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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진짜사나이300, 식상해도 시청자 잡아끄는 힘

 

MBC '진짜 사나이 300‘이 의외로 순항하고 있다. 과거 방영됐던 진짜 사나이를 다시 제작한다고 했을 때 이젠 식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관심이 집중 됐고 현재 5~9%대 시청률을 유지할 정도로 인기다. 최근 MBC에서 새로 시작했던 뜻밖의 Q',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등이 3% 전후의 시청률로 종영한 것에 비해 돋보이는 성과다.

과거 진짜 사나이가 처음 방영됐을 땐 낯선 군부대의 모습이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젠 예능 속 군부대의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된 진짜 사나이 300’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사라진 신선함을 상쇄할 만한 재미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생고생이다.

 

리얼버라이어티 초기에 고생은 소소한 수준이었다. ‘무한도전에서 힘들게 게임하고, ‘12에서 벌칙으로 야영하는 정도가 고생의 상한선이었다. 당시 ‘12에서 초겨울에 옷을 부실하게 입고 연못물에 잠시 몸을 적신 정도로 가학성 논란이 터졌었다. 그때만 해도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의 고통을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고생하며 고통을 호소할 때 화제성이 폭발하고 시청률이 치솟았다. 제작진이 그런 흥행 코드를 방치할 리 없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경쟁적으로 고통이라는 자극의 수위를 올려갔다. ‘무한도전이 알래스카에서 야영하자 ‘12의 야외취침은 이제 고생이 아닌 가벼운 예능 설정 정도로 인식된다. 처음엔 연못물에 잠시 몸을 적신 정도로 사람들이 충격 받았지만, 그후 ‘12박찬호 특집에서 한 겨울 냉수마찰이 등장했고 이내 입수라는 설정이 예능의 기본 문법이 되기에 이른다. 이젠 출연자가 겨울에 물에 빠져도 시청자들이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무감각해지자 예능 제작진들은 더 강한 자극을 찾았다. 그때 자극의 끝판왕’, ‘생고생 가학의 끝판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군대예능이다. 연예인들을 갑자기 훈련소에 집어넣고 관찰하는 것이다. 군대식 말투, 제식훈련, 유격훈련 등을 창졸간에 소화하느라 연예인들이 진땀 빼는 모습이 국민의 오락거리가 됐다. 화생방도 단골 소재다. 가학성 논란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남성편이 인기를 끌자 여성편도 등장했는데, 이번 '진짜 사나이 300‘은 남녀 혼성이다. 지금까지의 자극 포인트를 총집결한 느낌이다. 시청자들은 과거 진짜 사나이에서 이미 봤던 설정의 재탕이라고 하면서도 생고생의 자극에 빠져들었다.

코미디의 영원한 기본 코드인 바보도 등장한다. 군대 문화에 갑자기 적응하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영구’, ‘맹구등과 통한다. 제작진은 이 코믹한 설정을 더 강화하기 위해 아예 우리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교포를 투입한다. 이번에도 태국인 리사가 출연했다. 거기에 고생 끝의 꿀맛 먹방이 가세하고, 생고생 때문에 우러나는 눈물과 전우애가 감동 코드까지 만들어낸다. 뻔한 설정이지만 강력하다. ‘또 군대예능이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지점도 있다. 나이 많은 연예인과 외국인이 왜 갑자기 유격훈련을 해야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의 모습을 대중이 즐기는 풍경은 과연 정상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