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짜증 주는 무식배틀

이번 <무한도전>에선 무려 일본에까지 가서 펼쳐진 길과 하하의 '지식배틀 퀴즈쇼'가 방송됐다. 길과 하하가 유재석이 내는 문제를 맞힌다는 설정이었다.

물론 답을 모를 수는 있다. 시청자도 쉽게 맞힐 수 없는 문제들도 있었다. 길과 하하는 서로 무식을 자랑이라도 하듯 오답행진을 펼쳤는데, 문제는 정도였다. 둘의 무식은 해도 너무했다.

답이 건곤일척인 문제에서, '건곤 그리고 한 번'이라는 힌트가 나왔는데도 건곤일부, 건곤일승, 건곤일나, 건곤일재 등 어처구니없는 오답들이 나온 것이다. 중간에 '척'이라는 힌트까지 추가됐는데도 틀렸다.

이건 공해다. 거의 시청자 우롱 수준이다. 이런 식의 억지 오답은 작위성을 느끼게 하고, 작위성은 짜증만을 유발한다. 이런 억지 퀴즈를 방송할 바에야 차라리 오호츠크해 주위의 대자연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는 편이 나았다.

<1박2일>에서도 주기적으로 조작 퀴즈 논란이 터진다. 멤버들이 미국이나 영국의 수도조차 못 맞힐 때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하는 것이다. 한번은 '마이동풍’에서 ‘마이아파’ ,‘무위도식'에서 ‘무위타이’, ‘용두사미’에서 ‘용두마차'라는 오답이 나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멤버들은 그런 오답이 재밌다고 배를 잡고 웃었지만 시청자에겐 짜증일 뿐이었다.

김종민에 대한 비난이 극에 달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김종민은 너무나 쉬운 게임의 룰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보여줬었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쉬운 걸 모른다는 건 리얼이 아니라 억지라며, 그런 억지는 '꼴 보기 싫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실제상황이라는 '리얼'을 표방한다. 이런 프로그램일수록 조작, 작위성 등의 느낌을 풍길 때 더욱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패밀리가 떴다>도 조작 논란으로 '한 방에 훅' 갔다.


한때 크게 인기를 끌었던 한선화의 백지 캐릭터가 장수하지 못한 것도, 백지 캐릭터가 조금 인기를 끈다 싶자 너무 과도하게 바보흉내를 낸 것에 그 원인이 있었다. 처음 백지 캐릭터가 등장할 때는 자연스러웠지만, 그것이 지나치자 작위성을 느끼게 했고 남은 것은 짜증뿐이었던 것이다.

홍수아도 캐나다 아래에 있고 대통령이 오바마인 나라가 무엇이냐는 퀴즈에 태국, 방글라데시라고 답해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렇게 과장된 무식은 시청자를 짜증나게 만들고 스스로에게도 해가 되는 법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길 하하 오답쇼도 그랬다. 프로그램 속의 등장인물들은 배를 잡고 웃었지만 그들만의 웃음일 뿐이었다. 이렇게 그들만의 웃음이 많아지면 프로그램에 해가 된다.

아무리 바보쇼가 재밌고, 평균이하라는 캐릭터가 위력적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진실성, 자연스러움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김태원이 줄넘기를 한 개도 못하는 모습이 재밌다고 강호동도 줄넘기를 못하면 과연 사람들이 강호동에게 뭐라고 할까? 김태원이 재밌었던 건 그가 실제로 줄넘기조차 못할 것 같은 약골이기 때문이었다. 건강한 운동선수 출신이 그랬다면 김종민의 실수 이상으로 짜증을 줬을 것이다.

길과 하하의 오답쇼는 마치 운동선수가 줄넘기 하나도 못하는 척하는 것처럼 해도 너무 한 작위성이었다. 웃자고 보는 예능인데 시청 중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멤버들이 정말로 바보인 건지, 아니면 영악하게 바보인 척하며 시청자를 속이는 건지 누구보다도 잘 알아챈다.

이렇게 시청자를 우롱하는 억지 무식자랑이 <무한도전>에서 또 반복돼선 안 된다.