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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화제'..올해의 단어 '페미니즘'

<하재근의 문화읽기> 전 세계 '화제'..올해의 단어 '페미니즘'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2017년도 이제 2주 정도가 남았는데요. 2017년을 상징하는 많은 단어들 중 하나가 바로 페미니즘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를 일으켰던 '페미니즘',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함께 이야기해봅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용경빈 아나운서

말씀드린 대로 페미니즘이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됐던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보면 미국의 권위 있는 사전,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올해의 단어로 이 페미니즘을 선정하기도 했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선정을 했는데, 이것이 올해 1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여성들의 행진이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 행사가 있은 다음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관련 검색어도 늘어났다는 건데, 이게 대체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이후에 나타나는 미국 사회의 보수화에 따른 반발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여성을 오로지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듯한 언행을 해왔는데, 거기에 대해서 지금 미국 사회라든가 세계적으로 우려가 굉장히 크게 나타나고 있고. 그리고 또 올해 원더우먼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원더우먼이 바로 왜 남자들만 히어로를 하는 거냐, 여자도 히어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해서 나타난 캐릭터이기 때문에 원더우먼 개봉과 더불어서 더욱더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올 한 해가 페미니즘의 한 해였다, 이렇게 지금 사전 측에서 규정을 한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네. 이 페미니즘이 사실 메리엄-웹스터 사전뿐만이 아닙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언론들에서 계속해서 관련된 언어를 뽑고 있죠, 사실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의 인물로 수잔 파울러를 뽑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좀 비슷한 얘기라고 볼 수 있겠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렇습니다. 수잔 파울러는 누구냐면 미국에 우버라는 유명한 회사가 있는데 그 직원이었는데 이 여성이 상사한테 성희롱을 당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회사 안에서 자기가 고발을 했는데도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안 하더라. 그래서 이 여성이 화가 나서 SNS에 폭로를 한 거죠. 그래서 이제 이게 실리콘밸리의 회사인데,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기업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기업 문화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리콘밸리의 회사에서마저도 이렇게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생각을 하고, 여성이 피해를 당했는데도 남들이 나 몰라라 하는구나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굉장히 충격을 안겨 주면서, 이 사건 이후로 이른바 ‘미투 캠페인’이라고 하는, 나도 당했다. 성희롱, 성추행을. 그러한 캠페인이 촉발되는 원인이 됐는데, 바로 그 여성이 이번에 영국에서 매체에 의해서 올해의 인물로 뽑힌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사실 미투 캠페인, 저희 EBS뉴스에서도 뉴스G를 통해서 보도한 바가 있는데. 같은 카테고리 라인 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침묵을 깬 사람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인데, 표지를 장식한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타임이 좀 전에 말씀드린 수잔 타일러와 더불어서 애슐리 주드, 테일러 스위프트, 엄청 유명한 배우, 엄청 유명한 가수 이런 사람들인데. 표지 인물에 이번에 실은 거죠. 그러면서 올해의 인물로 이 사람들이 바로 ‘침묵을 깬 사람들’이다. 무슨 침묵을 깼냐면 성희롱, 성추행, 성범죄를 당하고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가 무서워서 입을 꼭 다물고 자신이 당한 피해를 말하지 못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이들이 자신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고발하기 시작했다. 침묵을 깼다고 해서 올해의 인물로 뽑은 건데, 이게 이제 방금 말씀하신 미투 캠페인이고. 이게 미국에 하비 웨인스타인이라는 유명한 영화 제작자가 수십 년에 걸쳐서 수많은 여성들한테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아무도 그것을 얘기하지 않다가 올해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그래서 수잔 파울러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이 하비 웨인스타인으로 더 커졌다가 나중에 이게 정치권, 여러 분야로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부시 전 미국 대통령한테 성추행 당했다는 여성도 등장하고, 그래서 지금 서양 사회가 발칵 뒤집히면서 아, 우리가 그동안 페미니즘이다, 남녀 평등이다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이렇게 불안한 세상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동안 여성들이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공포 분위기였구나. 이걸 비로소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근데 뭐 보면 영국, 미국 얘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페미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우리나라 요즘에 페미니즘 논란 많았고,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리를, 남녀 평등 주의 이런 거니까. 거기에 대한 반발로 여성 혐오, 여성을 공격하는. 이게 나타나니까 거기에 대한 또 반발로 남성 혐오, 남성을 공격하는. 이게 초미의 관심사로 인터넷에서, 이게 얼마나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예민하냐면 유아인 씨가 애호박 게이트라고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농담을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이게 남성 폭력을 떠올린다고 해가지고 논의가 막 퍼져 나가더니 페미니즘 논란이 되고 여혐 논란이 되고 남혐 논란이 될 정도로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질 정도로 이 이슈가 사람들한테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하는 것이고. 지금 여성들의 처지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문희옥 씨 후배 여가수가 기획사 대표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을 했는데 문희옥 씨가 너 이거 고발하면 네가 더 사회적으로 망신을 당한다고 입막음을 했다든지, 어느 기업체에서 여성이 성범죄를 당했는데 그걸 터뜨리려고 하니까 회사에서 은폐를 하려고 했다든지 이런 게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 문제로 굉장히 시끌시끌했었는데 문제는 한국 사회는 미투 캠페인이 안 나타난다는 겁니다. 여전히 여성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결국 서양은 미투 캠페인이 문제지만 우리는 미투 캠페인조차 일어나지 않는 사회에서 서양의 미투 캠페인을 부러워해야 되는, 그런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페미니즘에 대한 세상의 관심, 분명한 건 바른 길로 가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과정이 너무 험난하지만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