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대박, 대박이었다. 그동안 조금 부진했던 <무한도전>이 이번 주 꼬리잡기 특집으로 다시 존재를 증명했다. 꼬리잡기 특집은 최고였다. 돈가방 특집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멤버들의 두뇌싸움은 미실과 덕만의 수싸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멤버들이 속고 속이며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엎치락 뒷치락 추격전은 원래 <무한도전>의 장기였는데, 이번 꼬리잡기 특집은 그것의 결정판이라 할 만했다.
마치 주기적으로 꽃미남 홈런을 터뜨려 존재감을 이어온 <선덕여왕>처럼, <무한도전>은 조금 저조하다가도 주기적으로 홈런을 터뜨려 존재를 증명해왔다. 그 홈런의 내용은 어느 때는 재미, 어느 때는 의미 혹은 감동이었는데, 이번엔 철저한 재미였다. 꼬리잡기 특집은 긴박한 추격과 부상사태까지 발생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 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웃음까지, 재미의 모든 것을 갖춘 특급 블록버스터였던 것이다.
구성도 훌륭했다. 아무리 재기 넘치는 멤버들이라 해도 너무 갈피가 잡히지 않으면 추격전이 늘어질 수 있는데, <무한도전> 제작팀은 중간에 멤버들이 여의도 공원으로 모이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서 그럼 위험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게다가 광대한 여의도 공원 광장과 그 주변 미로에서 펼쳐진 물고 물리는 눈치작전과 추격전은 단지 늘어지지 않는 수준이 아닌, 아주 강력한 재미를 발생시켰다. 지난 번 돈가방 특집에서 한강 추격씬이 마치 영화같은 박진감을 느끼게 했는데, 이번엔 여의도 광장 추격전이 그랬다. 전화박스 하나로 여의도 광장의 지형을 100% 활용한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빛났던 대목이다.
- 최고의 잔머리 노홍철 -
이번 꼬리잡기 특집은 동시에 노홍철 특집이기도 했다. 노홍철이 시작부터 압도적인 잔머리 신공을 발휘하며 다른 멤버들의 존재감을 압도했던 것이다. 노홍철이 단지 제일 먼저 목표물의 꼬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최고였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의 잔머리 게임은 구도 자체를 흔들었다.
누군가의 꼬리를 잡으라는 지령을 받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목표물을 찾아가 꼬리를 잡을 생각만 했지만, 노홍철은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며 극의 흥미를 고조시키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꼬리의 색을 바꾸는 행동도 절묘했다. 비록 정준하가 비밀을 발설해 일회적인 효과에 그쳤지만 그것은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며, 극을 더욱 역동적으로 진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한 아이디어였다.
목표를 받고, 단지 그 목표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기만 한다면 스포츠 경기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선 목표 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홍철의 잔머리는 추격전을 그러한 버라이어티로 승화시켰다.
또, 노홍철이 추격전의 버라이어티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기도 하다. 꼭 잔머리를 잘 써야만 하는 건 아니다. 잔머리를 잘 쓰든 못 쓰든 극 전체의 재미를 위해 달려드는 적극성이 본인도 잘리고 극도 살리는 것이다.
이승기는 사실 안 웃긴다. 하지만 요즘 이승기가 좋아 보이는 것은 바로 ‘적극성’ 때문이다. 최근 이승기는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극이 더 재미있고 활기차질까를 항상 고민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그다지 웃기지 않아도 이승기를 웃으면서 보게 되는 것이다.
- 전진이 안타깝다 -
아쉬운 건 전진이 이번 꼬리잡기 특집에서도 그런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진이 점점 <무한도전>의 병풍으로 전락하는 건 안타깝다. 웃기든 안 웃기든 버라이어티를 위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박명수와 전진, 정준하의 행동이 극명히 갈렸다. 박명수는 자신이 꼬리를 잡히고도 여전히 능동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극을 살릴 궁리를 했다. 그래서 결국 길을 팔아먹는다는 설정을 생각해냈다. 또, 극의 재미를 위해 자신을 놔달라고 하고, 정형돈을 꼭 잡겠다며 캐릭터 게임을 예고했다.
반면에 전진과 정준하는 꼬리를 잡힌 후엔, 능동적인 역할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극의 구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정준하는 그래도 몸을 던지며 몸개그로라도 극에 기여했다. 노홍철의 하인으로 성실하게 굴욕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진에게선 ‘난 잡혔으니까 끝이야’ 정도의 분위기만 풍겼다. 노홍철이 어떤 순간에도 구도를 뒤흔들며 추격전을 버라이어티하게 만든 것과 달리, 추격전을 그냥 정직한 추격전으로만 느끼게 한 것이다.
이러면 안 된다. 달려들어야 한다. 잔머리는 고사하고, 몸 쓰는 모습까지 안 보이는 건 너무했다. 나이 40의 아이 아빠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넘어지기까지 하는 판인데 왜 뛰어다니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것일까?
최근 전진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예능 신인인 길까지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전진은 지나치게 안일하게 느껴진다. 이러면 전진의 이미지는 점점 안 좋아질 뿐이다. 예능에 출연했으면 이미지가 좋아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전진은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멤버들이 어떻게 달려드는지 지금까지의 방영분을 분석하고 전진도 그렇게 달려들어야 한다. 그래야 전진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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