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공지와 서평
제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자유화파탄 대학평준화로 뒤집기-’
입니다.
민주화세상입니다. 그런데 살기가 힙듭니다.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누가 정권을 잡든 달라질 게 없습니다.
이 책은 그 이유를 말하는 책입니다.
사회모순을 말하는 사회과학책은 많습니다. 그런 책들의 특징이 어렵거나 졸립다는 것이지요. 이 책은 이야기책으로 최대한 재밌게 쓰려 노력했습니다.
국민들 고통은 15년째 지속된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자유화 개혁이라고 규정합니다.
자유화가 자유화파탄을 낳았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인식입니다. 그리고 그 15년간의 자유화를 이명박 정부가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뒤집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엔 자유라는 괴물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나 약합니다. 그리고 주주, 펀드 중심 체제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 없고, 소비자 중심 체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이 없습니다.
바로 그런 체제가 대학서열체제와 맞물려 한국사회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자유, 주주, 소비자, 대학서열 등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이지요.
이 문제를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유와 소비자 중심주의는 바로 국민 각자의 이기심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이기심을 채워주는 자유화는, 그것 때문에 민주주의로 아주 쉽게 착각됩니다. 우리 국민들이 자유화의 정체를 인식해 자기 자신의 이기심에 대한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 파탄의 흐름이 뒤집힙니다.
이기심의 자유는 선택의 자유로 나타납니다. 선택의 자유가 만들어낸 교육체제가 바로 학교서열체제와 입시경쟁입니다. 이런 체제를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자유화 세력은 오늘도 선택의 자유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선택의 자유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깃발입니다.
자유에 대해 전투를 벌이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집권하든, 이른바 평화개혁세력이 집권하든 국민의 고통이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유와 일전을 벌여야 할 때입니다. 자유를 타격해야 한국 사회가 뒤집힙니다. 자유라는 괴물의 고삐를 잡지 않으면 선진조국창조는 요원한 일입니다.
이런 내용을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최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되도록 썼습니다.
일류병 나라에 날린 똥침 ‘대학평준화’
[한겨레] 〈서울대학교 학생선발 지침〉
하재근 지음/포럼·1만8000원
신자유주의 전면화로 부와 권력 독점한 소수 신흥귀족들
대학서열화 통한 지배층 양산으로 신분체제 유지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대체로 길어야 200년 안팎 밖에 존속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외침보다는 주로 내부요인 때문이었다. 피의 숙청을 통해 지난 왕조의 부패와 타락을 일소한 새 왕조는 한동안 승승장구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전 왕조의 패착을 판에 박은 듯 뒤따르다 끝내 망했다. 또다시 부패와 타락 일소를 앞세운 신흥 저항세력이 일어나고 유혈낭자한 왕조교체가 통과의례처럼 되풀이된다. 새 왕조를 개창한 세력은 무엇이 전 왕조를 몰락으로 이끌었는지 그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스스로를 경계한다. 한 왕조의 상승무드는 새 집권세력의 뇌리에 그런 교훈이 살아 있을 동안까지만 지속된다. 집권세력이 권력과 부의 단맛에 취해 그들만의 룰에 따라 약삭빠르게 배타적 특권을 세습화하는 순간 왕조의 몰락은 시작된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의 <서울대학교 학생선발 지침>(포럼 펴냄)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1. 극소수 부자는 자유롭게 당대의 학자를 불러다 가정교습을 시키고,
3. 일정 수의 그 다음 사람은 자유롭게 글이나 깨치고,
4. 다수의 그 다음 사람들은 자유롭게 무식자로 돼지처럼 굴러먹다 쓰러져 죽었습니다.”
