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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노쇠 1박2일, 회춘괴력 무한도전, 청춘 패떴



 <1박2일>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때 <무한도전>을 누르고 예능천하를 제패한 것처럼 보였던 <1박2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힘이 사라져간다. 전성기를 맞은 지 1년도 안 돼 벌써 노쇠해가는 모양새다. 반면에 <패밀리가 떴다>는 욱일승천의 기세다. 1년 사이에 예능 패권이 <무한도전>에서 <1박2일>로, 다시 <1박2일>에서 <패밀리가 떴다>로 이동하고 있다. 유재석이 있던 곳에 강호동이 치고 올라왔다가, 다시 유재석이 방송사를 바꿔 1위 수성에 성공했다.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 상황은 분명해진다. 일요일 저녁 시청률 그래프에선 <패밀리가 떴다>의 고공행진이 압도적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끝나자마자 SBS의 시청률은 급락하고 <1박2일>의 KBS2채널 시청률이 급등한다. 떨어지는 선과 올라가는 선이 정확히 ‘X'자를 그리는 시청률 그래프의 교차는 매우 극적이다. 그러나 <1박2일>은 <패밀리가 떴다>의 시청자들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한다. <1박2일>은 <패밀리가 떴다>의 압도적인 고점을 찍지 못하고 동시간대 1위만 겨우 지키고 있을 뿐이다.


 <1박2일>의 화제성도 <패밀리가 떴다>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최근 <1박2일>이 큰 화제를 모았던 때는 부산 야구장 사건뿐이다. <1박2일>팀이 부산 야구장을 찾아 중간공연을 벌인 일이다. 이때 제작팀이 촬영 때문에 야구경기의 흐름을 방해했다고 수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사실 인기 프로그램과 프로구단의 만남은 그리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인기 프로그램은 재미있는 이벤트를 원하고, 이익을 원하는 프로구단은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하길 원한다. 순수한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일종의 흥행사업인 프로야구에서 인기 프로그램이 이벤트를 벌인 것은, 설사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렇게 공분을 살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1박2일>팀은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사람들이 <1박2일>을 ‘약자’가 아닌 ‘강자’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예능의 제왕이 자기의 위상만 믿고 경기장을 제 집 안방처럼 차지해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는 느낌이 강했다.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됐던 것이다. ‘사랑스러운 약자’였다면 그렇게 질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부자 몸조심이라고 했다. ‘건방진 강자’는 언제든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1박2일>이 견제의 대상이 될 정도로 그 명성이 커진 것과 달리, 캐릭터의 매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의 위상 때문에 공격당할 때 그것을 지켜줄 프로그램의 내용이 없는 것이다. 한때 만인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던 은초딩, 허당승기 등의 캐릭터는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익숙해진 오락에 계속해서 즐거움을 느껴줄 인내심 많은 팬은 이제 없다. 한국인은 요즘 강한 것, 센 것,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4차원 캐릭터에 열광하며, 익숙한 것엔 곧바로 둔감해진다. <1박2일>은 익숙한 범주로 진입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늙어가는 것이다. 남은 것은 사람들에게 견제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명성‘뿐이다.


- 꽃다운 <패밀리가 떴다> -

 <1박2일>이 늙어간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이제 막 꽃다운 사춘기를 지나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싱그럽다는 사춘기다. 예능 대표주자 중 가장 막내이니 사춘기도 가장 늦다. 은초딩, 허당승기의 매력은 이제 엉성천희, 예진아씨에게로 넘어갔다. <패밀리가 떴다>의 캐릭터와 그들이 벌이는 사건사고는 시청자에게 새롭다. 이제 막 매력이 발산되는 ‘신상 캐릭터’이므로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재밌다.


 한때 <무한도전>, 그다음엔 <1박2일>의 캐릭터 탐구가 쏟아졌었다. 이젠 <패밀리가 떴다>의 캐릭터들이 분석대상이다. 새로운 것을 인식하려는 대중의 본능이다. 완전히 인식되기 전까진 싫증나지 않는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벌이는 ‘여행놀이‘도 새로운 것들이다. 음식 마련하려 티격태격하고, 기묘한 방법으로 맛을 낸다는 패턴도 아직까지는 새롭다.


 기존 리얼버라이어티엔 없었던 ‘여자’의 등장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요소다. 그것은 <1박2일>을 흑백으로, <패밀리가 떴다>를 총천연색으로 보이게 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이 캐릭터와 패턴이 익숙해졌을 때 대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건, 현재까지는 ‘새로움’을 앞세운 <패밀리가 떴다>가 절대적인 기세를 과시하고 있고, <1박2일>은 지는 해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 <무한도전>의 회춘 -


 <무한도전>에서 캐릭터의 매력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이제 <무한도전>은 캐릭터의 조합만으로는 재미를 주지 못한다. <무한도전>도 한때 <1박2일>과 비슷한 위기에 처했었다. <1박2일>처럼 압도적인 명성 때문에 대중의 견제심리를 유발하며, 동시에 프로그램의 매력은 점점 사라져갔다.


 <무한도전>에서 허점이 나타날 때마다 <무한도전>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그때마다 <무한도전> 골수팬들은 프로그램을 지키느라 전쟁을 치렀다. <무한도전> 팬들의 공격적인 방어는 다른 이들의 거부감을 자아내며 예능 기사 댓글 세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최근엔 <1박2일> 팬들이 공격적인 방어자세를 보이고 있다. 망하는 집에 나타나는 익숙한 패턴이다.


 빛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무한도전>은 최근 부활에 성공하고 있다. <1박2일>보다 먼저 노쇠했지만 회춘한 것이다. 어떻게? 사람은 늙으면서 두뇌의 세포가 사라져간다. 그때 익숙한 생활세계 속에서 살아오던 대로 살면 노화를 막을 길이 없다. 전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호기심을 유지하면 비록 물리적으론 늙을 지라도 정신적으론 젊어질 수 있다. 두뇌가 노화해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오히려 상승하는 능력을 ‘결정지능’이라고 한다. 사람은 사춘기 직후에 두뇌의 절정기를 맞지만, 결정지능을 상승시키면 나이를 먹어도 그때 이상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무한도전>의 전략은 바로 새로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캐릭터의 노화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자체의 결정지능을 상승시켜 활력을 되살려냈다. 즉 <무한도전>은 현재 ‘늙었지만 청춘’인 상태다.


 <무한도전>의 새로움은 매회 달라지는 구성에 있다. <1박2일>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에 <무한도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함으로서 때로는 실패도 감수해야 하지만, 대중의 지속적인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적 자세는 열정적인 팬층을 형성케 하는 원동력이다. <무한도전>은 일종의 ‘존경받는 프로그램’이 되어간다.


 <1박2일>은 기로에 섰다. 이대로 대중에게 익숙한 것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움을 추구해 다시 청춘으로 회춘할 것인가. 익숙한 것을 반복만 한다면 후발주자의 새로움을 당해낼 수 없다. 청춘은 그 자체로 싱그러운 법이다. 이제 막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 캐릭터를 어떻게 당한단 말인가?


 <1박2일>의 캐릭터와 패턴이 너무 익숙해진 것이 문제다. 캐릭터를 다변화하거나 새로운 패턴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대중의 실증이 계속된다면 캐릭터를 전면 교체해 <1박2일 2기>로 가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