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골목식당 백종원, 선을 넘고 있다

요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방영되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이 백종원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 찬다. 단순히 요리 내공에 감탄하는 차원이 아닌, 사람됨을 가르치는 스승으로까지 추앙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막걸리 시음 설정에 조작방송 의혹이 제기됐지만 백종원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프로그램까지도 지켜냈다. 조작방송 논란이 터지고도 프로그램이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은 것은 골목식당이 최초다. 거꾸로 조작방송 문제를 제기한 황교익 평론가는, 평론가로서 할 말을 하고도 맹비난을 당했다. 그럴 정도로 지금 누리꾼들이 백종원에게 보내는 지지와 추앙은 절대적이다.

 

백종원은 푸드트럭과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영업 비결을 전수해주면서 서민 히어로로 떴다. 요리와 위생 관리가 부실한 자영업자들을 적발해 따끔하게 문제를 지적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불만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다 급기야 최근엔 인생의 스승으로까지 격상되면서 절대적 위상으로 올라갔다.

 

인생의 스승이 된 건 백종원이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예능 패널이 일반인 출연자에게 지키는 기본적인 존중, 예의가 있다. 일반인이 면구스럽게 느끼거나, 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말은 하지 않는다. 어쩌다 일반인의 안 좋은 모습이 드러나도 잘 포장하면서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 예능의 작법이다. 일반인의 부정적인 면을 날카롭게 질타하는 것은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의 영역이다. 그런데 백종원이 요즘 이 선을 넘었다. 예능 패널이 일반인 출연자의 인간적인 단점을 들추고 직설적으로 비난까지 한 것이다.

그전부터 선을 넘는 조짐이 있었는데, ‘골목시장홍은동 포방터 시장편의 홍탁집에서 확실하게 넘어갔다.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영업비결을 전수해주는 역할이지만 홍탁집에선 그 역할을 거부했다. 이유는, 그 집 아들의 살아가는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힘들게 일하는데 가게를 건성으로 지키는 듯한 아들에게 백종원이 분노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정신상태를 고치지 않는 이상 컨설팅을 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건 월권이다. 백종원은 가게 운영 노하우나 메뉴 관리 등에 대해서먼 조언해주는 역할이고, 가게 일을 누가 할 것인지는 업주의 마음이다. 직접 일하든 사람을 쓰든 방송 제작진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홍탁집 아들의 자세를 문제 삼으며 그를 사람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예능 패널이 일반인의 품성 개조에까지 나선 셈이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광경이다.

백종원은 손님 많아지면 사람 두고 할라 그랬냐? 이런 썩어빠진 생각으로 뭘 하겠다는 거여라고 일반인 출연자에게 막말을 하는가 하면, ‘~’라고 비속어까지 내뱉으며 예능 불문율을 깨고 방송 부적격의 선을 넘나들었다. 적당히 방송출연기회만 챙기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그의 진심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백종원이 인생 스승으로까지 격상된 것이다. 그에게 감화 받았다는 젊은 누리꾼이 줄을 잇는다. 요식업 컨설팅 설정을 통해 살아가는 자세를 가르치는 셈이다. 가볍게 시작한 골목식당이 생각지도 않게 인생 자세를 배우는 장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