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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김어준 블랙하우스는 정봉주를 두둔했나

 

정봉주가 20111223일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있다고 인정한 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이 정봉주를 두둔했다는 것이다. ‘김어준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을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김어준과 PD를 퇴출시키든, 프로그램을 폐지하든,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 사건을 전하는 기사는 정봉주를 두둔해 프로그램이 난타당했다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정봉주를 두둔했다고 단정했다. 

급기야 정치권에서까지 말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김어준 씨는 특히 정 전 의원을 노골적으로 감싸주기 위해 본인이 진행하는 지상파 프로그램까지 이용하기도 했다나는 꼼수다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앞장서 주도했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블랙하우스제작진이 공식 사과했다. 이를 전하는 기사는 정봉주 전 의원의 잘못된 해명에 편승한 보도를 했던제작진이 사과했다며,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했다. 심지어 한 시민단체에선 정 전 의원이 제출한 자료를 중심으로 활용한 보도가 부적절하다정 전 의원이 설정한 틀에 맞는 보도를 했다는 자체가 공정성이 우려된 보도라고 했다. 한 매체는 사설에서 블랙하우스내용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맥락에서 다루기도 했다.

 

이렇게 크게 질타 받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방송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프로그램은 먼저 정봉주 사건의 개요부터 설명했다. 프레시안 보도로 시작된 의혹이 2011122324일 사이에서 혼선을 빚다가 23일로 사건일이 특정됐고, 민국파가 1223일 오후 1~2시경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로 정봉주를 데려다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에 정봉주 측에서 발표한 780장의 사진 중 1223일 오후 1~2시경에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1시 넘어서까지 홍대 앞에서 녹음을 했고 2시 전후에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한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홍대 부근에서 명진 스님과 함께 한 사진도 보여줬다 

이 사진들을 보여준 후 법영상분석 전문가를 찾아가 사진의 조작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전문가는 조작된 사진이 아니라고 자문했다. 사진에 기록된 시간의 신뢰성이 굉장히높다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자는 20111223일 오후 1~2시경에 정봉주가 홍대 쪽에 머문 걸로 판단된다고 방송했다. 그리고 김어준은 이 사건에 대해 논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게 다다. 당시는 1223일 오후 1~2시경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블랙하우스뿐만이 아니라 모든 시사프로그램이 정봉주의 231~2시 행적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을 편파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방송 내용에 잘못도 없었다.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12231시부터 2시 사이에 정봉주가 홍대 앞에 있었다고 한 건데, 이것이 오보라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정봉주가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서 잘못이고, 정봉주의 잘못된 해명에 편승한 보도라는 주장엔 문제가 있다. 누가 제출했건 사진은 사진일 뿐이다. 사진은 유력한 근거이기 때문에 어디서 나왔건 논란 사건에서 사진이 나오면 모든 뉴스가 그 사진을 보도한다. , ‘블랙하우스가 종합적으로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231~2시에만 집중한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때는 대한민국 모든 뉴스가 그랬다 

블랙하우스내용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맥락에서 다룬 것도 이상하다. 1~2시에 여의도에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시간에 홍대 앞에서 찍힌 사진이 나오면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이런 걸 2차 가해라고 하면 피해자라고 말하는 측의 주장에 대해 그 어떤 의문도 갖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는 것인가? 

블랙하우스의 보도는 그 시점에선 매우 일반적이고 당연한 내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 모두가 정봉주의 사진과 231~2시에 집중했는데, 유독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만 문제 삼는 건 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