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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박진영 구원파 논란, 어디까지 종교의 자유인가

박진영이 기독교 복음 침례회, 이른바 구원파의 신자라는 보도에 논란이 커졌다. 1차 파문은 네티즌의 놀라움과 실망이었고, 2차 파문은 김어준의 강력 반발에서 시작돼 종교의 자유 논란으로 번졌다. 

김어준은 박진영이 구원파든 아니든 우리 사회가 박진영 개인의 종교관을 왜 알아야 하는 거냐. 디스패치는 무슨 자격으로 개인의 종교관을 따지고 기사화하는 거냐. 박진영 개인의 교리해석이 어떤 이유로 사회적 의제가 되는 거냐고 따졌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엔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박진영의 종교를 밝히는 것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그런데 사실은 연예인의 종교는 그동안 일상적으로 보도가 돼왔다. 연예인은 일반인과 다른 특수한 위상이어서, 기본적인 사적 정보들 중 일부가 보도 대상이 되는데 종교도 그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어느 연예인이 자기가 다니던 교회에서 결혼하면, 매체들은 그 교회에 다니는 다른 연예인들의 명단을 보도한다. 배용준의 부인이 신앙에 바탕을 둔 모임의 회원인데, 그 모임의 다른 연예인 구성원이 누구누구인지도 세세히 보도한다. 이런 보도들이 나왔을 때, 왜 명단의 본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종교를 폭로하는 거냐는 항의는 그동안 없었다.

 

게다가 박진영은 과거 자신이 무교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고, 또 기독교 복음 침례회하고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했었다. 매체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단서를 포착했다면 보도할 수도 있다. 종교의 자유와 상관없이, 연예인이 대중을 속인 의혹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보도가 이루어진다. 

, 개인의 믿음과 사회적 활동은 다르다. 박진영이 혼자서 어떤 믿음을 가졌다면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만,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다면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진영 자신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유명 연예인이자 대형 기획사 수장인데다가, 만약 그 주변의 연예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사회적 사안이 된다.

 

그러므로 종교의 자유라며 보도와 논의 자체를 막는 건 무리다. 다만 어떤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차별이 가해져선 안 될 것이다. 어떤 믿음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회적 해악을 끼쳤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았다면 특정 신앙을 가졌다는 것으로 공격당할 이유는 없다. 

그동안 숱하게 있었던 연예인의 종교 보도에 반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번에 강하게 반발한 것은, 최초 보도에 세월호 관련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문제다. 세월호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 구원파 등이 희생양으로 내몰리면서 진실 규명을 못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당시에 모든 이슈가 유병언 전 회장, 구원파 쪽으로 쏠린 것 자체에 불쾌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런 터에 박진영 관련 보도에 또다시 구원파와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니 매우 부적절한 기사라고 사람들이 느낀 것이다. 간단하게 무교라던 박진영이 사실은 엄청난 신자인 것 같다는 내용에서 끊었어야 했다. 굳이 세월호를 자세히 언급한 것이 2차 파장이 커진 진짜 이유였다.

 

과거 이정재 관련 보도 때도 그랬다. 이정재가 동양그룹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은 것 같다는 의혹 기사에 굳이 동양사태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정재가 정말 혜택을 받았는지도 불분명하거니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동양사태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동양사태라는 엄청난 사회적 사안과 연예인이 무슨 연관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기사는 마치 이정재가 동양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나왔다. 그러자 이정재에게 묻지마 비난이 쏟아졌다. 

이렇게 연예인 관련 내용에 굳이 큰 사회적 이슈를 연결시켜 기사의 폭발성을 키우려는 경향이 일부 엿보인다. 이번 박진영 관련 보도에 세월호 이야기를 연결시킨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박진영이 세월호를 침몰시킨 집단의 일원이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건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었다. 연예인 보도를 할 때 너무 억지로 사회 이슈와 엮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