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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역시 이효리는 최고였다

 

아주 작은 이야기로 시작한 소품 ‘죄와길’편은 지난 주에도 웃기더니 2회에 들어서는 웃음의 핵폭탄이 되었다. 정말 눈물까지 흘려가며 웃었다.


2회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새로운 상황극을 만들어냈다. 먼저 김제동이 나왔다. <무한도전>에서 말을 못하는 캐릭터인 정준하의 자리를 달변의 김제동이 대신한 것이다. 이후 정준하는 방청석에 앉아, 그 구도 자체로 묘한 웃음을 줬다.


김제동의 달변은 명불허전이었다. 등장하자마자 행위를 했다고 공격하는 측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해 상대편을 당황하게 했다. 곧이어 정형돈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 상황극을 유도했다. 정형돈과 유재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엉망진창 폭주극에 동조했다. 방청석에서는 정준하가 투덜대면서 상황극에 끼어들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호흡이었다.


김제동은 이후에도 포경 소재로 크게 터뜨리는 등 기민하게 활약하며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과시했다. <무한도전>이 김제동에게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프로그램은 말미에 ‘오 마이 텐트’를 언급하며 김제동을 응원해주기도 했다.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광경이었다.



- 역시 이효리! 그녀는 여왕이었다 -


두 번째로 출연한 유명 연예인이 바로 이효리였다. 길 측 증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효리가 등장할 때부터 프로그램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의 가공할 스타성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에너지가 이효리의 등장으로 치솟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스타성으로 인한 효과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효리는 여기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녀의 적극적인 자세와 순발력, 입담은 왜 이효리인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이효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유재석은 이효리의 약점인 랩을 시켰다. 그러자 이효리는 벌떡 일어나 능청스럽게 랩을 했다. 마치 지난 연말 시상식 때 유재석이 ‘효리야 우리 춤추자’라고 하자마자 즉각 막춤을 췄던 것 같은 광경이었다. 그때 이효리의 적극성과 유재석과의 호흡에 감탄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개인기를 하는 쇼무대도 아니었다. 익숙한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남의 프로그램이었고, 와중에 딱딱한 재판장 분위기에서였다. 누구라도 처음엔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조금 전까지 자신을 대단한 스타로 바라보던, 근엄한 법복을 입은 일반인들을 앞에 놓고 즉각 망가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효리는 태연하게 망가졌다. 그녀가 개그맨도 아니고 전문 예능인도 아니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정말 감탄할 만한 일이다. 이 장면에서 이효리의 적극성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김제동이 노래를 요구하자 또 즉각 일어나서 ‘유고걸’을 부르기도 했다. 반주도 없이, 재판장에서 말이다. 스튜디오는 이효리로 인해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 유재석에게 카운터펀치 -


이효리의 공격에 의해 유재석이 궁지에 몰리자, 박명수 등 멤버들이 일제히 궐기해 유재석을 물어뜯는 상황극을 이어갔다. 이효리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진 이런 상황극 퍼레이드야말로 ‘죄와길’ 2편의 백미였다.


유재석 측이 돌아가면서 이효리에게 반대 질문을 했을 때 그녀가 보여준 대처능력에서 이효리의 능력이 극명히 드러났다. 예컨대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 사기꾼 노홍철이 유재석에게 좋은 말이 나오도록 유도심문을 하자, 그녀는 노홍철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유재석이 남을 깎아내리고 상처를 준다며 능수능란하게 할 말을 다 했다.


끝까지 유재석과 길의 비교를 요구하는 노홍철에게 이효리는 ‘난 스스로 잘 하는 사람’이라고 허를 찌르는 대답을 해 결국 노홍철을 KO시켰다. 천재 사기꾼 노홍철이 이효리 앞에서 애송이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노홍철을 끌어내고 직접 나선 유재석이, 왜 자기와 그렇게 오래 일을 했느냐고 회심의 질문을 하자, 계약 때문이라며 카운터펀치를 날리기도 했다. 바로 지난 주에 변호사를 KO시킨 유재석이 이효리에게 당한 것이다. 이효리의 ‘밥줄’ 발언에 평소 잘 웃지 않던 박명수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제동, 박명수가 눈물 상황극을 주도하자 즉각 호응해 유재석까지 가세한 폭소 눈물상황극을 전개시켰다.


가히 그녀가 왜 ‘여왕’인지를 보여준 한 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효리가 ‘유고걸’을 타이틀곡으로 만들기 위해 소속사 대표에게 감 한 상자를 선물로 보내며 감 찾으라고 했다는 에피소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판단능력이나 감각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무한도전>에서 그녀의 그런 능력이 과시됐다. 자신에게 부여된 캐릭터를 <무한도전> 상황극 분위기에 맞게 120% 표현해준 것이다. 정말로 능수능란했다.


이효리가 이번에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적극성과 자신감, 감각 등을 통해 왜 그녀가 그토록 오래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지 알 수 있었다. 김제동, 박명수,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등과 이효리가 벌인 상황극은 폭소탄 그 자체였다. 이효리의 능력을 신뢰하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이효리가 자신의 존재를 <무한도전>에서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