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패밀리가 떴다>가 막을 내렸다. 이미 시효가 끝났는데 마지막에 질질 끈 감이 있었다. <패밀리가 떴다>는 왜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을까? 바로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시청자에게 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한때 주말 최강자로 군림하던 <패밀리가 떴다>에 처음으로 적신호가 터졌던 사건을 상기하면 알 수 있다. 바로 대본 논란이었다.
그때 이후 조작 논란은 <패밀리가 떴다>의 멍에가 되었다. 그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에 치명타였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락 덕분에 시청률은 나름 순항했지만, 프로그램의 위상은 점차 굴착공사에 들어갔다.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패밀리가 떴다>를 국민 예능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에 <무한도전>은 창의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시청률과 상관없이 국민 예능으로 불렸고, <1박2일>은 진정성과 ‘넘사벽’에 해당하는 시청률로 인해 역시 국민 예능에 등극했다. 두 프로그램의 이런 위상은 각각의 메인MC인 유재석과 강호동을 국민MC로 밀어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는 높은 시청률로 방송국의 수익에는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출연자에게는 먹칠을 했다. 작위적이라는 프로그램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평판의 저하가 출연자들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출연진들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막대한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었다. <패밀리가 떴다>의 출연진들은 그런 수혜를 입지 못했으며, 특히 메인MC인 유재석이 당한 피해는 막대했다.
안티 없는 스타MC였던 유재석에게 작년 하반기 이후 악플이 부쩍 늘었는데, 거기에 <패밀리가 떴다>가 톡톡히 일조한 것이다. 부정적인 별명이 생긴 것이 유재석에게는 뼈아픈 일이다. 바로 ‘유가식’. 유재석을 유가식이라고 부르는 악플이 상당히 많아졌다. 꼭 <패밀리가 떴다> 때문에만 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것이 확산되는 데에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쳤다. 조작논란이 터질 때마다 그런 악플이 늘어났는데, <패밀리가 떴다>의 작위적 이미지가 유재석에게 전이됐기 때문이다.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인 사태다.
유재석은 <패밀리가 떴다>를 원톱으로 이끌면서 분골쇄신, 시청률을 책임졌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유재석에게 준 것은 유가식이라는 비호감성 별명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출연자의 에너지를 ‘쪽쪽’ 빨아먹으면서, 출연자에겐 먹칠된 이미지만을 안겨준 것이다. 민폐 방송도 이런 민폐 방송이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함께 윈윈하는 구도다. <패밀리가 떴다> 2는 이런 구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다시 프로그램만 살고 출연자에겐 먹칠하는 민폐형 구도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
- ‘유가식’ 다시는 안 된다 -
<패밀리가 떴다> 마지막회를 통해 시즌2를 시작하는 제작진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마지막회라 함은 물리적인 마지막회가 아닌, 마지막 에피소드가 펼쳐졌던 실질적 마지막회인 115회를 가리킨다.
앞으로 프로그램을 진솔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생각이라면, 그런 의도가 마지막회에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진솔함보다는 여태까지의 작위적 느낌이 그대로 반복되는 양상만 있었다. 이것은 <패밀리가 떴다> 2도 그럴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했다.
마지막회에선 과도하게 작위적인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모습부터가 여전했다. 김종국 - 이효리 - 박예진 라인이 핵심이 되는 러브라인 띄우기에 다른 멤버들도 종종 동원했다. 러브라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작위적이고 지나치게 반복적이라는 게 문제다. 이러면 당사자들의 진정성이 희화화되고 이미지가 과소비된다. 즉 출연자에게 민폐인 것이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은 그렇게 작위적으로 하지 않고도 수많은 관계들을 자연스럽게 창출해내고 있다.
러브라인의 중심으로 김종국이 등장하는 것도 반복됐는데, 이것도 김종국에게 민폐다. 김종국이 ‘왕자님’처럼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오히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진다는 것을 수많은 시청자들과 평자들이 지적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김종국을 같은 이미지로 내세운 것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지적에 무관심하고 출연자의 이미지 훼손도 상관 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줬다. <패밀리가 떴다> 2에는 윤아와 옥택연이 나올 예정이다. 이들이 얼마나 러브라인 구도로 소모될 지 벌써부터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뻔히 보이는 짜고 치는 고스톱도 여전했다. 밥을 할 때가 되자 윤종신이 문득 생각난 듯, ‘오늘 밥하는 조는 우리 밥만 하지 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태프들 100인분 식사 준비 얘기가 나왔다. 마치 돌발 상황인 것 같았다. 하지만 곧이어 일반적인 가정집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초대형 도마가 등장하면서 이것이 처음부터 예정된 설정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금방 드러날 설정을 굳이 억지스럽게 리얼로 가장한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계속되면 작위적인 느낌이 들면서 출연자들까지 가식적으로 보이게 된다. 만약 <무한도전>이나 <1박2일>, 혹은 <남자의 자격>이었다면 제작진이 대놓고 밥해달라고 요구했을 것이고 출연자들은 화를 내거나, 툴툴대거나 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이렇게 풀어도 되는 걸 <패밀리가 떴다>는 굳이 가식적인 설정으로 간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 2에서도 이렇게 작위적인 모습이 반복된다면 또다시 분골쇄신한 출연자들이 먹칠당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프로그램의 작위성이 출연자의 진실성을 갉아먹을 테니까. 작품이 출연자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형 민폐 구도다. <패밀리가 떴다>는 그런 우려를 남겨 주고 막을 내렸다.
시즌2는 반대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이 드라마처럼 매끈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비록 충돌이 생기고 삐걱대더라도,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느낌을 줄 때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함께 성공한다. 또다시 ‘가식’이라는 별명을 출연자에게 줄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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