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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국내 맥주 역차별도 해소 못하는 나라

 

맥주 관련 세금 부과 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세제 개편 방안이 백지화될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국내 맥주산업계는 반발하고 있고, 네티즌은 그런 국내 회사들을 거세게 질타하고 있다. 맥주를 맛있게 잘 만들어서 시장경쟁에서 이길 생각은 안 하고 정부에 요구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산 맥주가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종가세 체제에서 국내 맥주는 영업이익까지 포함한 제조원가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졌는데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졌다. 예를 들어 수입 가격을 400원으로 신고하면 거기에 맞춰 세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국내 맥주에 비해 엄청난 혜택이었다. 

당연히 수입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갔고, 편의점 등 유통업체에서 수입 맥주를 강력하게 판촉하는 배경이 됐다. 20134.9%였던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이 201716.7%로 급상승한 것이 이런 시장환경의 결과다.

 

우리 맥주 산업에는 당연히 큰 타격이다. 국산 맥주 회사들은 역차별로 인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해 바다 건너 실어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미 카스일부 품목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역수입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모셔 와도 시원찮을 제조업을 나라 밖으로 내몰 수 있는 것이다.

국가는 당연히 이 역차별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는 국내 산업의 보호육성도 포함된다. 국내시장에서 외국 제품에 불이익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국가가 국내 제품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종량세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국내 산업 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으로 제시된 것이 종량세였다. 종량세는 술의 양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내산업 역차별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여겨졌다. 

최근 종량세 개편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았지만 기재부에서 갑자기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원인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수입 맥주가 싸서 좋았는데 세제 개편 후 수입 맥주 가격이 오를 거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론이 매우 악화됐고, 정부 입장에선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4캔 만 원세트가 없어질 거란 소문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다. 이런 일로 정부가 여론 눈치를 살피면 안 된다. 국내산업 역차별 해소는 무조건 해야 할 국가의 책무다. 혹시 종량세 방안의 문제점을 인지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거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해야 한다. 정부가 여론 눈치만 살피는 것처럼 비춰져선 안 된다. 

소비자들의 태도도 문제다. 가격이 무조선 싼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수입 제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내려가 국내 산업이 위축되면 그 타격이 결국 국민경제에 미친다. 소비자이기 이전에 국민경제 구성원이다. 결국 국민으로서 피해를 입는다. 싼 가격으로 소비자가 얻는 당장의 이익보다, 국내 산업 보호로 발생하는 장기적 이익이 더 국민경제를 튼튼하게 하기도 한다. 수입 제품 싼 가격을 지상선으로 여겨선 안 된다.

 

게다가 종량세 개편으로 ‘4캔 만 원세트가 사라질 거라는 소문은 괴담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각 품목별 가격 변동은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4캔 만 원이벤트는 유지될 것이고, 심지어 ‘6캔 만 원구성도 일부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무조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를 거라는 괴담을 퍼뜨려서 대중정서를 자극하고, 당국을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든, 국내 맥주 역차별은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