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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리턴 고현정하차사태, 방송사 문제는?

 

SBS ‘리턴에서 고현정 하차했다. 그전에도 중도하차는 종종 있었지만 주연배우가 공개적으로 PD와 싸우고 하차한 일은 없었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인 것이다. 배우가 드라마 방영 중에 물의를 빚으면 보통은 해당 배우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번엔 정반대다. 제작진에 비난이 집중되면서, 고현정에겐 동정 여론이 커진다

SBS 측에선 고현정의 불성실과 스타갑질이 문제였다고 했다. 이에 반해 고현정 측에선 캐릭터 변질이 문제였다고 했다. 매체들은 고현정이 촬영장에서 절대갑으로 군림하며 민폐를 끼쳤다는 보도를 내놨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고현정을 두둔했다.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게 한 단초는 상식에서 벗어난 드라마 속 고현정의 비중이다. 지금까지 방영된 리턴에서 고현정의 역할은 있으나마나 한 수준이었다. 4명의 금수저 악당을 형사가 쫓는 내용이고, 특히 악당들에 대한 묘사가 극의 중심이었다. 고현정이 맡은 변호사는 극에서 빠진다고 해도 별로 지장이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캐릭터 자체가 극에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고현정의 위상과 충돌했다. 고현정 정도의 배우가 이렇게 미미한 역할을 수락했을 리가 없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고현정 컴백작으로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더욱 고현정의 미미한 비중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러니 사람들이 고현정 비중이 방영 중에 비정상적으로 축소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방송사의 업보다. 우리 드라마가 사전에 나온 대본에 의해 정상적으로 제작되는 풍토였다면 이런 의심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생방송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방영과 함께 동시 제작되는 일이 흔하다. 일단 방영을 시작한 다음 시청자 반응을 보며 내용을 조절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알려졌다

이러니 시청자들이, ‘리턴방영 후 악당들에 대한 반응이 좋은 반면 고현정에 대한 초기 반응이 안 좋게 나오니 주인공이 바뀐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고현정 비중을 축소하고 악당들의 비중을 키우는 쪽으로 말이다. 고현정 동정론의 원인이다.

 

이 의혹에 근거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기정사실로 단정한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방송사의 업보다. 그동안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로 무리하게 제작하면서 시청자 눈치보기식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랬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추측한 것이다

, 방송사들은 그동안 철저한 시청률 지상주의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시청률을 올려주는 악당들의 비중을 무리하게 올렸을 것이라는 의심이 득세했다. 그런 의미에서도 방송사의 업보다.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 관행과 시청률 지상주의가 없었으면 이런 의심이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터다.

 

방송사는 이번 사건에서 도를 넘은 스타 갑질을 호소했는데, 이런 갑질 역시 방송사의 업보다. 방송사들이 참신한 기획성 위주로 드라마를 편성하거나 신인을 키우기보다, 오로지 스타캐스팅만 보고 편성을 내줬기 때문에 스타 위상이 구름을 뚫고 올라가버렸다. 작품의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갑으로 제작진도 어찌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방송사가 자초한 일이니 방송사에 대한 동정론이 나오지 않는다.

 

고현정 하차의 정확한 원인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고현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을 했을 수도 있다. 진실은 차후에 밝혀질 것이다. 그 문제와 별개로, 이 사태에서 방송사에게 일방적으로 비난이 쏟아진 것에 대해선 방송사의 성찰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은, 방송사가 시청률지상주의로 드라마 진행을 좌지우지한다고 여겼다. 그 관행이 심지어 간판으로 캐스팅한 스타마저 날려버릴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어쩌다 방송사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까지 떨어졌는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