고려, 조선 등의 전근대 신분사회가 이랬다는 것인데, <서울대학교 학생선발 지침>은 21세기 한국사회가 실상 이와 별 다를 바 없다고 줄곧 얘기하고 있다. 헌법에서부터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대한민국은 본래 지배그룹만 자유로운 이 신분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네가 누구의 자식이건 상관 없다. 너의 집 재산이 얼마이건 상관이 없다. 넌 무조건 공교육을 받아야 한다”라는 국가의 ‘폭력’으로 탄생한 ‘국민’이 중심을 이룬 나라다. 그런데 그 공교육은 지금 당대의 전문가들을 불러 자식들 개인교습을 시키고 고액 기숙학교에 보내는(그때와 달리 지금은 연간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대국 유학파들이 그 선두에 있다) 새로운 귀족계급의 출현과 함께 형해화하고 있다. 지은이가 보기에 한국이란 나라는 그래서 “건국한 지 100년도 지나지 않아” 망해가고 있다. “우린 지금 패망한 나라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망국의 원흉은 ‘주주·소비자 중심체제’와 ‘대학서열체제’로 요약할 수 있다. 한때 열렬히 민주화를 열망했던 지은이로선 슬프게도 이는 ‘민주화’와 함께 고질화했다. “독재만 타도되면, 관치만 안 하면, 자율성 신장시키면, 부패정치 척결하면, 사법권 독립시키면, 보스정치구조 없애면, 수요자(소비자) 중심주의만 하면” 찾아올 줄 알았던 새 세상은 오지 않았다. ‘87년체제’ 이후, 특히 금융개방 등 1994년 말부터 시작된 김영삼 정부의 자유화·세계화, 그리고 이른바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전면화한 신자유주의가 열어놓은 ‘해방공간’을 차지한 게 소수 가진 자들이라는 것은 현실이 입증한다. 경제지표상의 성과가 보여주는 것은 평균치일 뿐 양극화에 따른 부의 극단적 편재는 은폐된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 증가로 이어지는 개별 기업의 수익과 주가 호조는 곧 부의 원천생산자인 노동자의 불안과 소외로 직결되는 노동유연화, 구조조정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따라서 정부가 선전하는 좋은 지표란 자유화 이후 시중은행과 ‘우량기업’ 지분의 과반을 잠식한 외국 투기자본과 소수 ‘새로운 내부 귀족계급’을 제외한 대다수 한국인의 삶은 오히려 더욱 피폐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런 메울 수 없는 불평등과 양극화, 성장 에너지 고갈을 초래한 주주·소비자 중심체제를 합리화하고 영속화하는 게 바로 서울대 인기학과가 정점을 이루는 ‘대학서열체제’다. “학교붕괴, 공교육 파탄, 획일성, 입시경쟁, 사교육비 폭발, 격차 심화, 지방 고사, 편입경쟁, 사상최대의 유학행렬, 끊이지 않는 자살 등 그야말로 대환란”으로 귀결된 ‘대학서열체제’의 핵심은 말 그대로 1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줄세우기다. 여기에 동원되는 변별력과 경쟁은 교육과 학문의 발전, 창의성, 인간성의 함양 등과는 무관하다. 오로지 귀족과 천민을 가려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김영삼 정부의 1995년 ‘5·31 교육개혁’이래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시도된 ‘교육개혁’들은 신자유주의 기조에서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것은 결국 천민들에게 “내 탓이오”를 외치게 하고 마지막 실낱 같은 신분상승 가능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새로운 신분체제를 합리화한 “야바위 짓”에 지나지 않았다. “자사고, 특목고, 1군 1우수고 등 일류교육 서비스 공급확대로 교육문제를 풀자는”, 이제까지 끊임없이 시도되고 이명박 정부가 더욱 강도높게 추진할 ‘교육개혁’들은 전부 “거짓말”이다. 1등이 여러 명일 수 없고 일류학교가 무더기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류와 3류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1류가 만들어지는 순간 탄생된다. 귀족계급의 영속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오직 1류다. 1류는 돈이 만든다.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끝났다. 학업성적순위는 부모의 재산순위와 정비례한다. 따라서 ‘서울대학교 학생선발 지침’이란 ‘성적 윗순위자들을 독점함으로써 권력과 부라는 계급적 이익을 사수하라’는 것일 뿐이다.
