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토토가3-HOT' 편이 13.6% 시청률로 동시간대 예능 1위에 올랐다. 올림픽 때문에 시간대가 늦춰졌는데도 성공한 것이다. 최고 시청률이 15.8%까지 나와 국민드라마인 황금빛 내 인생의 시청률을 일부 잠식했다.

그동안 HOT 재결합설이 몇 차례 나왔었고, 방송에서도 HOT 컴백 이야기들이 오갔기 때문에 이슈 자체에 식상한 느낌이 있었다. ‘토토가특집도 이미 2차례나 진행돼서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았다. 그래서 HOT편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때 네티즌 반응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기획이 현실화되자 분위기 반전이다. 공연 관람 신청자가 무려 15만 명을 넘어섰고, 방영시간대가 늦춰졌는데도 시청률이 폭발했다. 댓글 반응도 호의적이다. 아직 공연은 시작도 안 했고, HOT 멤버들이 오랜만에 만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까지만 방영했는데도 이렇다. 본 공연이 펼쳐지는 다음 회엔 더 뜨거운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HOT는 한국 가요계 주류인 아이돌 문화의 출발점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서태지의 음악적 실험성, 댄스음악, 격렬한 안무, 열광적 팬덤 현상으로 90년대를 열었다. 여기에서 음악적 실험성을 뺀 모든 것을 계승하며 10대 중심의 외모와 팬덤 현상을 강화한 것이 HOT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한국 아이돌 문화의 시스템이 됐고, 케이팝 한류를 낳았다. 한류라는 말 자체가 HOT의 중국 활동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HOT 활동 당시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음악방송을 찾는 팬들을 HOT 팬들과 다른 모든 가수들의 팬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HOT의 라이벌 격이었던 젝스키스 팬들과 HOT 팬들의 격렬한 대립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삽화로 응답하라시리즈에서도 자세히 그려졌다. 그래도 HOT 팬덤이 절대적이어서 그야말로 소녀들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었다. HOT17년 만에 완전체 공연에 나선 것이다.

 

이것이 그때의 소녀들을 호출했다. 이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를 낳고, 자기 직업을 가진 사회인이 됐지만 그녀들에게 HOT는 여전히 오빠였다. 프로그램 속에서 HOT 멤버들이 공연 관람을 신청한 팬들에게 전화를 걸자 그녀들은 과거로 돌아간 듯 떨리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이래서 황금빛 내 인생의 주부 시청자들 중 일부가 무한도전으로 이동한 것일 게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HOT 멤버들도 감격하며 점점 과거의 에너지를 살려냈다. HOT 막내인 이재원이 “1주일 뒤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고, HOT 멤버들은 소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한 것이 이번 쇼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렇게 무한도전-토토가3’은 시청자에게 과거를 선물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토토가를 두 번이나 했는데도 여전히 과거 코드가 인기를 끄는 것이 놀랍다. 추억 회상은 인간의 보편적 욕구이기도 하지만,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특히 더 과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복고의 끝나지 않는 인기는 그만큼 현재가 팍팍하다는 뜻일 게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