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SNS '급식체' 유행..문제는?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요즘 SNS를 통해 이른바 ‘급식체’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입니다. 급식체는 과연 무엇이고, 또 언제부터 회자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문제는 없을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유나영 아나운서

방금 얘기했지만 SNS에서 요즘 빠지지 않는 게 바로 급식체입니다. 급식체가 뭐고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급식체는 10대들이 쓰는 말이라는 뜻인데 10대들이 학교에서 보통 급식을 먹으니까 급식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10대들을 통칭을 하는 거고 급식체, 휴먼급식체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는데 이게 2015년경부터 확산이 됐다고 알려졌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썼던 표현들이라든가, 게임 사용자들이 썼던 표현들, 그리고 이게 인터넷 개인방송 BJ 진행자들의 말투, 그리고 메신저 소통을 하다가 여러 가지 축약형으로 나오는 것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모이면서 하나의 백과사전처럼 온갖 인터넷에서 쓰이는 말투들이 총집합체로 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왠지 비속어가 범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데, 급식체라는 게 과연 어떤 건지,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예시를 들어주실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급식체로 쓰여진 사직서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부장님 인성이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서 소쩍새가 지저귀는 부분이고요’ 이런 식으로 쭉 가거든요. 이렇게 나오는 급식체에서 많이 나오는 표현이 ‘~하는 부분이다’, 이게 어느 인터넷 방송 진행자의 말투였는데 습관이 돼가지고 말끝마다 ‘~하는 부분이고요’ 이렇게 말을 붙이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할 상황이다’ ‘~할 분위기다’ 이것을 ‘~할 각이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 이번에 흥할 각’ 이런 식으로 ‘잘 될 것 같은데’ 이것을 ‘흥할 각’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고. 게임 사용자들의 표현이었는데 확산이 된 것이고. 놀랄 때, 대단하다, 이런 뜻으로 감타사는 ‘오지다’. ‘지리다’ 이런 식으로 쓰는데 ‘오지다’가 ‘오달지다’라는 우리말을 줄인 것인데 원래 뜻하고는 상관없이 지금 굉장히 남용되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인터넷 신조어나 노래 가사 같은 것들이 혼재하면서 약간의 말장난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이네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말장난을 엄청나게 하는데, ‘인정따리 인정따 쿵취따취 샘오리취 갈취따취 에바쎄바쌈바디바 참치넙치꽁치삼치갈치’ 이런 식으로 아무 의미 없이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죽 나열해서 일종의 언어유희를 즐기는 부분이고요. 이러면서 ‘산기슭이 인정하는 부분이고요 슭곰발이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것도 다 말장난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고 그다음에 자문자답도 굉장히 많은데 혼자서 ‘인정? 어 인정’ 이렇게 자문자답을, 뭔가를 주장하면서 상대방한테 인정을 강요하는 것인데 이게 또 변형이 돼서 ‘린정? 어 린정’, ‘동의? 어 보감’, ‘이동휘? 박보검’, ‘인지용? 권지용’, ‘용비? 어 천가’ 이런 식으로 계속 지금 바뀌고 있고, 거의 변형 형태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각. 굉장히 지금, 제가 조금만 소개해드렸는데 굉장히 많은 변형 형태가 인터넷에서 나오고 있고 이게 10대들이 자기들만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동질성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방송에서 소개하는 순간 이미 이 단어의 효용성은 사라지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 또 다른 단어들을 만들고 있을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사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신조어가 범람한다고 해서 무조건 걱정하는 것만은 아닌데,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이런 단어들을 많이 쓰다 보니까 분명히 걱정되는 문제들이 있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신조어, 은어는 옛날부터 언제나 있어 왔는데, 과거에는 몇몇 단어에 그것이 한정되어 있다면 지금은 언어생활 전체를 거의 국어의 구조를 바꾸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쓰여지고 있기 때문에 좀 이것은 문제 아니냐, 그리고 이 신조어 중에 제가 소개를 일일이 시켜드리진 않았지만 예를 들어서 ‘앙 기모띠’ 이런 식의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게 기분 좋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사실은 음란 영상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이 이 말을 쓰다가 이 말이 어디서 나온 거냐를 알아보는 가운데 음란 영상을 보게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또 ‘노무띠’ 이건 또 전직 대통령의 희화화라든가 고인에 대한 조롱, 그런 의미가 있는 거고. 또 ‘느금마’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또 어머니를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그런 의미가 있어서, 각 단어 안에 담겨진 굉장히 어떤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장난으로 쓴다는 거죠. 그리고 이 급식체 안에 혐오 표현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고 급식체라는 말 자체가 급식충에서 나온 것인데 급식충이 10대들에 대한 혐오 표현에서 등장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말들을 자꾸 쓰면서, 그 안에 또 욕설도 들어 있고. 부정적인 것 아니냐. 그리고 가장 대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게 언어생활 전반에 걸쳐서 펼쳐져 있다 보니까 국어 파괴, 우리말 파괴 아니냐. 그런 우려가 많이 나오는 건데 진짜 문제는 뭐냐면 그런 우려를 많이 하는 기성세대야말로 국어 파괴의 주범이다. 10대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말을 살짝 지금 조합을 하는 수준이라면 기성세대는 우리말을 지금 영어로 대체를 하고 있어서 요즘은 ‘페이스 요가’, ‘디펜딩 챔피언’ 이런 말들이 제가 어렸을 때는 쓰지도 않았던 말들인데, 이런 식으로 멀쩡한 우리말을 지금 기성세대가 영어로 다 바꾸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과연 10대들의 급식체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그래서 기성세대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우리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10대들의 언어생활도 거기에 따라서 좀 발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청소년들의 올바른 국어생활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우리 기성세대들부터 거울이 될 그런 언어 습관을 길러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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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