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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유재석도 북한 가라는 종북몰이 프레임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유재석에게 북으로 가라고 한 게시물을 공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투표장에 나타난 유재석의 모습이 문제가 됐다. 파란색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가 글을 올렸다 

재석아 너를 키운 건 자유민주국민들이다!

이미 너의 사상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다신 인민국민 날라리들은 꼴도 보기 싫다!

너도 북으로 가길 바란다!

우리도 모두 빨간 모자 쓰고 투표장 GO~~!!!’

이것을 민경욱 의원이 공유한 것이다. 유재석이 파란색 모자를 쓴 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뜻이고,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니, 유재석도 종북세력이 되는 것이며, 그런 종북세력은 북으로 가라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평소에 정치활동을 많이 했던 사람이라면 선거일에 쓴 모자를 두고도 정치적 해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재석은 정치적 활동이나 발언을 거의 안 했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유재석이 쓴 모자는,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라 그저 패션 소품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패션 소품에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며 과민반응해 적대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별 의미도 없는 노래가사에 과민반응해 금지곡을 양산했었다. 보통 북한과 같은 독재적 권력의 통제체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에서 아직도 연예인이 모자조차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면 문제다.

 

파란색의 민주당과 자유민주를 서로 반대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도 문제다. 민주당 계열엔 자유민주를 쟁취하기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자유민주에 적대적인 세력으로 낙인찍는 건 현실과 거리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색깔론, 종북프레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반대편을 북한 편으로 몰아 북으로 가라고 공격한다. 반대세력을 종북 간첩 등으로 몰아 공격한 것은 군사정권 시절의 악습이었다. 심지어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민들마저 북한군으로 몰았을 정도다. 

최근까지도 구 새누리 계열은 반대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몰았다. 이번 정권 들어서 자유한국당은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하는 등 색깔 공세에 열을 올렸다. 

과거엔 이런 색깔 공세가 매우 효과적이어서 보수정당의 전가의 보도라고 할 수 있었다. 민주당 계열이나 진보당 계열 정당 입장에선 가장 두려운 것이었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종북세력으로 몰리는 것이 공포였다. 연예인에게도 당연히 그랬다.

 

하지만 만약 남북적대체제가 종식되고 평화협력체제가 열린다면 이 종북프레임 공격이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적대체제에서 평화협력체제로의 전환에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우리 숨통을 조였던 전쟁공포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희망이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남북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평가절하했다. 그것이 평화협력체제의 도래를 방해하는 것처럼 비치기까지 했다. 국민의 희망과 반대로 갔던 것이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유재석에게 북으로 가라는 글을 공유했다가 논란 속에 삭제한 사건이 이런 자유한국당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나름 괜찮은 게시물이라고 생각해 공유했겠지만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그만큼 일반 네티즌과 자유한국당 의원의 생각이 동떨어져있다는 뜻이다. 이 상태로라면 대중의 공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수정당은 남북적대체제에서만 유효한 프레임이 아닌 다른 프레임도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연예인이 모자 정도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레임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