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라디오스타, 예능진행자가 벼슬인가

 

MBC ‘라디오스타최근 회에 장우영, 잭슨 등이 출연했다. 진행자들은 장우영에게 아티스트병에 걸려서 옛날엔 예능에서 빠릿빠릿하게 잘 했는데 입을 닫았다라고 했다. 잭슨에게도 ‘(아티스트 병이) 감염된 것 같다옛날엔 엄청 떠들더니 얌전해졌다라고 했다. 잭슨이 요즘은 제가 음악 쪽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하자 그게 아티스트 병이야!’라고 응수했다. 최근엔 왜 예능에 많이 안 나오느냐는 질문에 잭슨이 요즘은 제가 음악하고 싶고라고 하자 또다시 그게 병이라고!’라고 했다.

이 장면이 기이하게 느껴진 것은 장우영과 잭슨이 가수이기 때문이다. 가수가 음악한다는데 거기에 진행자들이 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예능에서 적극적으로 웃기려 나대지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가수가 예능에서 웃기지 않고 음악에 매진하면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 걸까? 과거엔 이렇지 않았다. 가수는 당연히 음악하는 사람이었고, 가수가 예능에서 웃기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는 경우는 없었다. 토크쇼는 원래 초대손님이 자신의 삶이나 심경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얼마나 진솔한가가 중요했지, 얼마나 웃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행자는 초대손님이 편안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2000년대 이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듣는 음악의 시대가 끝나고 퍼포먼스의 시대가 열렸다. 음반시장이 붕괴되면서 순수한 음악활동만으론 가수생활을 이어가기 힘들게 됐다. 퍼포먼스형 가수들은 자의반타의반 전천후 방송인으로 거듭났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가수들이 음반을 준비하기 위해 장기간 공백기를 가지는 것이 당연했지만, 2000년대부터는 1365일 방송체제다. 이러면서 신비주의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예능의 위상은 수직상승했다. 과거엔 연말 시상식 중에서 예능부문 시상이 가장 존재감이 약했었다. 대중음악 시상식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 다음이 연기대상이었다. 이젠 방송사 대중음악 시상식이 아예 폭망해버린 대신 연예대상이 핵심 시상식으로 떠올랐다. 특히 유재석과 강호동이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다투던 시기에 연예대상이 대중문화계 연말 최대 이슈로 자리를 굳혔다. 이러면서 초대손님 가수를 보조해주던 예능진행자가 이젠 가수를 굽어보는 자리로 올라갔다.

 

예능천하가 된 것이다. 과거엔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뜬 사람들이 예능에 잠시 나와 이벤트 정도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예능에서 자리 잡는 것 자체가 활동의 목표가 됐다. 예능이 장르 중의 장르인 최종장르, 대중문화게 최종심급이 된 것이다. 인기 진행자는 국민MC'로 연예권력의 정점에 등극했다. 이러다보니 예능진행자가 동료 연예인들을 굽어보는 식의 토크가 부지불식간에 나온다. 각 하위분과의 마이너리거들을 예능이라는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킬 것인가를 심사하는 심사관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라디오스타가 대표적이다.

왜 각자 자신의 영역이 있는 사람들이 예능진행자에게 심사를 받으며 예능후보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왜 가수가 예능에서 웃기는 걸로 평가 받아야 하는 걸까? 예능진행자가 다른 연예인 위에 있는 벼슬인가? 어쨌든, 가수가 예능 웃음팔이에 소극적이라고 병자 소리를 듣는 풍경은 기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