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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이 조세호를 살리는 법

 

조세호가 본격적으로 떴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예능 방송인 브랜드 평판 20182월 조사에서, 조세호가 무려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유재석이 2위다. 조세호 제2의 전성기이며 동시에 최대 전성기라 할 만하다.

첫 번째 인기는 프로불참러캐릭터가 뜨면서였다. 김흥국이 방송 중에 밑도 끝도 없이 유명 연예인 결혼식에 왜 안 왔느냐며 조세호를 타박했고, 조세호는 아는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라며 억울해했다. 그 억울한 표정이 너무 웃겨서 조세호에게 왜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주는 놀이가 유행했고, 상습 불참자라며 프로불참러라는 억울한 캐릭터가 생겨 반짝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인기는 무한도전고정 멤버 합류가 견인했다. 오랫동안 6번째 멤버 문제로 고심하던 무한도전이 조세호를 선택한 것이다. 보통 무한도전신규 고정 멤버엔 엄청난 반발이 있게 마련인데 조세호에겐 그것이 전혀 없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세호의 캐릭터가 사람들의 반발심을 없앤 가장 큰 원인이다.

 

조세호는 억울하게 당하는 불쌍한 캐릭터다. 억울한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 것이 대중심리다. 조세호의 개그스타일 자체가 수비형이기도 하다. 남에게 독설을 퍼붓기보단 남의 독설을 받아주며 망가지는 쪽이다. 김구라, 강호동, 박명수처럼 공격을 가하는 쪽엔 호오가 엇갈려도 당하는 쪽엔 보호본능이 발동한다. 그래서 조세호 무한도전합류에 반발이 없었던 것이다.

 

무한도전은 조세호를 합류시킨 후 약자의 반란같은 식의 반전 매력을 기획하기보단 이미 형성된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합류직후 조세호를 청문회 무대에 세워, 기존 멤버들이 그에게 인격무시 폭로성 질문을 퍼붓게 함으로써 억울하게 당하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얼마 전 있었던 ‘1시간 전특집에선 잠도 제대로 못잔 조세호를 급하게 깨워 체감 영하 20도 추위에 생방송 새벽 뉴스 야외 날씨 방송을 시켰다. 극한의 상황에서 예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생방송 뉴스에 투입한 것이다. 당연히 조세호는 당황해했고 시청자는 폭소를 터뜨렸다. 조세호의 추위를 희화화한 동장군 분장까지 등장해 조세호 인생짤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자기 몫의 ‘1시간 전특집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주에 또 당했다. 박명수가 군부대에 입소하는 ‘1시간 전특집을 찍는데 조세호를 이유 없이 호출한 것이다. 조세호는 또 잠도 못 자고 새벽에 끌려나왔다. 억울한 행보의 연속이다. 훈련 중에 잠을 참지 못한 조세호가 조는 표정이 마치 곰돌이같아 또 하나의 인생짤이 탄생했다.

가장 최근 방영된 하우스 인앤아웃특집에서 조세호 억울함이 정점을 찍었다. 조세호가 속한 팀은 극한의 추위에 옷도 갖춰 입지 못하고 야외 촬영을 감행했다. 다른 팀은 집안에서 안락하게 요리를 해먹었는데, 문제는 그 집이 조세호의 집이었다. 조세호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집까지 뺏겼다. 시청자는 환호했고 조세호팀의 노천탕 장면에서 당일 전체 방송사 예능 최고 시청률이 찍혔다.

공격하는 쪽보다 당하는 쪽을 응원하는 것이 인지상정. ‘무한도전은 그 대중심리를 정확하게 활용했고 조세호에게 최대 전성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