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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이영자 사진 날벼락, 제작진이 알고 했을까

 

2의 전성기를 맞으며 승승장구하던 이영자가 날벼락을 맞았다.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MBC 뉴스 특보 화면과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이 합성됐는데 이 화면이 세월호 사건 당시의 뉴스 화면이었다는 것이다 

요즘 뉴스 화면도 많은데 굳이 세월호 사건 당시의 사진을 썼다는 점이 일단 충격이고, 게다가 어묵이 더욱 문제가 됐다. 일간베스트 사이트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이들을 어묵등으로 모욕해 문제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필 출연자가 어묵을 먹고 있는데 어묵이라는 자막과 함께 세월호 이미지를 편집한 것은 정말 부적절했다.

 

날벼락을 맞은 이영자는 현재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번 주 녹화 불참을 선언했다. 적절한 선택이다. 이런 일을 겪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녹화장에 나와 웃고 떠들 경우, 반발하는 시청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시적인 녹화 불참은 괜찮은 결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하차, 프로그램 폐지, 제작진 또는 PD 중징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제작진이 일베 회원이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지금 시점은 거기까지 나갈 단계는 아니다. 진상규명이 먼저다.

 

제작진은 해당 뉴스 화면이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달 받은 것으로, 받을 때부터 배경이 모자이크로 뭉개져 있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 화면임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제작진에게 큰 책임을 묻긴 어렵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래로 요즘 예능에선 인터넷 합성 이미지와 같은 이미지 합성이 유행이다. 다양한 이미지를 연결해 웃음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 다양한 이미지가 문제가 된다. 이미지 하나하나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사고가 터질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검증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기가 어렵다.

 

제작진의 말대로라면 이번 뉴스 화면이 검증하기 어려운 케이스다. 배경이 뭉개진 앵커 보도 모습이기 때문에, 그저 평범한 뉴스 화면일 거라고 판단하기가 쉽다. 네티즌의 집단지성이 아닌 한, 직원 한두 명이 신경 써서 보는 정도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사례다. 그러니 무작정 제작진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다. SBS ‘캐리돌뉴스에서 일베 이미지를 썼을 때도 무고한 제작진이 일베로 공격당하면서 피해를 입었다. 그런 식의 묻지마 공격은 안 된다. 

그냥 해프닝일 수도 있고, 그 외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일단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자료 이미지 데이터베이스가 일부 교묘하게 오염됐을 가능성. 과거에 누군가가 몇몇 이미지를 정교하게 작업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다면 그것을 꺼내 쓰는 입장에서 문제를 알아채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MBC가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충분히 재발될 수 있다.

 

둘째, 정말로 제작진 중에서 PD, 편집자, 자료 담당자 등이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 곧바로 문제가 터질 걸 뻔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가능성은 낮다. 다만 출연자가 어묵 먹는 장면에 세월호 배경이 들어간 점이 공교롭긴 하다. 세월호 이슈에서 어묵이 상징하는 바가 분명히 있는데, 두 소재를 연결시킨 것이 정말 단지 우연인 걸까? 세월호 관련 뉴스 화면이 두 장 연이어 나온 점도 의아한 일이다. 우연이 두 번 반복될 수 있을까? 

지금 단계에선 단정할 수 없다. 단순히 뉴스 화면을 이미지 담당자에게 주문했고, 담당자가 뉴스 키워드를 검색해 나온 이미지들을 전달한 것일 뿐일 수 있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MBC의 입장에 진정성이 있다면, 확실한 진상조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하차, 폐지, 중징계 같은 요구는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제작진이 악의적으로 일부러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영자가 복귀해 정상방영으로 돌아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진상조사가 중요하다. 이런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간베스트에서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던 것이 교묘하게 합성된 이미지를 방송해 논란이 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사과했지만 비슷한 느낌의 사고가 또 터지고 말았다. 어느 선에 문제가 있는 건지 확실하게 밝히고 원인제공자도 찾아야 한다. 만약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일부가 교묘하게 오염된 거라면 해결방법이 막막하고, 앞으로도 사건이 재발될 우려가 크다. 데이터베이스 이미지를 꾸준히 갱신하거나, 방송용 이미지 선택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사회 곳곳에서 이미지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자기과시를 하는 일부 네티즌을 제재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