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무려 6주째 스페셜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본방이 정상방영 되기를 염원하는 김태호 PD의 글이 알려져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김 PD는 “'말'을 하는 언론사 MBC에서 목숨 걸고 '몸'으로 말해야만 하는 상황에 가슴 먹먹합니다."라고 했다. 말을 하도록 놔두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허락하지 않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이런 가슴 먹먹한 상황을 만든 주범이리라.
지난 주와 이번 주에 방영된 스페셜은 듀엣가요제 재방송이었다. 듀엣가요제 마지막 부분엔 ‘전설적인’ 애들립이 나온다.
입상하지 못한 윤도현이 주최 측에 항의하며 ‘이거 허가 받고 하는 거야?’라고 따지는 상황극이었다. <무한도전>는 재치 있게 거기에 ‘불법집회’라는 자막을 넣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라든가, 각종 민주적인 시민권이 위협당하는 현실에 대한 촌철살인의 풍자라고 받아들여졌고, 네티즌은 열광했다.
바로 그 장면이 이번 주에 그대로 방영됐다. MBC가 파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태호 PD가 ‘몸’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의 먹먹함을 호소한 바로 다음 날에 그 화면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 애들립에 네티즌은 열광했지만, 누군가는 날을 세웠을 것이다. 이런 사건들을 배경으로 일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방송독립과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첨예한 전선이 되었다.
이것이 <무한도전>을 보고 싶지만 그들의 복귀를 재촉하지 않는 이유다. <무한도전>은 이미 상징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외로운 싸움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 타이거JK처럼만 했다면 -
이번에 방영된 스페셜을 통해 타이거 JK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타이거 JK는 힙합을 전혀 모르는 유재석을 맞아 칭찬과 포용, 소통으로 그의 능력을 100%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이 모습이 처음 방영됐을 때 국민들은 타이거 JK의 리더십에 열광했었다. 그의 앨범이 10만 장을 돌파한 것에도 이때의 매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열린 리더십’에 언제나 국민은 열광한다. <무한도전> 뉴욕 편에서도 팀원들을 격려하고 포용하는 양쉐프가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었다. 타이거 JK와 양쉐프의 리더십은 호감을 넘어 감동까지 안겨줬다.
만약 타이거 JK와 양쉐프가 유재석과 팀원들을 윽박지르고, 금지하고, 억압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국민들이 그들을 사랑했을까? 당연히 그랬을 리가 없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선 그런 강압적 리더십이 횡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무한도전>이 6주 째 결방되는 것도, <개그콘서트>에 외압설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강압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타이거 JK처럼 사회 구성원들을 격려해주고, 그들의 말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함께 가는 리더십으로 운영됐다면 지금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이거 JK와 함께 작업했던 유재석이 너무나 기뻐했듯이 우리 국민들도 지금쯤 기분 좋게 예능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 같고, 방송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무한도전>을 보면 어떤 리더십을 국민이 원하는지, 어떤 리더십을 보일 때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왜 그 쉬운 길로 가지 않을까?
<무한도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비판을 하기 전에 왜 국민들이 <무한도전>을 사랑하는지, <무한도전> 속의 어떤 캐릭터, 어떤 모습들이 특히 사랑받는지부터 연구할 일이다. 딱, 그런 리더십을 보이면 국민의 사랑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지도층이 국민이 좋아하는 것들에게 마음을 열어야, 국민도 지도층을 믿고 따를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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