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음악 칼럼
전유진 사태 그 엄청난 나비효과
하재근
2021. 3. 6. 10:30
시청률 30%를 돌파해 국민오디션의 위상에 오른 ‘미스트롯2’에서 놀라운 이변이 발생했다. 탈락자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오디션에서 반전 드라마가 나타났었지만 아예 탈락했던 도전자가 우승까지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인데, 제주도 출신 두 아이의 엄마인 양지은이 그 주인공이다. 양지은은 아버지에게 신장 한 쪽을 드린 효녀 스토리와 판소리의 내공이 깔린 안정된 가창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미스트롯2’에서 노출 의상 논란이 컸는데, 양지은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차별화됐다. 이것이 진의 품격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거기다가 탈락했다는 것도 중요한 스토리로 작용했다.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진달래 하차 이후 준결승 무대 20시간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재합류했다. 이런 극적인 스토리가 나타나자 양지은이 마치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주목 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또 다른 놀라운 현상이 겹쳤는데, 바로 마스터와 제작진에 대한 공분이다. 마스터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시청자가 마스터와 대결하는 구도가 나타났다. 그래서 마스터들에게 찬사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오히려 시청자 투표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양지은은 탈락까지 당했었기 때문에 마스터들이 기피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것이 더욱 강한 시청자의 투표를 만들어냈다.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에 대한 불신, 공정성 의심은 으레 나타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미스트롯2’에선 그것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나타나 최종 순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사태엔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가장 크고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전유진 탈락이었다.
전유진이 중도탈락했을 때 지금까지 오디션에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분노가 나타났다. 탈락자에 대한 아쉬움은 오디션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전유진 탈락 사태는 그 수준이 아니었다. 프로그램 시청률을 직접적으로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되고, 이 사태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이 마스터와 제작진의 반대 세력을 자임하게 됐다.
전유진은 ‘미스트롯2’ 시작 전에는 압도적 존재가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국민 응원투표 5주 연속 1위에 올랐다. 프로그램의 원톱이 된 셈이다. 그런 존재가 가창에 있어서 치명적인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중도 탈락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마스터 안티세력으로 돌아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