지은이에게 군사독재의 억압을 제거하는 데 급급했던 ‘민주화’란 이름의 개혁은 실은 ‘자유화 개혁’이었으며, 국가의 역할을 배제해버린 신자유주의 폐해를 바로잡는 길은 자유에 정의와 이성, 계몽의 빛을 비춤으로써 ‘국가적 공공성’을 복원하는 것이다. 곧 진정한 공화국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실천적 해결의 출발점은 모든 교육파행의 핵인 대학서열체제의 분쇄, 곧 ‘대학평준화’다. 아직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대학평준화야말로 자산가들이 부와 권력을 탈취해간 주주·소비자 중심체제를 무너뜨리는 “급소”이기도 하다. 그가 “운동을 위한 책”이라고 한 <서울대학교 학생선발 지침>은 바로 그 급소를 찌르기 위한 실천지침서다. “극소수 강자를 뺀 전 국민이 피해자인 대학서열체제야말로 가장 민감한 급소입니다. 바로 이곳을 ‘콕’ 찍는 것으로부터 이 나라의 뒤집기, 역사의 뒤집기가 시작됩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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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독재 대신 자유와 싸울 때”
‘노사모’ 회원으로 한동안 노무현 정권 지지매체인 〈서프라이즈〉 편집장을 1년 남짓 맡기도 했던 하재근(37·사진)씨는 ‘죄질 나쁜 배신자’가 돼버렸다. “우리나라엔 전선이 2개 있었다. 반독재 전선과 반시장 전선이다. 한때 반독재 대연합이 유의미했으나, 민주화로 그 유의미성은 크게 줄었다. 남은 게 시장주의의 폐해와의 싸움인데, 그 싸움을 제대로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화세력이 자유화로 흘러가고 말았다. 그래서 비판자로 돌아섰다. 대통령이 자유화, 분권화 일변도로 가고 2006년 정부가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민주화세력이 적을 잘못 설정했다”고 했다. 시장화, 자유화 쪽으로 치우침으로써 개발독재나 박정희를 주적으로 삼은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독재 대 반독재 민주화투쟁 구도는 그 시효를 다하고 있다. 이젠 자유에 대한 싸움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이게 ‘시대정신’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교육에서도 정부가 자유화, 분권화, 다양화를 강조하면서 고교 평준화 정책을 훼손하고 대학입시에 자율성을 도입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이젠 특목고, 자사고, 일류대 출신이 한국의 새로운 지배계급”이라고 한 학원 관계자의 말에 문제의 핵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새 귀족계급을 무너뜨리는 일은 교육개혁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고, 그 시작은 대학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서열화 혁파라는 하나의 전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교육과 아울러 신자유주의에 점령당한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심광현 강내희 김세균 홍세화 등)가 만들어졌고 그는 대변인이 됐다. 2000년대 초부터 이미 ‘학벌 없는 사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었다.
“자유화의 파탄”을 주장한 그는 “파시스트”란 말과 함께 “미쳤다”는 얘기도 들었으나 골수 신자유주의자 이명박씨의 대통령 당선 이후 그 주장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는 영어가 중요하니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명박 정권의 주장은 “이전 정권들이 주장한 것과 하나도 다른 게 없고 이미 허구라는 게 입증됐다”며 “그것이 초래할 영어귀족 사회는 대학서열체제와 상승작용을 하며 부모의 돈과 지위가 모든 걸 결정하는 귀족 사회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에서 영어 시험을 빼버리겠다는 말도 “대학서열화가 존재하는 한 무의미한 얘기”라고 했다. 신자유주의 교육 파행의 출발점이 됐던 1995년 ‘5·31 교육개혁’의 입안자들인 박세직, 이주호, 이명현씨 등이 이명박 정권 이데올로그로 복귀한 사실에도 그는 주목한다.
그는 “국가발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우리식 제3의 길이 필요하다”며 ‘유럽식 사민주의’를 해법으로 제안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사진 김재원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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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평준화로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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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으로 있는 저자는 대학의 평준화야 말로 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1987년 이후 20년에 걸친 민주화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으며 그것은 ‘자유화 파탄’이라고 규정한다. 과거 한국의 역동성은 국가가 공공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시장을 규제하고 강자의 이익을 규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경제부문에서 소비자(수요자)중심주의와 주주중심주의의를 도입해 강자의 이기심이 해방됨으로써 민생파탄을 가져왔고, 교육부문에서도 고교평준화를 해제함에 따라 역시 파탄을 낳았으며 이 두 분야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상층 학벌에 의해 지배되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일류대에 진학한 극소수이고 국민 절대다수는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게임을 하게 돼 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사교육비를 얼마나 댈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부모의 재산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특히 교육의 파탄을 가져온 주범은 수요자중심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교육시스템을 친시장시스템으로 바꾸고자 한 1995년의 5ㆍ31 교육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후 학교붕괴, 공교육파탄, 사교육비 폭발, 격차심화, 사상최대의 유학행렬 등 대환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환란 속에 일류대에 다니는 중상층의 비율을 더 커지고 지방, 강북, 노동자 농민 등 나머지 국민들은 떨어졌다.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의 대폭 확충도 결국에는 고등학교서열체제의 부활을 의미할 뿐이다.
저자는 대학 자체의 교육력, 연구력과는 상관없이 입시성적 서열과 관계가 있을 뿐인 대학서열체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진단하면서 대학평준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든 대학의 평준화가 힘들다면 우선 국립대부터 평준화하고, 차차 사립대로 확대해 가면 승자독식형의 피라미드형 대학서열체제가 붕괴되고 국민다수가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독재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싸움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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