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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논란'

<하재근의 문화읽기>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논란'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요즘 아이돌 팬덤이 지하철 등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광고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요. 얼마 전 서울 시내 역사 곳곳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광고가 걸려 화제가 됐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히 이야기해봅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용경빈 아나운서

말씀드린 대로 이런 광고들 같은 경우에는 보통 아이돌이라든가 연예인 이런 것들 대상으로 광고가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광고가 걸려서 화제가 됐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그러니까 이달 24일이 문재인 대통령 생일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축하하는 광고가 서울 시내 몇몇 지하철 역사에 걸린 거죠. 이게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 팬들이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고 꼭 대통령 아니더라도 정치계에 이런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가 이런 식으로 걸리는 것은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독재 국가에서나 나타날 법한 일이라서 이 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그렇게 화제가 됐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이렇게 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광고한다, 이런 현상들은 언제부터 시작이 됐습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방금도 말씀하셨지만 정치권에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고, 엉뚱하게도 가요계, 대중가요계에서 있었던 현상인데 2011년에 동방신기에서 떨어져 나온 JYJ라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광고를 팬클럽이 지하철 역사에 낸 거죠. 그리고 같은 해에 소녀시대 서현 씨를 축하해주는 광고를 또 냈고. 그 이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개인적인 기념일을 축하하는 광고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을 하게 돼서, 2016년에 아이돌 팬클럽이 낸 광고가 한 400여 건, 지하철 역사에. 2017년에는 1,038건. 폭발적인 증가세. 이런 게 일반화되다 보니까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정치인 팬덤이 거의 아이돌 팬덤 비슷하게 이번에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저는 기획사 측에서 이런 걸 내는 줄 알았더니 팬들이 직접 내는 광고였네요.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 생일 광고에 대해서 야당 측에서 꽤나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특히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발언은요, 꽤 좀 높은 수위였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야당에서 아주 강하게 반발했는데, 김문수 전 지사 같은 경우에 자신의 생일 축하 영상을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떠들게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 이 광고를 낸 것은 팬들인데 대통령이 시켜서 그렇게 영상을 건 것처럼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가지고 사고방식의 프레임 자체가 시민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 독재권위주의 시절, 지도자가 모든 걸 지시하던, 그 시절의 프레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심지어는 이것이 ‘김일성 주체사상의 영향이다’, 이렇게 말을 해서, 이것은 색깔 공세인데. 얼마 전에도 야당이 초등학생이 남북통일 평화 그림을 그렸는데 거기에 태극기, 인공기 있는 걸 보고 인공기 왜 그렸냐고 색깔 공세를 막 하고. 이렇게 정치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색깔 공세를 무조건적으로 한다든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네티즌들의 어떤 일반적인 정서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대통령의 팬덤이 반발심에 의해서 강화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런데 말이죠. 이것은 사실 본인이 낸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했을까요, 그렇다면?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꼭 바람직한 걸로 따지자면 이런 광고를 굳이 내야 하겠는가. 사실 비판의 여지가 있는 건데. 이것이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위는 결국 정치 행위인데. 정치 행위가 연예인 좋아하는 스타 팬덤처럼 이루어지면 좀 곤란하다는 거죠. 양태가 조금 달라야 되고. 그리고 지하철 역사 생일 축하, 정치인 생일 축하 광고를 내면 이게 또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든지 아니면 편법 선거운동으로 나중에 전환될 소지가 있어서, 이런 차원에서, 정치 문화적인 차원에서 비판하면 괜찮은데 이것을 정치 공세 차원에서 비판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같은 경우도 뭐라고 그랬냐면 ‘대통령의 인기영합 정치는 언제 끝나려는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이게 대통령이 시킨 게 아니라 시민이 자율적으로 자발적으로 한 건데 마치 대통령이 인기영합하기 위해서 시킨 것처럼 이야기하면 사고방식 자체가 구시대, 권위주의, 독재 시절의 프레임에 너무 지금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 문화를 이해할 수가 없고, 그리고 또 야당 원내대표가 ‘사생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면 좋겠다’고 했는데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시민을 사생팬이라고 폄하한 거죠. 이런 식으로 시민들의 행동이나 네티즌들의 행동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점점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하고 정치권의 사고방식이 동떨어져서 정치 혐오라든가 정치 냉소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권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문화, 젊은이들의 문화에 대해서 보다 많은 학습과 이해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네, 지금 해주신 말씀들을 조금만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은데요. 평론가님께서 보시기에는, 그렇다면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이런 행태들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우리가 좀 어떤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지 가볍게 좀. 

하재근 문화평론가

비판할 일이 있으면 비판하면 되는데 그 비판을 합리적으로 해야지 구시대적인 프레임에 사로잡혀서 무조건 시민이 한 걸 가지고 대통령 비난, 정치 공세에 쓴다든지 심지어 구태, 옛날과 같은 방식으로 색깔 공세를 한다든지. 이러면 젊은이들의 반발심을 더 키울 수밖에 없고 그러한 정치권에 대한 반발로 정치 혐오라든가 아니면 또 대통령에 대한 팬덤이 더 공고해지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기 때문에, 정치권도 이제는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비판도 좋지만 보다 많은 학습과 이해를 통해서 비판을 할 때 하더라도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되고, 그리고 대통령의 인기가 왜 이렇게 큰 거냐, 이걸 지금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왜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지 그것을 좀 연구해서 어떻게 해야 새로운 문화와 우리가 잘 맞아 떨어지고 젊은이들이 정치인들을 믿고 따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을 좀 전향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네, 어쨌든 뭐 정치인, 또 대통령의 이런 광고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논란이 된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은 우리가 좀 주의 깊게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