔습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PCLR이라는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이걸 체크를 해서 총점을 내는 방식이고 이게 공감능력 결여라든가 죄책감 결여, 이런 항목들이 죽 있는데 40점 만점에 이영학은 25점이 나왔고. 미국은 30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25점에서 24점 정도가 그 경계점입니다. 그러니까 이영학은 경계선에 놓여있는 사람이다, 거의 사이코패스로 진입하는 정도고. 과거에 유영철이 38점이었습니다, 40점 만점에. 그리고 강호순이 27점, 그리고 조두순 29점. 그리고 팔달산에서 토막살인을 했던 박춘풍 16점. 과거에 엄여인이라고 있었거든요. 남편들을 연달아 살해하고 자기 친족들 눈을 멀게 하고, 엄여인이 40점 만점에 40점 나왔습니다. 그러한 사례들이 있는데 이번에 이영학 25점도 거의 강력범 중에서 상위 10%~15% 이내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어쨌든 경계선에 걸린 점수가 25점이라는 얘기고요. 이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으로 다시금 사이코패스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사이코패스가 옛날엔 우리가 몰랐던 단어고, 20세기까지만 해도 매우 낯선 단어였는데 21세기 초에 유영철 사건, 그때부터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유영철은 사이코패스다’ 이러면서 그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그리고 2009년에 강호순 재판을 계기로 그때 우리 사회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서 ‘강호순은 사이코패스다’ 이러면서 사이코패스 광풍, 사이코패스 신드롬 이런 식의 기사들이 2009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제가 방금 말씀드린 PCLR 테스트라든가 이런 저런 테스트 항목들이 인터넷으로 나오면서 사람들이 자기 친구한테도 테스트해서 ‘너 사이코패스지?’ 이런 식으로 했는데 이 테스트는 전문가가 하면서 분석을 통해서 결론을 내는 거지 그냥 항목만 OX 쳐서 몇 점이니까 사이코패스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네티즌 여러분들도 자꾸 인터넷에서 이런 걸 찾아가지고 섣불리 남들한테 사이코패스 낙인찍고 그러면 좀 곤란합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자, 일단은 좀 더 궁금한 건 사이코패스에겐 도대체 어떤 특징이 있길래, 그렇게 말이 나오는 건지 그 점을 짚어볼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을 못 한다는 거죠. 그리고 죄책감도 없고, 타인, 다른 인간을 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한다. 애완동물도 제대로 반려견, 반려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극도의 자기중심성. 얼마 전에 초등학생 살해한 여중생도 보면 아이를 살해한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여중생의 고민은 자기가 감옥에 있는 바람에 벚꽃 구경을 못 간다. 이게 나는 안타깝다. 이럴 정도로 오로지 자기 입장만 생각한다는 거죠. 그런 게 있는데 문제는 많은 분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그런 사람만 사이코패스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런 사람은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이코패스고, 적응을 잘하는 사이코패스들도 많습니다. 누구냐면 모두가 선망하는 경영자, 정치인, 예술가, 이런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아서 예를 들어서 사람들을 엄청나게 자르고 자기는 호의호식하고 이런 경영자들도 사실은 넥타이를 맨 사이코패스다,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러면, 지금 사람들이 다시금 사이코패스에 집중하는 이런 사회적 현상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문제가 21세기 접어들면서 이런 일들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거죠, 강호순 사건 이후에.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사이코패스는 괴물이죠. 이 사고방식, 뇌 구조 자체가 다른 존재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인간의 사회가 있는데 이상한 존재가 끼어들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상한 존재를 없애버려야 되는 거죠. 결국 이상한 존재, 뇌 구조가 이상한 사람을 박멸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해가는 겁니다. 근데 과연 그렇게 해서 이 세상이 안전해질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적 경향성을 가진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태어나는데 요즘 들어서 그게 강하게 발현된 것은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적이고 냉혹하고 승자 독식의 이런 것 때문에 그러한 사이코패스적 경향이 발현이 되는 건데 이게 뇌 구조 탓이다, 나쁜 사람 잘라내자 이쪽으로 가버리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고칠 것인가 이걸 고민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나쁜 사람들 잘라내다가 우리 사회가 더 냉혹해져서 나쁜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의 지점을 사회를 어떻게 따뜻하게 바꿀 것인가, 어떻게 공동체를 복원할 것인가, 이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