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방탄소년단에 보복, 단지 속 좁은 문제가 아니다

광복절 티셔츠를 빌미로 방탄소년단에게 보복하는 일본 측의 태도를 두고 속이 좁다’, ‘편협하다등의 비판이 나왔다. 정치적 사안으로 뮤지션에게 분풀이하는 태도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는 그렇게 단순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가수가 비판하는 것은 구 일본제국과 연관된 것들이다. 요즘 이슈가 됐던 위안부, 징용 등의 사안이 모두 그렇다. 일본의 패망을 기리는 것도 현재의 일본이 아닌 구 일본제국과 관련된 사안이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연예인이 구 일본제국의 범죄를 지적하고, 그들의 패망을 기리는 것을 반일활동이라고 규정한다. RM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순국하신 독립투사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래요! 대한독립만세!’라며 쓴 것을 반일 자세라며 문제 삼고, 지민의 광복절 티셔츠를 반일활동이라고 공격한 것이 모두 그런 사례다. 그러면서 그런 반일 연예인들은 일본에 와서 활동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본이 싫으면서 왜 일본에 와서 돈 벌려 하냐고 공격한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현대의 일본이 구 일본제국과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데 있다. 구 일본제국의 전쟁범죄를 지적했을 뿐인데 그걸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으로, 현대의 일본이 구 일본제국의 범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전범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선명히 드러난다. 독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가 아무리 나찌 독일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나찌의 패망을 기뻐해도 그것을 반독일 활동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왜 독일을 공격하느냐고 하지도 않고, ‘그렇게 독일이 싫으면 독일에 오지마라고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미국, 영국에 호응해 나찌 독일에 대해 같이 비판한다. 반인륜 전쟁범죄를 저지른 나찌 독일과 현대의 독일을 철저히 구분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구 전쟁범죄 세력과 단절했다면 우리나라 연예인이 구 일본제국의 문제를 지적해도 아무런 동요가 없었을 것이다. 전혀 단절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 일본제국에 대한 비판을 자신들에 대한 비판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국제사회에 이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한국 연예인이 현대 일본에 비판적 인식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단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를 침략했던 구 일본제국에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러면 일본은 이것을 반일활동이라고 할 명분이 없어진다. 만약 문제 삼는다면 현대 일본이 여전히 전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인하는 꼴이 된다.

 

, 서양에서 지민의 티셔츠를 원자폭탄 티셔츠라고 규정한 일본의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다. 영국 가디언엔 방탄소년단이 방송 취소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티셔츠와 관련해서는 사과가 없었다는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원자폭탄 티셔츠프레임 때문에 반인륜적 행위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원자폭탄 티셔츠가 아니라 한국의 광복 티셔츠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일본에 점령당한 한국인이 일본의 패망을 경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기 몸을 점거한 암세포가 항암치료로 죽는다고 해서 암세포의 고통에 공감하는 암환자는 없다. 마찬가지로 식민지 백성이 침략자의 패망 고통에 공감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의 광복 티셔츠에 일본 패망 폭발 사진이 실리는 것에 침략자 일본이 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 대중문화계도 조심해야 한다. 일본, 중국, 대만, 모두 국가적인 문제에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거기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우리 입장에선 모두 시장이고 소비자다. 자극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들이 민감해 하는 부분은 아예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침략 범죄를 부정하며 원폭 맞은 걸 빌미로 피해자 행세를 하는 일본에겐 원폭 이슈가 대단히 민감한 역린이다. 그런 민감한 사안들을 철저히 학습해서 빌미를 주면 안 된다. 판매자가 소비자의 화를 굳이 북돋울 이유가 없다. 특히 핵 같은 대량살상 관련 소재는 언제든 꼬투리 잡힐 수 있는 것이니 절대로 조심해야 한다. 예민하고 비이성적인 주변국 고객들을 상대로 사업하는 만큼, 한류 사업자들이 보다 세심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