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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소름끼치는 두 가지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 옥상에서 1시간 20여 분 가량 동급생에게 집단폭행 당하던 중학생이 추락사한 사건에 공분이 인다. 이 사건에서 특히 소림 끼치는 것은 가해학생 중 한 명이 숨진 피해학생의 패딩 점퍼를 버젓이 입고 법원에 출두했다는 점이다. 

피해 학생이 정확히 어떤 경위로 숨지게 됐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때린 결과 죽게 됐고 심지어 피해 학생이 숨지는 광경을 가해 학생들이 직접 목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피해 학생 옷을 버젓이 입고 다녔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 일반적인 사람의 정서로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자식을 잃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 장례식장에서 뉴스를 통해 가해자를 보다가 아들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가해자는 해당 점퍼를 피해자와 교환했다며 강제로 빼앗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후엔 변호사와 동석해 조사를 받겠다며 조사를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피해자의 점퍼가 가해자의 점퍼보다 더 비싼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의로 점퍼를 교환했을 가능성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해자가 진실을 호도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공분이 더 크다. 백보 양보해서 설사 진짜로 자의 교환이라고 해도, 어떻게 자신이 죽게 한 사람의 옷을 그대로 입을 수 있을까?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의 정서라고 이해하기 힘들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최근 아들이 옷, 휴대폰 등을 자주 잃어버렸다고 했다. 가해자들이 상습적으로 피해자의 물품을 강탈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 경찰이 점퍼에 대해 절도죄 적용을 검토한다고 보도됐는데, 강압적으로 빼앗았다면 강도죄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이 사건에 또 소름 끼치는 대목은,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피 묻은 옷을 불태웠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옥상 추락사 당일 새벽에도 집단폭행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점퍼를 강탈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자 어머니의 지인이, 그때 공원에서 피해자가 살려 달라고 애원했는데도 무릎 꿇은 채 피가 날 정도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 묻은 티셔츠를 가해자들이 벗겨서 불에 태웠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가해 학생들이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얘기가 된다. 사람을 때리고 그 증거가 될 옷을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단순이 어린 학생 폭력으로 보기 힘든 이유다. 

가해자들이 이렇게 주도면밀하다면 이들의 진술도 더 강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지금 경찰은 피해자가 폭행당하다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본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몸이 얼음장 같았다는 경비원이 증언을 보면, 옥상에서 이미 숨진 상태에서 떨어뜨려 놓고 가해자들이 말을 맞췄을 수 있다. 물론 국과수 1차 소견에서 사인이 추락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 폭행하다 밀쳐서 떨어졌을 가능성, 또는 폭행하다 피해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당황해 자살로 위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1시간 이상 집단폭행당한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옥상 난간을 넘어갈 정도로 민첩성을 발휘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정황도 있다. 피해자의 사망에 가해자들이 더 많이 개입하고도 말을 맞춰 책임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만약 피해자가 스스로 뛰어내린 게 사실이라면, 단순히 그날의 폭행을 피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친 학대에 의해 절망에 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피해 학생이 초등학생 때부터 괴롭힘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최근에도 여러 차례 폭행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건 당일만 해도 새벽과 오후에 걸쳐 2차례 폭행이 확인됐다. 평소에도 가해자들이 친구 행세를 하며 피해자 집에 놀러가 피해자 어머니가 피자, 치킨 등을 시켜주면 피해자는 못 먹고 가해자들만 먹었다고 한다. 하루는 어머니가 퇴근해 돌아오니 가해자들은 침대에서 자고 피해자는 베게도 없이 맨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자주 연락했는데 그럴 때면 피해자가 열 일을 제치고 즉시 달려 나갔다고 한다. 장기간 학대 속에 공포 상태였음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다 

가해자들은 지금 피해자가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에 대해 험담을 해서 폭행했고, 그것을 피해 도망치다 피해자가 스스로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